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지난 1896년 매헌 박승직 창업주의 ‘박승직 상점’을 시작으로 올해 창립 121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장수 기업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해왔다. 창업주 시절에는 포목점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했고 2대 시절에는 식음료, 3대에 접어들어 중공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현재의 두산그룹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두산그룹은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형제 경영’으로 유명하다. 박두병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차남 용오, 3남 용성, 4남 용현, 5남 용만 등이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2005년 3남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추대되자 고 박용오 회장은 형제의 비리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벌가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졌다.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 오너일가의 치부가 드러나 일가가 기소 당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당시 두산 사태는 고 박용오 회장의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비극이 초래됐다. 더욱이 지난 2007년 두산은 미국의 건설용 소형 중장비 업체인 ‘밥캣’을 6조여원을 들여 인수했는데,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장비 수요가 급감하면서 현재까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어 두산건설의 위기로 시작된 그룹 전체의 위기감이 고조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사임을 표명하고 그룹 회장직을 박용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을 천거했다. 창립 121년째를 맞은 두산이 국내 재벌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 등을 타개하기위한 두산의 선제 행보라는 평가와 재벌그룹의 후진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두산그룹에 대해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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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창립 121년째를 맞는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이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차기 회장으로는 박용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는다. 이에 그룹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그룹의 향방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형제경영을 하면서 심각한 ‘형제의 난’을 겪은 두산그룹이 이젠 무려 9명의 경영진이 포진한 사촌경영이 시작될 경우 자칫 ‘사촌의 난’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두산그룹이 국내 재벌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박용만 현 회장이 사임을 발표한데 이어 그룹 이사회 의장에 박용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을 천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간 두산이 ‘형제 경영’을 펼쳐온만큼 ‘4세 경영’ 단계에서 ‘사촌 경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두산이 현재 주력 사업부문에서 실적악화와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는만큼 그룹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라는 기대와 함께 재벌기업의 후진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위기 품었다”…박정원 지주부문회장 선임, ‘4세 경영’ 체제 돌입
▲ 자료: 두산그룹 ⓒ스카이데일리
지난 2일 두산그룹 이사회에서 박용만 회장은 회장직에 사의를 표명하고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지주부문 회장을 의장으로 천거했다. 두산그룹의 이사회 의장직은 관례적으로 두산그룹 회장직을 의미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두산은 본격적인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만 회장의 조카이자 박용곤 전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산가 4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로 지목돼 왔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글로넷BU)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30년 동안 두산 상사BG 대표이사,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12년부터 두산그룹 지주회사부문 회장을 맡고 있으며 두산건설 회장,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겸임하고 있다.
두산가 4세인 박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취임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또 박 회장은 두산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연료전지와 면세점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한 이후 2년만에 수주 5870억원을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했고 면세점 사업에도 출사표를 내고 주요 대기업들을 제치고 사업 특허권을 취득했다.
▲ 자료 : 두산그룹 ⓒ스카이데일리
4세 경영에 돌입한 박 회장으로서는 그룹내 산적해 있는 숙제를 해결해야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두산건설의 위기에 이어 그룹의 주력사업인 중공업 사업에서조차 경기침체를 겪고 있어 실적 악화는 물론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약 1조7000억원의 천문학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재계는 우려와 기대 속에 “박 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위기를 몸으로 안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족경영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국내에서 최초로 4세 경영에 돌입한만큼 향후 경영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족벌경영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세습에 의한 부의 대물림이라는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선 위기에 빠진 두산을 정상화시키는 등 경영능력으로 입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공작기계사업 부문 매각과 밥캣 상장 등 두산그룹으로선 모처럼 호재를 맞은 만큼 실적개선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제 경영’ 이어 ‘사촌 경영’ 확대…형제난 이어 ‘사촌의 난’ 우려감 제기
이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두산이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가 4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장자라는 명분이 있지만 나머지 두산가 4세들도 후계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공동 소유, 공동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형제 경영’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경영을 펼쳐왔다”며 “하지만 인화를 강조해왔던 두산마저 형제간 경영권 승계를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어 ‘사촌의 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가 4세로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용성 전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이 있다.
또 박용현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과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현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두산 전무와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두산그룹 ⓒ스카이데일리
박용곤 명예회장의 딸 박혜원 부사장을 제외하고 9명이 후계를 이어받을 수 있는 후보인 셈이다. 이에 두산그룹의 3세 경영이 ‘형제 경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4세 경영이 ‘사촌 경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무게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두산의 이러한 경영 승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가족경영에 한정된 지배구조가 두산의 위기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던 박용만 회장은 미국 건설용 중장비 업체인 ‘밥캣’ 인수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이듬해인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무건전성에 직격탄을 맞았고 그 피해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대주주의 후계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경영을 세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거듭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두산그룹의 위기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산 역시 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겪은 만큼 족벌경영이 낳는 폐해를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후계 세습을 지양하고 경영 능력에 따른 합리적 인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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