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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가 보다 간소화 되면서 후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공고해 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그룹의 지주사 격이라 할 수 있는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까지 확보해 사실상 그룹 내 본인의 시대가 이르렀음을 공식화 했다. 사진은 제일모직 본사가 있는 태평로 삼성본관빌딩 ⓒ스카이데일리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했다. 시점은 오는 9월 1일로 예고됐다. 오는 7월 임시주총만 거치면 사실상 합병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제일모직은 이에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결정됐다. 삼성 측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한다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로 시작된 삼성물산의 역사성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역사성까지 고려된 이번 합병결정을 두고 이 부회장의 삼성시대가 개막됐다는 관점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고인이 된 이병철 선대 회장의 후광이 손자의 그룹 장악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이 일군 삼성그룹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자리했지만 삼성물산의 역사는 곧 삼성그룹의 역사로 통하기 때문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 아킬레스 ‘삼성전자’ 지배…新 삼성물산 키(Key) 됐다.
이번 합병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그룹 재편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반쪽짜리 후계자’란 오명을 써야 했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 0.5%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룹 내 매출의 2/3를 도맡는 삼성전자에 대한 장악력 없이 그룹 총수에 실질적으로 오르지 못했다는 평판을 받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신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그가 삼성전자의 최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향후 신 삼성물산이 지주사격으로 올라 선 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SDS, SDI, 중공업, 전기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며 삼성생명의 경우 화재, 카드, 증권 등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신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이 부회장이 이를 통해 삼성그룹 전반을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스카이데일리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신 삼성물산이 그룹 내 지주사격 위치로 부상하고 또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화재, 카드, 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삼성전자를 통해서 중공업, SDS, SDI, 전기 등 계열사를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이 보유하게 될 신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 2.9%,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5.5%,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5.5%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신 삼성물산의 지분이 총 30.4%에 이른다.
신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 19.3%와 4.1%를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 7.2%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 본인을 비롯한 가족(이건희, 홍라희)명의의 주식, 삼성복지재단·삼성문화재단 보유주식 등 우호지분의 합이 4.8%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지분 중 이 부회장 우호지분이 무려 16.1%에 달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하고 삼성SDS·제일모직을 상장하는 등 꾸준히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화학·방산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고 또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재편 작업이 사실 상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예상됐던 것처럼 이재용 후계구도와 그 종착점이 맞닿아 있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투병으로 오랜 시간 부재한 상태에서 이 부회장 후계 작업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삼성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보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스카이데일리
삼성그룹 태동과 함께 한 ‘삼성물산’…“창업주 조부 후광 배경 그룹결속” 기대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합병을 두고 사명을 왜 ‘삼성물산’으로 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모양새를 띠면서도 이름만은 삼성물산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963년 설립된 제일모직에 비해 그룹의 모태기업인 삼성물산의 네임밸류를 더 높게 내다 본 것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1963년 설립돼 부동산·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13년 舊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이듬해 상장하는 등 거듭 성장을 계속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제일모직이 지주사로 전환하게 될 것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전망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게 됐다. 아직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맞지는 않았지만 그 중추적인 역할을 제일모직이 맡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흡수함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이란 상호 대신 삼성물산이란 이름으로 쓰게 된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지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으며 1995년 삼성건설과의 합병 후에는 건설·상사 부문으로 나눠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다.
▲ 이번 합병을 두고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안는’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통합법인의 명칭은 ‘삼성물산’으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JY시대’를 맞이하게 될 삼성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이건희 회장의 색채를 불가피하게 지우면서 동시에 삼성그룹의 정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을 지주사 격으로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내 매출액의 2/3를 삼성전자가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매출동력을 키워야 하는 이재용(사진) 부회장이 조부의 후광을 배경으로 지배력을 더욱 공공히 했다는 해석도 분분하다. [사진=뉴시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예견되는 가운데 왜 그 이름이 ‘삼성물산’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사실상 그룹 내 점차 희석돼 가는 이병철 선대회장을 상징적으로 모셔온 것과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이 JY체제를 준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는 강력한 리더십의 상징인 이건희의 색채를 아이러니컬하게 가급적 지우는 것이다. 반면 그 자리에 이재용 색채로 채우되 그룹의 결속력을 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아마 이 같은 대안으로 ‘삼성물산’이란 이름이 가진 삼성의 역사성을 부각시키고, 또 이병철 선대회장의 향수를 그룹 내에 불게 해 이를 이용한 그룹 장악을 이뤄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삼성 내 관계자는 “그룹의 토대를 쌓은 것은 이병철 선대회장이지만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을 키운 것은 이건희 회장이다”며 “그룹 내 매출을 삼성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은 매출구조의 다변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의식주휴 및 바이오산업을 이끌겠다는 신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다방면의 수익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며 “삼성물산이란 이름도 삼성은 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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