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1990년대 동원증권의 간판 ‘증권맨’이었다.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그는 1997년 미래창업투자(현 미래에셋캐피탈)를 설립했다. 동원증권 재직 당시 ‘박현주사단’으로 통했던 동료들이 주축이 됐다.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유가증권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회사로 주식발행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모집된 투자자산을 전문적인 운용회사에 맡겨 그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의 형태로 되돌려 주는 투자회사)를 도입하기도 했던 미래에셋은 그 이름을 ‘박현주1호’라 지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한 상태다.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의 금융계열사가 있으며 특히 자산운용에 강점을 보이는 곳이다. 오늘(24일) 오후 2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업계 4위가 업계 2위를 인수하게 되면서 초대형 증권사의 출범이 예고된 것이다. 평사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투자그룹을 일군 박현주 회장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번 인수전과 업계의 반응 등을 긴급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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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이 KDB대우증권의 새 주인으로 선정됐다. 산업은행은 오늘(24일)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 이사회를 열고 미래에셋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미래에셋은 자본금 8조원에 달하는 단연 국내 최대규모의 증권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사진은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스카이데일리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새 주인으로 미래에셋이 선정되면서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24일 오전 11시 금융 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 이사회를 열고 오후 2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마감한 최종 입찰에 미래에셋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이 참여하며 경쟁을 펼쳤지만 결국 최종 승리는 미래에셋으로 돌아갔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역시 증권이다. 자기자본기준 업계 4위 미래에셋증권이 2위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서 증권가 판도를 바꾸게 된 것이다. 기존 1위 NH투자증권은 2위로 밀려났으며,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은 7조8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갖춘 공룡으로 재편되게 됐다.
2.4조 베팅 KB·한투 ‘물 먹인’ 미래에셋…“해외진출 신호탄 되길 바란다”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소식에 업계는 ‘예견된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 21일 마감한 최종입찰 당시 미래에셋이 2조4000억원대의 인수희망가를 써서 냈다고 알려지면서 기정사실화됐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원대, KB금융지주는 2조원대의 인수가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업계 관계자는 “입찰가가 전해지면서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지주 모두 내심 기대를 접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미래에셋이 예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인수가 마무리 되는대로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초 업계는 탄탄한 자본력의 KB금융지주 승기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미래에셋은 이를 웃도는 금액을 제시했으며 결국 국내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명분과 최고가 입찰이라는 두 마리 심사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명분상 우위를 점하고도 자본력에 있어 의구심을 받았던 미래에셋이 최종 승리를 거머쥐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역시 박현주 회장의 결단력이 아니었겠느냐”며 “결국 그 결단력이 업계를 재편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래에셋은 선정 통지를 받은 오늘(24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인 내년 1월 4일까지 입찰가의 5%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산업은행에 내야 한다. 보증금 제출이 끝나는 대로 미래에셋은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월 최종가격협상을 거쳐 계약을 마무리 질 것으로 전망된다.
▲ 자료: 업계 ⓒ스카이데일리
산업은행 측은 매각가치의 극대화와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3대 기본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라 매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유중인 비금융 자회사도 내년 중으로 신속매각과 시장가치 매각 원칙에 따라 시장에 환원할 뜻을 내비쳤다.
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분장은 “증권 사관학교인 대우증권과 자산관리 선두주자인 미래에셋의 통합으로 초대형 증권사가 출현하게 됐다”며 “증권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 등 해외진출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7.8조 우량 증권사…‘진통’ 있겠지만 ‘마켓리더’ 탄생 기대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은 3조462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이며 업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우증권은 4조3967억원으로 2위다. 이번 인수로 인해 4위가 2위를 품는 모습을 취하게 된 것이다.
양사의 자기자본 합은 7조8587억원이다. 현재 1위 NH투자증권(4조6044억원)보다 3조2543억원 높은 수치다. 사실 상 시장을 재편할 뿐만 아니라 ‘압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실제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인수금 마련 등으로 7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자기자본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하락의 여지는 있으나 향후 이를 웃도는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 관계자는 인수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대우증권 노조 측이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우증권 노조는 “비슷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 간 합병은 자기자본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 시너지는 미미할 것이다”고 주장하며 미래에셋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르게 분석했다. 덩치가 곧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특히 IMF 이후 금융업계는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증권업계의 경우 뚜렷한 마켓리더가 부재해 파이를 나눠먹는 구조로 시장이 유지돼 왔다면서 향후 미래에셋이 국내 증권계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위험한 투자일수록 무엇보다 투자에 대한 ‘노하우’가 바탕이 돼야 하며 고객의 신뢰감을 주는데 자기자본이 또 다른 경쟁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면서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바탕으로 국내에 펀드의 개념을 정착시킨 미래에셋은 향후 대우증권 인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IB 분야에서 이렇다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IB업체인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이 약 2조9000억엔(약 28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IB업계는 1/10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 후 글로벌 IB로 거듭나야 하는 중책을 맡은 것과 다름없다”면서 “산업은행이 지적한 대로 선진금융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야함은 물론 국내 시장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 당초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KB의 우세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가장 많은 금액을 베팅한 곳은 미래에셋이었다. 업계는 승부사로 유명한 박현주 회장(사진 우, 뉴시스)의 결단력이 결국 대우증권을 품게 된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 측은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ROE 1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스카이데일리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의 인수가 국내 증권가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위와 4위의 결합으로 시장을 재편한 만큼 업계 상위 증권사 간 M&A가 촉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24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성명서를 통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정이 글로벌 IB로 나아가려 하는 미래에셋의 진정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자본시장 이노베이터로 성장해 온 미래에셋과 업계 최고인 대우증권의 장점을 잘 결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IB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면서 “저성장·고령화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서 투자 확대가 중요하며 향후 투자활성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한 국민의 평안한 노후준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에셋 측은 향후 본계약 체결 및 대우증권 인수 합병까지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며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ROE 1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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