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는 최초의 주공아파트다. 대단지 아파트 시대를 열며 원조 부촌으로 명성을 날렸다. 여전히 이곳은 법조인, 교수, 의사 등 고소득층 전문직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인근에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이 있어 역세권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역세권 상권의 성격은 전혀 없는 곳이다. 대신 3590세대를 바탕으로 한 근린상권적 성격이 뚜렷하다. 해당 지역은 학원과 외식업종이 발달했으며, 주고객층은 중·장년층이다. 20~30년 이상된 노포(老鋪), 젊은 주부들을 위한 반찬가게, 편의점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동네슈퍼 등이 노선상가 1층을 차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40여년 역사의 구반포역 노선상가 상권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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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입주가 시작된 지 40여년이 지난 반포주공1단지는 국내 최초 주공아파트다. 아파트와 함께 생겨난 노선상가는 지상 3층 규모다. 1층에는 음식점 및 소매점이 있고, 2층과 3층에는 학원이 입점했다. 상권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들이 많았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반포동에 있는 반포주공1단지(이하 1단지) 상권은 노선상가에 형성돼 있다. 노선상가는 아파트와 함께 태어나 발전하고 변화됐다.
1단지는 1973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국내 최초 대규모 주공아파트다. 이곳은 총 3590세대로 구성됐다. 단지 초입에는 노선상가가 길게 뻗어 있다. 1970년대 생겨난 노선 상가는 요즘에는 보기 힘든 건물 형태다. 가로변을 따라 선형으로 배치돼 있다. 강남 개발 당시 부족했던 근린생활시설 및 편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주거지와 상업시설을 동시에 건설했다.
준공 당시 1층은 상가로 2~3층은 주거지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후 전층이 상업용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이곳은 현재 대부분 학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반포로와 마주한 노선상가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낡았다. 간판은 정렬되지 않은 채 뒤죽박죽이었다. 건물 뒤편에는 1970~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오래된 간판도 있어 이곳이 40년이 넘은 상권임을 알려줬다.
외식 이용 잦은 고소득 전문직 주민…상인들 “경기불황 느낀 적 별로 없다”
▲ 노선상가 상권은 1980년대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강남 개발로 주변 상권 이 커지면서 주춤거렸다. 그러나 ‘피노키오’, ‘반포치킨’, ‘삼계탕 마을’ 등 거주민 상대로 하는 오래된 가게들이 상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상인 및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노선상가 상권은 1980년대 최고전성기를 누렸고 강남 일대 다양한 상권이 생기면서 주춤했다. 현재는 거주민 등 단골 고객 위주로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
세화고·세화여자고등학교 옆 ‘피노키오’는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동네 서점이다. 지난 30년 간 대를 이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점이다. 일반 단행본보다는 학부모·학생·교사를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제공하고 있다.
하교 시간이 되자 길거리에는 많은 학생들이 지나다녔다. 그러나 1층 상가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피노키오 대표는 “이곳은 점점 학원가로 특화된 곳이지만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은 많지 않다”며 “1층 음식점의 손님들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터줏대감 점포가 많은 편이다. 피노키오 서점 외에도 동아상회, 반포치킨, 삼계탕마을은 최소 2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했다. 이중 가장 유명한 곳은 업력 40년의 ‘반포치킨’이다.
저녁 6시가 되자 반포치킨 매장 안 테이블은 고객들로 가득 찼다. 치킨집에서 나온 일본인 유키오(30) 씨는 “마늘치킨이 맛있어 가끔씩 사먹는다”며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워낙 유명한 곳이라 저녁시간부터 단골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반포치킨보다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삼계탕마을’ 역시 업력 27년을 자랑한다. 오해술(69) 대표는 34년간 이곳에서 살고 있는 거주민으로 이곳 사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변 고속터미널 상권 등이 발달하면서 과거보다 상권력이 축소됐다. 다만 단골 손님들이 많고 한강공원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평일에는 주부들이 많고 주말에 가족단위 주민들이 가게를 찾고 있다”며 “고객들은 교수·의사 등 소득수준이 높다. 이들은 외식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경기불황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포들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개월 된 떡볶이집과 디저트 카페는 최근 생긴 점포다.
반찬cafe ‘미도반’은 문을 연 지 1년 됐다. 추지영(60) 대표는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구반포역에서 일을 했다”며 “이 지역에 웰빙을 고려한 밥집이 없다는 것에 착안해 밥과 차를 함께 즐기면서 반찬까지 구입할 수 있는 미도반을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추 대표에 따르면 고객 반응이 좋아 단골이 늘었다. 고객층은 주로 40~50대 주부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60~70대 노인층도 곧잘 찾아온다.
미도반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반찬을 만들 시간이 별로 없다”며 “맛이 어떨지 궁금해서 오늘은 육개장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강남 한복판 40년 된 동네슈퍼…전성기 그리워도 점포는 유지돼

▲ 노선상가 상권에는 반포동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노포가 많다. 40년 간 장사한 동네 슈퍼마켓 대표는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는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정육점, 야채, 과일 가게 등도 운영하며 고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개인 아이스크림 전문으로 8년 간 영업을 이어온 점포도 있다. ⓒ스카이데일리
‘동아상회’는 업력 40년의 동네슈퍼마켓이다. 신반포로를 사이에 두고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마주하고 있다. 맞은편 대로변에 편의점이 두 곳이나 있음에도 동아상회는 장사를 유지하고 있다.
동아상회 대표에 따르면 1단지 노선상가의 전성기는 1970~1980년대였다. 그는 “당시에는 1981년 강남고속터미널이 개장한 것과 상관없이 동네 주민만 상대해도 장사가 잘됐다”며 “1980년대 초반에는 슈퍼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정육점, 야채, 과일 가게를 운영할 정도로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현재 그는 다른 점포는 다 정리하고 15평 규모의 슈퍼 하나만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5평을 막아 반찬가게에 임대를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영업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아이스월드’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다. 베스킨라빈스나 나뚜르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아이스크림만 판매하면서 8년 동안이나 매장을 유지했다.
아이스월드 대표는 사업자인 동시에 지난 30년 동안 반포동에서 살고 있는 주민이다. 그는 “초기 아이스월드는 프랜차이즈였지만 프랜차이즈 본사가 없어지면서 우리 점포만 독립점포로 남았다”며 “평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지역주민에 의존해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1층 12~15평 점포 기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30만원, 권리금 4000만~5000만원이다. 그러나 권리금은 위치에 따라 달라져 1억원에 달하는 점포도 있다. 1층의 매매가는 평당 1억원 수준으로 15평 점포의 경우 15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반면 2층과 3층 학원용 점포의 임대료는 1층의 절반 수준이다. 32평형 기준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는 200만원 수준이다. 권리금은 학원에 따라 상이하다. 매매 가격은 평당 5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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