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붐이 일며 화장품업계가 승승장구 하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잔치 분위기 속 아모레퍼시픽의 남다른 고민이 있다. 자회사 에뛰드의 저가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의 매출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오너가 장녀의 지분이 다수를 차지해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실적향상을 위해 그룹차원에서 애를 쓰고 있으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사진은 에뛰드 플래그십스토어 신논현점. [사진=박미나 기자]ⓒ스카이데일리
화장품브랜드 에뛰드하우스가 최근 2년간 실적부진을 겪으면서 아모레퍼시픽의 효녀 브랜드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뛰드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은 에뛰드로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다.
한류 훈풍을 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5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마냥 웃음 지을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민정 씨가 2대 주주로 있는 에뛰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14년 12월말 기준 에뛰드는 민정 씨가 아모레퍼시픽그룹(80.48%) 다음으로 많은 지분인 19.52%를 보유했다. 민정 씨는 에뛰드뿐만 아니라 이니스프리(18.18%), 에스쁘아(19.52%)의 2대 주주로 아모레퍼시픽의 차기 2세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뛰드는 지난 2006년부터 7년간 단 한번의 역성장 없이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 오다 지난 2013년 매출의 정점을 찍은 이후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 그룹 내 화장품 자회사 중 유일하게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아모레 5대 전략브랜드 잘나가던 ‘공주의 집’…2년 간 나홀로 실적하락
에뛰드하우스는 아모레퍼시픽이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로 육성하는 전략 브랜드 중 하나다. 나머지 브랜드는 ‘설화수’, ‘마몽드’, ‘이니스프리’ ‘라네즈’다. 이번 성적표로 전략 브랜드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실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1997년 론칭된 에뛰드하우스는 빠른 성장속도로 한 때 브랜드숍 3위까지 올라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브랜드와 달리 나홀로 실적이 하락하며 업계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에뛰드의 개별실적은 ▲2012년 매출액 2805억원, 영업이익 234억원, 당기순이익 186억원 ▲2013년 매출액 3186억원, 영업이익 298억원, 당기순이익 195억원 ▲2014년 매출액 2810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당기순이익 44억원 등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는 매출액 2578억원, 영업이익 24억원, 당기순손실 46억원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에뛰드의 실적 저하 원인으로 가맹점 수 감소가 한 몫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정보공개서에 의하면 지난 2014년부터 에뛰드 가맹점 및 직영점 수는 감소했으며 계약해지 건수 또한 2013년(9개)대비 4배 늘어난 4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아모레퍼시픽 측은 에뛰드의 질적 성장을 위한 마트매장 축소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했으며 브랜드 매력도를 증대하기 위해 매장 리뉴얼, 신제품 출시 등 마케팅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뛰드를 제외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요 자회사 매출은 신장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 공시 및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3년 새 67% 성장했다. 이니스프리 또한 2014년 대비 매출이 약 30% 올랐으며 에스쁘아는 약 18%, 메디컬 뷰티브랜드 에스트라(구 태평양 제약)는 약 16% 상승했다.
이에 화장품 업계는 에뛰드의 실적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브랜드 업계의 난립 속 ‘공주’ 콘셉트가 경쟁력을 얻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핑크 도배 공주 마케팅 ‘부담’ 느낀 소비자들…주력 타깃 10대조차 ‘외면’
에뛰드는 ‘Let Your Pink Out’이란 슬로건으로 주요 소비층을 1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잡고 공주 판타지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이런 공주 콘셉트는 2000년대 초반 브랜드숍 포화상태 전까지는 20대 고객을 아우를 수 있었으나 화장품 로드숍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는 2010년부터는 20대 고객은 물론 10대 고객마저 점차 외면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공주콘셉트는 식상하고 부담스럽다는 것이 의견이 많다. 각종 브랜드숍이 밀집돼 있는 명동과 강남역 여대생 및 여고생들이 많은 성신여대 일대 여성 고객들을 취재한 결과 주요 타깃층으로 삼은 10대와 20대 초반 여성들조차 공주 콘셉트에 대해 ‘유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하경(22)씨는 “에뛰드의 틴트나 블러셔(볼터치) 같은 색조제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공주님 콘셉트는 너무 부담스럽다”며 “나이가 많지 않은 나조차 들어갈 때 민망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강아영(18) 씨는 “가격 면에서는 (제품이) 좋지만 너무 핑크색이 많아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꿀템(좋은 제품)은 많으나 케이스 때문에 빛을 못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촌스럽고 ‘유아틱’해보여 (고등)학생 때 이후론 잘 가지 않겠다는 의견과 싸구려 공주풍이 아니라 ‘안나수이’ 같은 고급스러운 콘셉트로 바꿨으면 좋겠다 등 디자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주요 타깃층이 아닌 20대 후반 30대 여성들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어린 연령대의 고객들만 가는 곳 같아 발길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과 제품명도 오글거리는 것이 많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에뛰드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는 “에뛰드의 헤리티지 핑크색의 상징성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며 “하지만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고객 분들의 요구에 맞춰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뛰드는 브랜드 슬로건을 ‘라이프 이즈 스윗(Life is Sweet)’으로 변경해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에뛰드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마케팅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여전히 목소리가 높다. 매출감소는 매장축소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공주마케팅에 대한 본질적인 한계라는 지적이 화장품업계에서 나온다.
코믹 모델 승부수 ‘신선하다’ ‘환상깬다’ 호불호 갈려…타깃 확대 노력
아모레퍼시픽도 에뛰드의 매출감소의 원인을 브랜드 매력 부족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마케팅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25일 개그우먼 김숙을 신제품 모델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가수 혹은 탤런트를 모델로 삼아왔던 것이 화장품 업계의 공공연한 관례였다.
하지만 지난해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유재환 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데 이어 최근 ‘숙크러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우먼 김숙을 모델로 내세우는 초강수를 뒀다. 숙크러쉬란 멋있고 박력 있는 여자를 보고 여성 팬들이 좋아한다는 뜻의 속어 ‘걸크러쉬’와 김숙 이름이 합성된 말이다.
파격적인 모델 선정을 두고 신선하며 화장품 모델의 외모지상주의를 깼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에뛰드 공주콘셉트와 급격한 괴리감이 느껴지고 화장품을 사용함으로써 모델처럼 되고 싶다는 로망에 대한 충족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다수 나타났다.
최보은(21) 씨는 “제품명에도 무리수를 많이 두더니 광모모델에도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김숙 씨는 좋아하지만 에뛰드의 공주콘셉트와는 동떨어져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존 에뛰드의 콘셉트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과 그냥 신기해서 단발성으로 관심을 끄는 홍보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제품만 놓고 봤을 때는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 등이 있다.
이러 소비자 반응에 에뛰드 브랜드 담당자는 “기존 모델 크리스탈에서 김숙으로 변경된 것이 아니라 3월 출시된 신제품만 콘셉트에 맞는다는 판단 하에 김숙을 모델로 선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그우먼 김숙은 특유의 쾌활함과 유머러스한 표정 활기 있는 매력이 제품과 잘 어울리며 최근 ‘숙므파탈’, ‘숙크러쉬’, ‘갓숙’ 등 새로운 별명과 함께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아 모델로 기용하게 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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