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기자(취재1팀장)
지난해 우리나라 유통·물류업계에는 ‘혁명’으로 불릴 만한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자체 배송시스템인 ‘로켓배송’을 도입한 일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택배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고용한 ‘쿠팡맨’을 통해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단 하루 만에 배송을 완료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초 ‘로켓배송’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긴 배송기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구매를 선택한 국민들은 전자상거래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배제한 ‘로켓배송’을 고민 없이 선택했다. 덕분에 쿠팡의 인기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빛의 이면에 그림자가 드리우듯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인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화물자동차 택배업계였다. 쿠팡의 자체 배송 시스템의 성공에 다른 유통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체배송시스템을 도입해 일감이 줄어들자 이들 택배업계가 반발에 나선 것이다.
택배업계 측은 “상품가격에 이미 배송가격이 포함돼 있어 유상운송이다”며 “이는 엄밀히 따지면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은 “직접 구입한 제품을 ‘무료’로 배송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팽팽한 갈등은 급기야 법정공방으로까지 치달았다. 화물 택배업계가 지난해 10월 “영업용 차량이 아니라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화물을 배달하는 쿠팡의 위법 행위로 손해를 봤다”며 법원에 로켓배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지난 2일, 일시적이긴 하지만 양측의 공방전은 쿠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로켓배송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는지는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 조사와 심리를 거쳐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물업계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결 직후 화물 택배업계는 “본안 소송을 제기해 쿠팡 로켓배송의 위법성을 따져보겠다”며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쿠팡은 “법원의 기각으로 로켓배송 위법성 논란은 끝났다”며 “앞으로 물류업계가 구태의연한 주장을 계속하면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고 맞받아쳤다.
앞으로도 쿠팡과 택배업계의 팽팽한 공방전은 한 동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팽팽한 갈등 양상과 달리 국민 여론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 버린 양상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은 이미 많은 유통업체들이 도입한 자체배송 시스템의 편리성에 익숙해진 상태이며, 이에 쿠팡 측의 손을 들어주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본안 소송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이 위법으로 판결나 편리함이 사라져 버릴까 우려하는 목소리 까지 일고 있다.
지금의 국민 여론을 보면 택배업계가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해 왔다는 것이 드러난다. 바로 물류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택배업계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택배의 단점으로 지목돼 온 ‘신속성’을 개선하지 않고 묵과한 것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해 위법성을 제기한 택배업계 측의 태도는 어찌 보면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해 떼를 쓰는 것으로 비춰진다. 정작 본인들은 로켓배송과 같은 단점을 보완한 서비스를 내놓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반 택배업체가 배송하는 물건을 받기 위해서는 2~3일이 소요된다.
택배업계가 진심으로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고 싶다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사안부터 충족시켜야 한다. 쿠팡의 ‘당일 로켓배송’보다 더 빠른 ‘반나절 배송’ 등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만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쿠팡과의 법정 다툼에 대한 명분과 호응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택배업계는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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