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말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며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나서면서 2009년 100억원이던 예산은 2012년 219억원으로 늘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MB정부 4년간 한식 세계화 사업 지원에 투입된 돈은 총 931억원이었다. 그러나 2017년을 1년 남겨둔 이 시점에서 한식은 일식이나 중식에 비해 전세계인들에게 백분의 일도 알려지지 못했다. 이처럼 과거 MB정부가 추진했던 한식의 세계화 사업은 철저하게 실패한 사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일부 민간 기업에서 의미있는 한식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분야는 제빵이다. 서약음식인 빵을 한식으로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짜장면과 짬뽕을 더 이상 중식이 아닌 한식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비록 외국에서 도입된 음식이라도 현지화에 성공했다면 그 나라의 음식으로 보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일례로 카스테라에 커스터드 크림을 넣어 만든 생과자인 델리만쥬는 우리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한국’ 음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5년 외식기업 해외진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38개 외식업체는 44개국에 진출해 4656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가장 많은 해외매장을 가진 업체는 779개의 ‘델리만쥬’ 매장을 보유한 델리스다. 뒤를 이어 카페베네(721개), 레드망고(388개), 비비큐(350개), 롯데리아(342개), 뚜레쥬르(210개), 파리바게뜨(194개) 순으로 해외매장을 갖고 있다. 델리스, 비비큐, 롯데리아를 제외하면 이들 업체 대부분은 빵류를 판매하는 곳이다. 특히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는 제빵 전문 기업으로 해외 진출 선봉에 서있는 기업들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 제빵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제패 가능성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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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그룹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업계의 양대 산맥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베이커리 시장이 과포화되고,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지난 2013년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및 뚜레쥬르 매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올해로 3년이 되면서 신규 출점이 가로막힌 국내 제빵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한 해 동안 해외에서 45개의 뚜레쥬르 매장을,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26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뚜레쥬르 “아시아 넘버1 베이커리 브랜드 넘어 글로벌 넘버1 브랜드 도약” 선언
CJ푸드빌은 현재 뚜레쥬르, 비비고, 투썸, 빕스 등 4개 브랜드로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이중 2004년 미국에 진출한 뚜레쥬르가 CJ푸드빌의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다.
뚜레쥬르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다. 뚜레쥬르는 최근 중국 100호점을 개점했다. 지난 2005년 중국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2010년 10여개 매장에서 5년 만에 그 10배인 100호점에 도달했다.
내부적으로 2020년까지 현재의 10배인 1000점 이상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중국 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뚜레쥬르의 2016년 현재 전체 해외 매장수는 217개인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매장이 중국에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는 중국 100개 외에 미국 35개, 베트남 31개 순이다.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하고 있는 CJ푸드빌은 현재 270여 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은 오는 2020년에는 진출국을 15개국으로 늘리고 총 300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뚜레쥬르는 중국 주요 지역에 직영점을 내거나 마스터 프랜차이즈(MF)를 구축해왔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MF를 적절히 이용해 빠른 매장 확대를 꾀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직영 매장 운영 지역은 품질관리를 통해 중국 전역에 균일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뚜레쥬르는 또 중국 베이징의 왕징 소호에 ‘베이징 아카데미’를 개설해 급증하는 전문 제빵인력을 양성중이다.
그러나 해외매장 증가에도 불구하고 뚜레쥬르 해외법인들은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보다 투자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4개 해외법인이 1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자본금 729억원을 전부 탕진하고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해외법인들이 수년째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 자료: 각사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들 회사의 적자에 대한 CJ푸드빌은 해외사업 확대 강화로 맞섰다. CJ푸드빌은 최근 5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후순위 전환사채(영구CB)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CJ베이커리 베트남, CJ베이징, CJ푸드빌 아시아, CJ푸드빌USA에 수혈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뚜레쥬르가 중국 및 동남아시아를 바탕으로 아시아 넘버1 베이커리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넘버1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록 현재 적자를 보고 있지만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사측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뚜레쥬르를 필두로 CJ푸드빌을 맥도날드, 얌, 스타벅스 등과 같이 글로벌 톱10 외식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뚜레쥬르는 한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서 생지를 공급하고,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파는 방식이다. 한국식 빵맛을 해외에서 구현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90% 이상은 한국에서 파는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매장에서는 단팥빵의 인기가 높다. 종교적 이유로 남자들이 술과 담배를 즐기지 않아 단맛을 선호하는 데다가 빵 안에 곡물(팥)이 들어간 빵은 한국의 단팥빵이 처음이라 국내 뚜레류르 매장에서 팔리는 개수보다 훨씬 많은 단팥빵이 팔린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빵의 가능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한국식 빵으로 세계를 노린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1위 제빵기업, 파리바게뜨…2030년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 개점 목표
파리바게뜨는 뚜레쥬르보다 먼저 중국 진출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SPC그룹 내 파리크라상의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로 국내 제빵프랜차이즈 매장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다. 파리크라상은 한국을 넘어 중국에도 파리바게뜨를 동네마다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처음 중국 상하이(上海)에 매장을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총 145개 매장을 열었다. 그동안 중국·프랑스·미국·베트남·싱가포르에 진출한 SPC그룹은 중국에서만 가맹점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는 직영 형태로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가맹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SPC그룹의 중심에는 파리바게뜨가 있다. SPC그룹은 내년 100개 이상 해외 파리바게뜨 매장을 가맹점 중심으로 개점할 계획이다.
SPC그룹의 글로벌 전략 핵심은 고급화·다양화·고품질화·현지화다. 실제로 해외시장 진출 초기 구매력이 높은 상류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고급화 전략을 성공시켰다.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SPC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특화된 메뉴를 개발했다. 그러나 그 비중을 20%로 유지하고 있다. 즉, 80%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한국식 빵인 셈이다.
▲ 자료: 각사 ⓒ스카이데일리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직영점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졌다면 이제는 가맹사업을 본격화해 양적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라 “중국에서 고급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어 가맹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30년까지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개점하고, 해외 진출 국가를 현재 5개국에서 20여 개국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며 “특히 주력 타깃 국가인 중국과 미국에 2000개 이상의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역시 뚜레쥬르와 마찬가지로 해외 법인들이 지속적인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적자는 초기 직영점 진출로 인해 투자 자본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파리바게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두 회사가 적자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해외 진출에 전력을 하고 있는 것은 국내 사정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두 업체가 거의 평정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이 늘어나 신규 진출할 곳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골목상권 침해라는 여론의 비판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신규 출점은 더욱 불가능해졌다. 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는 2012년부터 3년간 3200개 선에서 매장 증가가 멈췄고, 뚜레쥬르 역시 1200개 선에서 정체돼 있다. 매장 확대 가능성이 좁고 규제가 심한 한국 대신 기회의 땅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이들 업체가 눈을 돌린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식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출점이 계속 돼야 성장할 수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이들 기업은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논란에서 벗어나면서 수출을 증대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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