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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가 온다<47>]-동물의료수가제
사람 뺨치는 동물 의료비 ‘천정부지·천차만별’
사람 뺨치는 동물 의료비 ‘천정부지·천차만별’
표준 진료 위해 수가부활 여론 높아…공정위 “양질의 진료위해 경쟁 필요”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3-11 02:53:30
 
 ▲ 동물의료수가제는 공정위의 카르텔 금지 정책으로 지난 1999년 폐지됐다. 일부 수의사들과 반려인들은 치솟는 동물의료비를 잡기 위해서는 동물의료수가제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수가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동물병원의 진료실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최근 반려동물 치료비 과다 청구 비판과 함께 ‘동물의료수가제(이하 수가제)’의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반려인을 중심으로 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수가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물병원 관계자들은 고가의 치료비는 수가제와는 관계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에 사는 김모(여, 24)씨은 얼마 전 키우던 8년차 말티즈종의 강아지가 십자인대를 다쳤다.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김양은 수술비 청구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수술비가 근 150만원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람도 자기 뼈를 이용하는 자가건 수술을 받으면 비용이 180만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물 수술비가 사람과 비슷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개나 고양이들이 매달 의무적으로 먹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동물병원에서 구입하면 1만원이 넘지만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1년 치를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며 “같은 약이지만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광견병 예방접종 역시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싼 곳은 접종비가 1만원 전후지만 비싼 곳은 3만원이 넘기도 한다”며 “수술 비용도 비싸고 일반 의약품 역시 병원마다 가격차가 너무 크다”고 전했다.
 
치솟는 동물 진료비 막기 위한 수가제 부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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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가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다음 아고라’ 청원·서명 사이트에는 한 누리꾼이 폐지된 동물의료수가제를 부활하자는 주장을 올렸다. 이 주장은 적지 않은 호응을 얻으며 지금까지 3200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
 
수가제는 질병에 대한 진료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비용을 체계화해 수가를 지정하는 제도다. 사람의 경우 수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가제는 지난 1999년 폐지됐다. 이는 동물병원들의 담합을 막고 자율 경쟁을 통해 병원비 하락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였다.
 
 
 ▲ 동물의료수가제 부활 주장이 점차 큰 힘을 얻고 있다. 다음 아고라 서명·청원 게시판에는 10일 오후 5시 기준 3200명이 수가제 부활 서명했다. 사진은 다음 아고라에 게시된 동물의료수가제 도입 서명 페이지. ⓒ스카이데일리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999년 수가제를 폐지한 것은 동물병원 업계가 아니라 정부 당국이었다”며 “현재도 동물병원 진료비는 자율 경쟁인 상태이며, 만약 담합행위가 적발될 경우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1월 부산시수의사회에서 반려동물 백신 접종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가 담합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약 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례가 있다.
 
이런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반려인들은 수가제 폐지 이후 반려동물 치료비가 내려가기는커녕 더 올라갔다며 수가제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수가제로 반려동물 의료비용을 통제하면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 청원 서명을 최초로 올린 누리꾼 ‘맹꼬꼬와도도피’는 “1999년 이전까지 동물의료보험 없이도 시행됐던 제도다”며 “사람처럼 의료보험료를 내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적정수가를 정해 모든 동물병원이 지키도록 하면 되기 때문에 보험 없이도 시행 가능한 제도다”고 주장했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3월 ‘동물의료제도발전협의회’를 두어 동물의료 표준비용을 연구·조사하고 동물의료 민간보험제도 활성화 등을 자문한 뒤 수가제를 재도입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의료비 치솟는 대표 요인…과당경쟁, 100% 보호자 부담, 부가세 10%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 박수연 대표는 “과당경쟁 상황에 처한 병원들이 소위 몫이 좋은 장소를 원하다보니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며 “투자비를 뽑기 위해 병원들이 고가의 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과잉 및 허위 진료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반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의료비 수준을 정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공정거래위원회(사진)는 지난 1999년 카르텔이라는 이유로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시켰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양질의 동물 진료 서비스를 서로 경쟁시키자는 의도에서 동물 의료수가제를 폐지했고 진료비 기준이 고가로 정해지면 오히려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늘 수 있다”며 수가제 부활을 반대했다. ⓒ스카이데일리
  
과잉 진료비 논란에 대해서 수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 B씨는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이 개설되면 해당 병원은 그 지역의 수의사회를 통해 그 지역의 병원비를 확인한 뒤 비슷한 금액을 책정한다”며 “너무 낮게 책정하면 주변 병원에서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비를 병원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고가 진료비 논란은 전체 수의사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물 진료비가 비싼 것은 동물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 의료보험이 있어서 환자 본인부담율은 25%에 불과하지만 반려동물은 보호자 본인부담율이 100%다. 또한 반려동물 진료비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진료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동환 대한수의사회 과장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가 동물 진료비의 표준 기준을 검토한 바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진료비 담합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김 과장은 “진료비 기준이 없어 수의사들이 반려동물 소유주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진료비 기준은 오히려 수의사들도 원하는 상황이지만 공정위의 반대로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총괄과 과장은 “수가제 폐지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답변하기는 곤란하지만 경쟁을 통해 양질의 동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도로 수가제를 폐지했다”며 “수가제가 부활되더라도 진료비 기준이 오히려 고가로 정해지면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늘 수 있다”며 수가제의 단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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