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확인하며 대남 강경 노선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중 메시지’를 발신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대한민국과는 상론할 일이 전혀 없다”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말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규정을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다시 천명한 것으로,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 관계가 아닌 사실상의 ‘교전적 관계’로 고착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겨냥해 “유화적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자 졸작”이라고 비난하며, 대화·협력 기조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화해와 평화를 내세워 우리의 무장해제를 꾀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착오적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대남 위협 수위도 한층 높였다. 김 위원장은 “적대국에 해당되는 모든 물리력 사용이 이론·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며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안전 환경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될 경우 임의의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핵보유국 인정이 협상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최강경 대미 기조는 유지한다”고 밝혀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당대회 폐막 직후 열린 기념 열병식에서도 군사적 메시지는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어떤 군사적 적대 행위에도 즉시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며 군사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이번 열병식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공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당대회는 △남북관계 단절의 제도화 △핵보유국 지위 고수 △대미 협상 여지 유지라는 세 축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남북관계는 대화 채널 복원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굳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긴장 국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