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대표는 지난 1992년 10월 ‘월간 애견인’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지난 2010년 ‘펫 저널’로 이름을 바꿨다. ‘펫 저널’은 국내 유일한 펫비지니스 전문잡지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반려동물 시장은 10년 내에 반도체·자동차 같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시 능동 어린이회관 문화관 2층 펫미디어 사무실에서 김성일(57) ‘펫 저널’ 대표를 만났다. ‘펫 저널’은 국내 유일한 펫비지니스 전문잡지이다. 우리나라에는 ‘GZ’나 ‘애니멀매거진’ 같은 반려동물을 다루는 잡지는 여럿 있지만, 반려동물에 관련된 산업의 전반을 주로 다루는 잡지는 펫 저널이 유일하다.
“제가 자유로운 성격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생활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당시 반려동물 업계 쪽에서 일하시던 아는 사람이 같이 애견잡지를 창간하자고 해서 그 쪽으로 건너간 것이 1990년입니다”
그는 경기고, 중앙대 경제과를 졸업하고 신문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신문사에서 퇴직하고 지인과 함께 창간한 애견잡지는 1년 만에 사라지고, 본인이 혼자서 스스로 ‘월간 애견인’을 창간한 것이 1992년 10월이라고 한다.
“1992년부터 ‘월간 애견인’이라는 제호로 발행을 시작한 이후 23년간 한 번도 결호를 낸 적이 없습니다. 2010년에 지금의 ‘펫 저널’로 이름을 바꾸면서 전문적인 비즈니스 잡지로 일신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 1997년부터 전성기, 2004년 거품 터졌다가 2009년에 바닥 찍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기를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라고 봤다. 그 전까지는 일부 계층의 특별한 취미이던 반려동물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가 되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차츰 뿌리내리고 조금씩 발전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시기는 역설적으로 IMF 외환위기 직후입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사회 전반이 재조정되면서 반려동물 관련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죠. 이상하게도 애견미용사가 가장 유망한 직업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반려동물 산업이 전반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반려동물 시장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유학 등으로 해외에서 선진적인 반려동물 시장과 문화를 본 경험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해외의 문화를 마구잡이로 들여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어 해외에서 반려동물을 경험한 국민들이 늘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엔 돈이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해 심지어는 애견인구의 성장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시장이 발달하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업계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거죠. 우리 회사에게도 거품과 함께 덩달아 성장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거품이 푹 꺼지게 된 시기가 바로 2004년이라고 했다. 투자는 늘어나는데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니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던 현상이라고 했다.
“전성기에는 ‘멍멍이’라는 잡지가 나오는 등 거의 20여개의 애견잡지가 발행이 됐었습니다. 하지만 거품 속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잡지나 사람들이 2004년 이후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잡지만 해도 전성기에는 두께가 지금의 3배 정도 두꺼웠습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활황기를 맞다가 2004년부터 ‘반려동물 업계의 IMF’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공황의 시기를 맞아 쭉 떨어지던 시장이 바닥을 찍은 것이 2009년이라고 했다. 그때 이후로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2009년 이후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은 매년 2~3%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미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 추세입니다. 특히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죠”
▲ 김성일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은 2009년 이후로 매년 2~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미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특히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카이데일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은 일본에 대해서는 아직 10년에서 15년 정도는 늦은 반면 중국은 우리에 비해서 아직 10년 정도 뒤쳐진 시장이라고 했다. 때문에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이 우위에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에 대해 정확한 통계가 나온 것이 없습니다. 실제로 선진국들에는 모두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를 계량하는 통합적 통계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에게나 민간에게나 정확한 통계를 내는 방법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대략적으로 1조원 또는 2조원이라고 이야기만 나오는 실정입니다”
전세계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때마다 반려동물 시장 역시 일정한 패턴을 거친다. 처음으로 반려동물 문화가 시작될 때는 좁은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관상어 혹은 새 등의 시장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1인당 GDP가 2만달러가 넘어가면 강아지 또는 고양이 시장으로 발전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문화가 나란히 같이 성장하지요.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만4000달러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 단계에 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다음 단계는 파충류 시장이나 소(小)동물, 곤충 시장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도마뱀 같은 파충류나 햄스터·거북이 같은 소동물 혹은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이 대중적인 반려동물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단계까진 안 왔지만 현재 기반이 잡혀나가는 단계라고 한다.
