지난 12월 중순, 재계와 교육계의 시선은 한 청년의 서울대 합격 소식에 쏠렸다. 주인공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장남 임동현 군. 휘문고 3학년인 임군은 ‘불수능’으로 평가받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단 한 문항만을 틀리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서울대 경제학부(26학번) 수시 모집에 최종 합격했다. 외삼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동양사학과 87학번)의 39년 차 후배가 된 셈이다.
재벌가 자녀들이 흔히 선택하는 ‘조기 유학’ 대신 초·중·고교 과정을 모두 국내 공교육 체계에서 마친 임군의 성과는 이부진 사장의 남다른 교육 철학을 재조명하게 했다.
이 사장은 아들의 학교 행사마다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천생 엄마’의 면모를 보였고, 아들의 중학교 진학을 앞둔 2018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을 위해 주소지를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다. 이른바 ‘강남 8학군’ 진입을 통해 휘문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교육 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 그가 아들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지난 8월, 마침내 7년간의 대치동 생활을 마무리하고 가족들이 모여 사는 ‘홈타운’ 용산구 이태원동으로 복귀했다.
내실 경영으로 일군 3분기 흑자 전환… ‘리틀 이건희’의 저력
이 사장은 2010년 12월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는 당시 삼성그룹 72년 역사상 첫 여성 사장 선임이라는 상징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5년간 호텔신라의 경영 성적표를 보면 2020년 185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음을 알 수 있다. 2022년에는 4조9000억 원이 넘는 매출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당시 환율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매출액이 약 4000억 원이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912억 원에서 영업손실 59억 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공항 면세점 임차료 및 고정비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권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공항이용객의 구매력 감소 등 소비패턴 변화로 인해 적자가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결국 지난 9월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올해에는 아들의 수능 성적표 못지않게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의 경영 성적표도 눈길을 끈다. 2025년 11월 공시된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매출 3조229억 원, 영업이익 176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흑자 전환했다. 면세점(TR) 부문의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적자 폭을 줄이고, 호텔 및 레저 부문에서 견고한 수익을 유지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사장은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외에도 수익성이 낮은 마카오 국제공항점 운영을 종료하는 등 ‘내실 경영’과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불필요한 비용을 털어내고 신라호텔만의 프리미엄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아들의 교육이라는 개인적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시점에 맞춰, 기업 경영에서도 수익성 회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스마트 재테크’의 정석…대치동 7년 만에 30억 차익
이 사장은 아들이 강남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대치동의 고급 빌라 ‘코오롱 알앤에프’ 한 호실을 매입해 거처를 옮겼다. 이 사장의 거주지 이동은 단순한 이사를 넘어 부동산업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아들의 학업을 위해 2017년 11월 매입(2018년 1월 등기)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오롱 알앤에프’가 그 중심에 있다. 중학교 입학 전부터 고교 졸업 시까지 거주하기 위해 매입한 이 주택은 휘문고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며 학교와는 도보 3분 거리다.
이 빌라를 이 사장은 당시 24억5000만 원에 매입했으며, 약 7년이 흐른 2024년 4월 해당 매물을 55억 원에 매도했다(2025년 8월 소유권 이전 등기). 아들의 중·고교 시절 거주라는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30억5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이다. 이는 교육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부동산 가치 상승의 흐름을 놓치지 않은 ‘스마트 재테크’의 전형으로 꼽힌다.
삼성가의 본진, 이태원동으로의 복귀
대치동을 떠난 이 사장이 돌아온 곳은 2005년부터 소유해 온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이다. 리움미술관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인근에 위치한 이 단독주택은 대지 면적이 넓고 보안이 철저한 삼성가의 상징적인 거주지 중 하나다.
해당 주택은 1층(104.80㎡)과 2층(71.69㎡)의 주거 공간 외에도 지하 1층(354.91㎡)과 지하 2층(360.55㎡)이 주거 면적보다 훨씬 넓게 설계된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지하시설의 비중이 큰 것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오너 일가의 주택 설계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구역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자택이 인접해 있어 사실상 ‘삼성 가족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이태원 하우스120, 전략적 자산 매입의 행보
눈여겨볼 대목은 이 사장이 기존 자택 인근의 연립주택인 ‘이태원 하우스120’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장은 이미 2015년에 한 호실을 9억 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어 최근 거주지를 이태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추가 매입이 이어졌다. 2024년 8월에는 대치동 거주 당시 주소지를 사용해 한 호실을 17억5000만 원에 사들였고, 2025년 1월 또 다른 호실을 18억5000만 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지하1층·지상 3층의 ‘이태원하우스120’은 이 사장의 자택과는 약 60m 거리로 지척이다. 바로 이웃에는 농심 신동원 회장과 신상열 부사장의 자택이 나란히 있다. 이 사장이 이태원하우스120의 여러 호실를 잇달아 매입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가족이나 지인을 위한 거처 마련 혹은 향후 해당 부지의 자산 가치 상승을 고려한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부진 사장의 부동산 행보는 그가 보여준 경영 스타일과 닮아 있다. 필요한 시점에는 과감하게 본진을 떠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를 잡고,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다시 뿌리로 돌아와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는 등 재무적 압박이 적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지역의 부동산 자산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확대하는 과정은 그가 가진 리더로서의 치밀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아들의 성공적인 사회 첫발과 호텔신라의 실적 반등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한 2025년 말, 이태원의 ‘삼성 타운’으로 복귀한 이부진 사장의 다음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