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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엘리엇 사태 진화 위한 묘수 있나
스카이데일리 사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6-11 00:02:28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선언으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9부 능선에 다가섰던 삼성그룹이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 확보 사실을 공시하면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지난 9일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날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데 변함이 없다”며 “이에 합병안이 진행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합병비율 산정방식이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대0.35)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정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최근 1개월 평균종가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한 것이다.
 
반면 엘리엇은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자산·자본총계는 각각 9조5100억원·5조2900억원, 25조9800억원·13조2200억원이다. 자산·자본총계 둘 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3배가량 많다. 엘리엇의 논리대로라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거꾸로 뒤바뀌어야 하는 셈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엘리엇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벌처펀드(vulture fund)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벌처가 ‘대머리 독수리’라는 뜻을 지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펀드는 썩은 고기를 파먹고 사는 독수리처럼 기업들의 약점을 철저히 물고 늘어져 사익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엘리엇의 입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갖고 있던 엘리엇은 두 회사의 합병이 결의된 후인 지난 3일 지분 2.17%를 추가로 매입했다. 합병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지분율을 늘린 것이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의 주총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를 시간 벌기로 해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총에서 표 대결에 자신이 있다면 굳이 이 같은 액션을 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 이슈를 더 크게 부각시켜 가능한 많은 시세 차익을 누리려는 속셈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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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법원은 주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법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엇이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카드를 들고 나온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 대상 국가의 법 때문에 피해를 볼 경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돼 있어 국내법보다 우선권을 지닌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주주 명부가 확정되는 오늘(11일) 또는 그 직후 소유 지분을 대량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어 떠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으나 이보다는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엘리엇의 궁극적인 의도가 합병 무산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지는데 이런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삼성그룹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앞서 언급했던 ISD를 통해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한 뒤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법이다. 이 경우 엘리엇은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된다. 전체 운용자산이 미화 26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해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투입한 6000∼7000억원 정도는 몇 년씩 묻어둬도 될 만큼 규모가 크다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번 사태가 법정공방 등으로 장기화되면 삼성그룹 승계 작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 헤지펀드가 끼어들어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사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인 차원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2003년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버린 사태’보다도 훨씬 큰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물산 주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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