“반려동물 시장의 최종단계는 특수동물시장입니다. 호랑이·사자·악어·구렁이 정말 보기 힘든 희귀한 동물들을 기르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새로운 것을 탐내는 욕구 때문입니다. 약간의 과시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동물과의 교감이 계속 반려동물 시장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고 반려동물 시장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이유입니다”
세계적 수준 의료시장, 국제경쟁력 있는 사료시장, 해외서 인기있는 훈련시장
반려동물 시장을 크게 나누면 반려동물을 보조해주는 사료·용품·의료·미용·훈련·장례 등의 시장과 반려동물 자체인 강아지·고양이·새·관상어 등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시장은 반려동물을 보조해주는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의료 시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수의사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결과 예전에 비해 반려동물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료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반려동물들은 많이 행복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성일 대표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이 지난 30년간의 세계적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서 현재는 정착되는 수순이라고 했다. 그만큼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노하우가 축적이 됐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시장이 반려동물 장례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애견시장이 30년에 달할 정도로 점점 성숙해지고, 1997년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시장 전성기 때 태어난 말하자면 반려동물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화돼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미용시장 역시 지속적인 성장이 있었습니다. 1994년 충무로에 처음으로 반려동물미용전문학원이 생겨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금도 시장이 큰 편입니다. 물론 지금은 전성기 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긴했지만 지금도 전문가들이 꾸준히 양성되는 중입니다”
반려동물 훈련 시장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훈련사들이 중국에 진출해서 중국의 반려동물들을 많이 훈련시켜주는 편이며, 해외의 반려동물 훈련대회에서도 우수한 훈련 수준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세계의 우수한 반려동품 용품들은 모두 들어와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 시장의 수준은 웬만한 선진국은 저리가라 할 만한 수준이죠. 국산품의 시장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창의적인 발명품들이 속속 개발되는 중입니다”
반려동물 사료시장의 경우 지난 30년간의 세계적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사료가 국산화가 끝나 현재는 정착되는 수순이라고 했다. 그만큼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의 노하우가 축적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규모의 경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반려동물 시장이 안정적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대한사료·하림 등 사료회사에서 제작하는 사료의 경우 수준이 세계를 기준으로 보아도 굉장히 훌륭한 수준이고요. 간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기업가 등 반려동물 시장 관계자들이 기술과 시장의 형성을 위해 노력했고, 이제 이런 준비의 결과가 본 궤도에 오른 것입니다”
30년 축적된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 이젠 해외로 나갈 때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 등 제조업시장은 지난 30년간 성장하여 이제 내실이나 외형적으로나 충분히 발전했다고 한다. 특히 사료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축산업에서 시작해 반려동물 사료시장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근대화를 시점으로 잡아도 60~70년의 경험이 있고 반려동물 사료시장으로 한정해도 30년의 세월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산 사료 및 용품 시장은 지난 30년간 시험하고 샘플 테스트하는 등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해외 기업을 인수 하는 등 자신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도광양회의 시간이었죠. 이제 국내 시장으로 만족할 때는 끝났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업이 전세계로 뻗어나갈 때라고 힘을 주어 강조했다. 하지만 개인의 힘만으로 해외에 수출하기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바로 옆에는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중국은 아직 새파란 블루오션입니다. 중국의 반려동물 사육 두수는 우리나라의 20~30배에 달하는데 반해 중국의 국산시장은 자국민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업은 30년간 쌓아온 자신감과 경쟁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 김성일 대표는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반려동물전시회에 참석했다. 이 전시회에는 국내기업 6곳이 처음으로 참여해서 우리나라 반려동물 용품 및 사료 시장의 전세계적 경쟁력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사진 가장 오른쪽이 행사에 참석한 김성일 대표 [사진=펫미디어]
그러면서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련 CIPS(China International Pet Show·중국국제반려동물전시회)에 국내기업 6곳이 처음으로 참여해서 우리나라 반려동물 용품 및 사료 시장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시장 및 전세계의 반려동물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중국 시장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에서는 후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까지 우리 반려동물 용품 시장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때 또다시 확인한 것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의 소비자들의 반일 감정과 한류열풍이었다. 중국과 동남아의 소비자들도 가능하면 일본 제품보다는 한국제품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움직임을 확인한 것이다.
통관 등 정책적 문제로 해외진출 어려워, 정부 지원 절실
“하지만 또 다르게 확인 한 것은 통관 등 현실적인 장벽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회사의 반려동물 사료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 통관 절차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2년 반입니다. 그것도 중국 측 바이어가 바뀌면 무효가 되고 또다시 2년 반이 필요하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출 길은 요원할 뿐입니다. 중국 쪽에서 사실상 반려동물 시장 쪽의 문을 걸어 잠근 것이지요”
이런 문제 때문에 그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 정부 간의 협의로 통관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의 해외 진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해외 시장의 문을 열었어도 우리의 역량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수출이 힘들었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우리의 역량을 충분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결단뿐입니다. 정부가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10년 후 어마어마한 수출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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