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많은 불안 속에서 후계구도 정지작업을 서둘러 온 사실상의 이재용 부회장 체제였던 삼성그룹이 불안 하나를 떨쳐 낼 우물 하나를 퍼내는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이 선택한 미래산업이자 그의 자존심이 걸린 ‘바이오’에서 드디어 팡파르가 울리자 ‘포스트 이건희, 이재용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 잡히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 먹거리이자 자신의 경영 지렛대로 삼은 회심의 승부수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시밀러’인 탓이다.
삼성은 지난 23일 판매자 한국MSD를 통해 첫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브렌시스’ 출시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 글로벌 제약사가 손을 맞잡은 만큼 ‘브렌시스’의 시장진출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을 내고 6개월만에 허가를 받은 ‘브렌시스’는 정부와 약가협상이 끝나는 대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발매에 들어간다. ‘브렌시스’의 오리지널 약인 ‘엔브렐’(암젠 개발, 화이자 판매)은 지난해 세계시장 매출액이 약 10조원에 달했다. 그만큼 시장 개척 여지가 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판매 이후 신약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시장은 바이오젠이 ‘베네팔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판매가 순조롭고 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세계시장에서도 상당한 뒷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경이다.
‘브렌시스’는 이른바 카피약물 범주라고 할 수 있지만 연구·개발과 임상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바이오 복제약이라는 점에서 시장 창출 가능성은 크다. 실제로 개발을 맡은 삼성 바이오산업 계열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비만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세계 10개국 73개 병원이 임상에 참여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받은 ‘브렌시스’는 최신 류마티즘 관절염 치료약물의 반열에 올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개발 성공으로 일단 우려감을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려 있던 우려감이 반감되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곧 ‘이재용 총수’ 시대의 서막을 알리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이다. 제일모직(구 에버랜드, 합병법인)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지배구도를 사실상 확립한 이 부회장에게 때마침 절묘하게 개선의 나팔이 울린 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부분 지분(90.31%)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통합 삼성물산(구 제일모직)이 51.04%, 삼성전자가 46.7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의 제1대주주는 바로 16.54%를 갖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2대주주인 여동생 이부진·이서현은 각각 각 5.51%로 차이가 크다. 특수관계인들이 절반에 가까운 40.26%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바이오는 곧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이 부회장에게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의약품 제조 및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를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자신은 물론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왼팔, 오른팔 같은 기업들이다. 따라서 두 회사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은 이 부회장에게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이에 미국 나스닥 상장 성공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알려진 상장이 원만히 진행된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가총액은 최대 1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는 날개 하나가 활짝 펴진다고 하겠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로부터 계약을 체결하고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라는 제2공장도 내년 1분기 중 가동할 예정이어서 이 역시 반쯤 날개를 편 상태다.
바이오라는 양 날개를 단 이재용 부회장이 이제 비상채비를 갖췄다. 따라서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일부 주주들의 반발이라는 잔불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황들을 바이오가 상쇄시켜 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하겠다는 이 부회장과 경영진들의 약속이 들어 맞고 있으니 일단 다행이다.
삼성은 그렇지 않아도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에서 불안한 실적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만 해도 삼성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이 21.7%를 보여 전년 같은 분기의 24.8%에 비해 3.1%p나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은 11.7%에서 14.1%로 2.4%p 증가했고,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도 점유율을 2.2%p와 0.7%p씩 모두 끌어 올렸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으로 애플은 물론 중국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날로 거세지고 방어하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있다.
삼성그룹의 기관차가 삼성전자라면 삼성전자의 성장엔진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M(IT모바일)부문이다. 이 부문이 흔들리면 그 영향이 삼성그룹 전체로 순식간 확산될 우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확실해 내든지 아니면 미래 신수종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성공시키는 ‘새로운 선택과 집중’이 현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숙제다.
물론 IM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최근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 환경이 삼성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 삼성그룹은 모종의 결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스마트폰 헤게모니를 쥐고 가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나 승부수가 있다면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에게는 그것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바이오와 사물인터넷 등으로 자신만의 짐보따리를 열심히 꾸리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은 미래로 가는 비전의 다리를 놓기 위해 ‘버리는 선택’을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것은 과거 필름제국으로 불린 ‘코닥’, 휴대폰 황제로 군림했던 ‘노키아’, 가전 왕국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소니’ 등의 전례를 보면 안다.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해 막강한 권좌에서 속절없이 내려와야 했던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면면에서 삼성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 기득권을 물론 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잘 나갈 때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위기경영이 필요하다. 그것은 다른 말로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는 고민에서 찾는 일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체제를 갖추고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4개의 사업부문이 복잡하게 얽힌 삼성물산의 사업구조는 분명히 재편돼야 맞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기는 했으나 사업 간 시너지가 여전히 의문을 갖게 한다. 4명의 대표이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시너지를 낼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삼성그룹의 기관차이자 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지를 다시 칠지 ‘버리는 고민’을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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