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는 ‘노인안전 종합대책 공청회’가 열렸다. 국민안전처가 개최한 이번 공청회의 목적은 내달 말께 발표될 종합대책 수립에 앞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인구 고령화와 노인의 사회적 활동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전문가 등 17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노인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안전처 측은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행 운전면허 갱신주기는 65세를 기준으로 미만은 10년마다, 이상은 5년마다 실시하게 돼있다. 여기에 70세 이상의 경우 갱신주기를 3년으로 신설하겠다는 것이 이번 공청회의 결론이다. 또한 ‘형식적인’ 적성검사 기준을 강화해 야간 및 동체시력, 청력, 치매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노인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역시 지금은 자율적으로 하고 있지만 면허갱신 때마다 3시간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처럼 강한 규제안이 논의된 까닭은 전체 교통사고는 줄었지만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선진국들의 경우 70세 이상 운전자들은 3년마다 갱신하게 돼 있으며, 미국의 경우 2년마다 도로주행시험을 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하는 분위기다. 고령기사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실상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승객들의 반응은 다소 다르다. 그동안 고령운전기사들로 인해 안전 등에서 불만이 있었다는 반응을 내비친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번 정부의 공청회에 맞춰 일선 택시기사들과 승객들의 반응 등을 알아보고 이를 현장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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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운전면허를 소지한 70대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적성검사 빈도와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택시업계는 불만이다. 현재 국내 택시업계는 고령화현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전국택시운전자 중 60대 이상은 41.9%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 2011년 24.5%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그만큼 고령화 진행이 빨리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은 서울 신림역 인근의 택시 대기지역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노인 운전면허 강화정책에 따라 택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부 기사들은 이번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택시 죽이기’란 주장을 하고 있다. 전체 택시기사 중 40%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운전자이기 때문이다.
고령운전자들은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은 노인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고령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를 타며 불편·불안감을 경험했던 승객들이 ‘안전’을 이유로 정부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을 보이고 있다.
노인운전자 4년만 1.6배…전국 택시운전자 41.9% ‘노인’ 80대 운전자도 238명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교통사고 발생 빈도가 줄었음에도 노인운전자가 내는 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추산에 따르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노인 수는 지난 2011년 145만명에서 지난해 229만명으로 불과 4년 만에 약 1.6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중 60대 이상 운전기사가 차지하던 비율은 지난 2011년 24.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1.9%로 17.4%p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의 경우 9만9456명의 기사가 집계돼 50대(11만894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70대는 2011년 8473명에서 지난해 1만7385명으로 늘어났으며 80대도 같은기간 130명에서 283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문제는 50대가 가장 높은 기사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급격한 택시운전업계의 고령화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기준 20·30·40대 운전자는 각각 289명, 4997명, 3만8081명을 나타냈다. 40대 이하 택시운전자의 비율은 전체의 15.5% 불과했다. 이번 정부의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강화에 대해 기사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생계직결…조심히 운전하면 괜찮아” vs “택시비 오르는데 서비스·안전 확보해야”
▲ 자료: 국민안전처 ⓒ스카이데일리
이곳에서 만난 두 기사는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나 마치 오래된 사이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이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강화에 대해 묻자 70대 운전사 A씨는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A씨는 “내 나이가 올해로 71살이지만 큰 사고 없이 30년 가까이 안전하게 택시운전을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단순히 빈도만 잦아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신경 같은 것을 검사한다는데 이는 노인들의 면허를 빼앗고 나 같은 노인택시기사를 내 쫓으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50대 운전기사 B씨도 거들었다. 택시경력 17년차라는 B씨는 “50대에서 70대 초반의 택시기사들 중 상당수는 IMF로 인해 운전대를 잡기 시작한 사람들이다”면서 “나 역시 그중 한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운동신경이 떨어지고 퇴화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지만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어떻게 운전대를 놓을 수 있겠느냐”면서 “마땅한 해결책 없이 나이 드신 분들의 운전면허증을 뺏으려는 정부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점차 대기하는 택시의 줄이 길어지는 듯 했다. 신림역 5번출구에서 봉림교 방면의 도로가는 택시들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유하고 대기하며 손님을 태우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두운 밤거리의 네온사인이 택시 창 위로 선명하게 반사됐다. 그리고 그 뒷편 기사들의 얼굴에는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오는지, 또 오늘 얼마나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하는 듯 했다.
