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보직을 신설했다. 이 자리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앉았다. 이번 승진으로 신임 총괄사장의 ‘책임경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2월 신세계그룹에서 주목할 만한 인사이동이 포착됐다. 지난 2009년부터 신세계 부사장직을 맡아왔던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 신임 총괄사장의 승진을 의미있게 평가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동생인 그는 ‘여장부’, ‘리틀 이명희’ 등으로 통한다. 지난해 인사를 통해 백화점을 본격적으로 책임지게 되면서 차후 그룹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승진한 총괄사장 자리가 전에 없던 새로운 보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세계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확보하게 되는 등 질·양적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승진이여서 신세계 안팎에서 더욱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였다.
‘24세’ 임원반열 재계 ‘최연소’ 타이틀…디자인 불어넣어 호텔·SPA 업그레이드
▲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뉴시스]
재계 최연소 임원 기록을 보유 중인 정 총괄회장은 백화점과 뗄 수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예술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디자인),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그래픽디자인) 등 학업 전 과정에 걸쳐 예술과 디자인 등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9년까지 몸담았던 조선호텔에서도, 이후 신세계 부사장 재직 중에도 줄곧 디자인을 강조했다.
디자인 경영은 조선호텔을 ‘오래된’ 이미지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마트 내 생활용품 브랜드 ‘자연주의’를 ‘자주(JAJU)’라는 생활용품전문 SPA 전문매장으로 변화시킨 것 역시 그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자연주의는 이마트가 지난 2000년 내놓은 자체브랜드였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의 손끝에서 자주란 이름으로 탈바꿈하며 소속도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옮겼다. 현재 자주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라이프사업부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주의 전국 매장 수는 총 148개다. 이중 89.9%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자주의 첫 플래그십스토어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이래 점차 이마트를 벗어나는 추세다. 현재 자주는 대형마트 133개소를 제외하고 백화점·상설점 등에 15개 매장을 출점한 상태다.
▲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그룹의 ‘디자인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 생활용품 전문점 브랜드 ‘자연주의’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라이프사업부로 이관시켜 ‘자주(JAJU)’란 이름의 SPA 전문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진은 가로수길에 위치한 자주 플래그십 스토어 ⓒ스카이데일리
백화점·면세점 등 외형 커질수록 드러나는 ‘존재감’…은둔경영하다 벌금맞기도
정유경 총괄사장은 오빠 정용진 부회장과 사뭇 다른 경영스타일로 유명하다. 인문학을 강조하며 강연자로도 나섰던 정 부회장이 활발한 SNS활동 등을 통해 제품홍보에도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드러나지 않고 묵묵히 본업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은둔 행보 탓에 지난 2013년에는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2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가 ‘대기업 빵집의 골목침탈 논란’과 관련해 정 총괄사장을 출석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나오지 않아 검찰에 고발됐다. 이 일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 총괄회장이 신세계 백화점사업의 선봉에 서 있는 만큼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그 존재감도 함께 커져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신세계는 백화점·면세점 등에서 외형성장이 기대되는 한해기도 하다.
신세계는 강남점 증축 및 리뉴얼 공사를 지난 2월 마쳤다. 재개장 초반 이곳에는 하루 평균 20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두 배 가량 많은 수치다. 자연히 매출 상승으로 연결됐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재개장 초반 1주일 간 전년 동기대비 53%의 매출신장을 이끌었다.
강남점은 신관 6개 층을 증설해 영업면적을 기존 5만5500㎡에서 8만6500㎡로 확장했다. 규모로 따지면 기존 최대였던 롯데백화점 본점을 넘어섰다. 신세계는 이곳을 3년 내 매출 2조원 달성 매장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3월에는 부산 센텀시티점 B관을 오픈했다. 이로서 센텀시티점은 기존 13만1901㎡에서 19만8462㎡로 50% 늘어나게 됐다. 이곳은 당초부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이 밖에도 5월 신세계 시내면세점, 6월 백화점 김해점, 9월 하남 유니온스퀘어, 12월 대구점 등의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백화점 사업의 규모가 커져가면서 자연스레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 또한 윤곽을 잡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나눠 경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 및 면세점 사업 등에도 깊숙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매가 러닝메이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 전반을 맡고 이미경 부회장이 CJ E&M 등 일부 계열사에 집중했던 CJ그룹의 전례처럼 동반자적 성격이 짙은 ‘남매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그룹 내에서 보유한 지분율이 정 부회장에 비해 못 미치는 등 오빠를 제치고 그룹의 유일 후계자로 도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맡고 있는 백화점에 주력하며 정 부회장을 보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명희 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등 오너일가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함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양 사에 대한 동일한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이 각각 18.22%, 7.32%, 2.51%의 지분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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