대다수의 기사들은 비교적 젊어보였다. 통상 50대 초·중반 안팎이었다. 대기하는 이들의 차창에 다가가 노크를 하면 대다수 기사는 손님이라 생각해 반갑게 창을 내렸다. 하지만 기자라고 밝히고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창문을 재차 올리기 일쑤였다. 이마저도 몇 차례 반복하자 뒤차들은 창문조차 열지 않고 기자를 외면했다.
택시 행렬의 맨 앞자리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 C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인천 부평을 가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통해 예약한 인천택시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조치를 칭찬했다.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 자료: 교통안전공단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C씨는 “저희 아버님이 올해로 85세신데 80대로 접어든 이후 운전대에서 아예 손을 놓으셨다”면서 “사업 때문에 70대 중반까지 현업으로 뛰셨는데 그 때도 줄곧 운전하기가 ‘점점 겁이 난다’고 하셨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물며 개인운전자인 저희 아버지도 그 정도인데 운전을 업으로 하는 고령의 택시기사들의 불안감은 오죽하겠느냐”며 “하지만 나이를 떠나 택시 자체는 엄연히 대중교통보다 비싼 값을 치르는 서비스업종인데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시 되려면 고령 운전자들을 향한 강도 높은 제제가 있어야 한다”고 본인의 생각을 피력했다.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행인 D씨는 실제 본인의 사례를 빗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하루는 택시를 탔는데 정말 초고령의 기사분이셨다”면서 “이른 출근이라 택시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탑승했으나 운전이 너무 위태위태해 개봉동에서 양재동까지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D씨의 일행 중 한사람인 E씨는 “택시기사들의 생계가 걸렸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는 하나 대부분의 승객들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다”며 “실제 택시비는 줄곧 올랐는데 과연 택시 서비스의 질적 상승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만약 승객들이 평소 택시기사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면 이번과 같이 택시기사들에게 피해가 갈만한 사안에 대해 택시기사 편을 들어줬을 것이다”며 “업계에서 제목소리를 내고 승객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서비스 향상이 선결조건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승객지적 옳아, 운전 겁나는 것 사실”…“생계감안 현실적인 대책 나왔으면”
승객들의 지적에 대해 기사들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묻기 위해 이튿날 재차 기사들과 만나봤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기사식당을 찾았다.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바 있어 기사식당인 이곳에 실제 택시기사는 단 한명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기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70살이 채 안됐다고 소개했다. 최근 정부의 발표와 이에 대한 다른 기사들의 반응 그리고 승객들의 반응에 대해 차례로 소개한 후 노기사의 생각을 물어봤다. 한참을 뜸들인 그의 첫 대답은 “모두 옳다”였다.
그는 “택시운전대를 잡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최근 1년 새 급격히 눈도 침침해지고 몸이 안 좋아져 운전대 잡기가 점점 겁이 난다”면서 “하지만 나 역시 놀 수 없고 생계를 위해 이렇게 운전대를 계속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랜 기간 운동을 게을리 하고 택시운전만 하다 보니 하체가 부실해져 다른 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노인 운전자가 분명 여러모로 젊은 운전자들에 비해 위험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 같은 상황을 정부가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70세 이상 고령자 면허갱신 도입과 관련해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기사들의 지적과 달리 승객은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일부 고령운전자들은 실제 승객들의 지적대로 “운전이 점차 겁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불친절이 결국 제 발목을 잡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택시기사들이 가스를 충전하고 휴식을 취하는 양화대교 남단의 한 충전소 전경 ⓒ스카이데일리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양화대교 남단 가스충전소를 찾았다. 서부권에서 제법 규모가 큰 가스충전소인 만큼 20대 남짓의 택시기사들이 가스를 충전하거나 한 쪽에 주차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부분 50대 안팎의 비교적 젊은 기사들이었으나 더러 고령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는 기자임을 밝히고 질문을 하자 답변을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귀찮거나 할말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다 한 기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게 역시 이번 정책 취지 및 방향 그리고 이에 대한 동료기사들과 손님들의 반응 등을 차례로 들려준 후 개인적인 생각을 물었다. 그 역시 기사들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택시업계 내부의 자정 움직임이 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우선 택시기사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우선이라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정부의 이번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기사들끼리 패거리를 만들어 동료기사들을 못살게 굴고 승객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는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이는 누구나 먹게 돼 있는 만큼 이번 정부의 적성검사 강화방침 예고는 전체 택시기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정부도 해당 정책이 택시기사 전체에 사활이 걸릴 수도 있음을 감안해서 유연하고 탄력적인 집행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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