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摩天樓)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초고층 빌딩을 세우면 국가든 기업이든 위기가 온다는 가설이다. 1931년 미국 뉴욕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이 들어선 시점에 대공황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곤욕을 치루고 있는 롯데그룹을 두고 마천루의 저주가 회자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이후 ‘마천루의 저주’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비즈니센터가 ‘돈 먹는 하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부지 마련을 위해 이미 10조5500억원이라는 고액의 돈을 배팅했다. 공공기여금 1조7491억원 말고도 건설비로 2조5700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초고층 빌딩은 건축비와 유지·관리 비용이 높다. 업계에서는 미래차 개발을 현대차그룹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을 보고 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카·스마트카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할 자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그런데 개발자금과 미래를 대비한 유동성 자금이 자칫 부동산 개발에 묶여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삼성동 부지를 재매각하고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글로벌비즈니센터 건립 추진 이후 주가 하락과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현황을 진단했다.
|
▲ 현대차그룹(사진)은 6월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 종료 후 내수 판매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국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1% 감소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선방했으나 전체 시장에서 2% 줄어 하반기 위기설이 대두됐다. ⓒ스카이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외우환에 직면했다. 마천루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수 부진과 해외 판매 감소로 올해 판매량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목표치를 820만대에서 813만대로 낮춰 잡은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 판매량이 2.4% 감소해 이 같은 목표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7월 판매 실적…국내 지난해 동기 대비 20% 급감, 해외도 2% 감소
하반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7월 판매실적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 4만7879대, 해외시장에서 29만1394대 등 총 33만9273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국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1%, 해외 판매는 2% 줄었다.
직전월인 6월과 비교하면 판매량 감소폭은 더욱 커진다. 대비 내수부문(6만9970)은 31.6%, 해외판매(37만5051)는 22.3% 감소했다. 내수와 해외 판매를 합쳐 총 23.8% 줄었다.
기아차도 7월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7월 내수판매는 4만4007대로 직전월(5만2506)에 비해 16.2%, 전년 동기(4만8202)에 비해 8.7% 감소했다. 7월 해외판매는 18만5000대로 직전월(21만5470)에 비해 14.1%, 전년 동기(18만6312) 대비 0.7%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4일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근무일수 감소, 생산차질 등의 영향으로 국내 판매가 줄었다”면서 “향후에도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고 지속적인 판촉 활동을 이어나감으로써 국내 시장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내수 절벽을 막고 수출 부양을 위해 지난해 8월 27일부터 지난해말까지 약 4개월간 한시적으로 5%에서 3.5%로 개소세를 인하한 바 있다. 이후 6월까지 한 차례 기간을 연장했다.
개소세 인하 중단 이후 국산차 메이커 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이 현대차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7월 내수 판매량(수입차 제외)은 12만1144대다. 현대차는 7월 4만7879대를 판매해 전월 6만9970대 대비 31.57% 감소했다.
판매량 감소로 내수판매 점유율이 6월 43.4%에서 7월 39.5%로 떨어졌다. 내수판매 점유율이 전월대비 3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해외 판매 부문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기아차는 7월 해외시장에서 국내공장 수출 8만1224대, 해외공장 판매 21만170대 등 29만139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한 수치다.
우선 러시아가 우울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러시아 시장에서 총 13만410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가 줄었다. 같은 기간 브랜드별 매출실적을 보면 현대차가 전년 동기 보다 19.0% 급감한 6만4334대를, 기아차가 동 기간 8.5% 줄어든 6만9766대를 각각 기록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지속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데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12년 294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판매량은 160만대로 뚝 떨어졌다.
러시아 시장이 위축되자 정몽구 회장은 최근 러시아를 찾았다. 정 회장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방문해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중국 시장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반등에 실패하며 2년 전 대비 1.7%포인트 점유율 하락을 기록했다.
최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올해 상반기 각각 52만2800대(4.6%)와 28만5600대(2.6%)를 팔아 양사의 합계 점유율은 7.3%을 기록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2014년 상반기 9.0%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 점유율이 반기 기준 5%에 못 미친 것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더군다나 후발주자인 중국 토종 브랜드가 현대·기아차 지위를 위협했다. 창안자동차는 올 상반기 점유율 5.6%를 차지해 현대차를 추월했다. 현대·기아차는 성장하는 창청, 지리, BYD 등 중국 브랜드들로 인해 중국 시장 내 입지가 줄었다.
▲ 정몽구 회장은 최근 유럽시장 점검에 나섰다. 매출이 급락한 러시아 현지 공장(사진)을 가장 먼저 찾아가 “러시아시장에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며 “시장이 회복됐을 때를 대비해 지금 우리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사진=현대차]
미국과 유럽 시장 선전해도 ‘불안’…부가가치 낮은 중·소형차 중심 고착화
현대·기아자동차가 선전한 곳은 미국시장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모두 7만5003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7만7013대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기아차는 총 5만9969대를 팔아 7월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효자’는 소형차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다. 현대의 액센트(한국명 베르나)는 지난달 7046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8% 증가했다. 기아의 리오(한국명 프라이드)와 포르테(K-3)는 각각 지난달 각각 3331대와 1만303대씩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9.6%, 30.9% 올랐다.
현대차 SUV 차량 투싼과 싼타페는 각각 7728대와 1만4336대가 팔려 지난해 동기 대비 97.7%와 23.0% 증가했다. 기아 스포티지는 8111대가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53.3% 늘어났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중형차와 대형차 부문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쏘나타는 지난달 2만635대가 판매돼 작년 같은 기간(2만3917대)보다 13.7% 감소했다. 기아차 옵티마(한국명 K5) 판매량도 22.6% 감소한 9780대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 에쿠스·제네시스·그랜저(수출명 아제라) 등 대형세단 판매량은 기대에 못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그랜저(HG) 6695대, 제네시스(DH) 2만3074대, 에쿠스(EQ900) 2194대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동 기간 그랜저 3048대, 제네시스 7천937대, 에쿠스 63대가 수출됐다. 전년 대비 각각 54.5%, 65.6%, 97.1% 감소했다.
중대형차 부분 실적 약화로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업체 차량 한 대당 수출 단가(총수출 금액/총수출 대수)가 작년 상반기 1만4400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만4200달러로 하락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3분기 미국에 출시 예정인 G90과 연말 출시하는 그랜저의 수출이 내년 상반기 본격화되면서 수출 단가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기아차는 유럽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유럽에서 49만1000여대를 판매, 12.3% 성장했다. 이는 전체 유럽시장 성장률(9.1%)보다 3.2% 포인트 높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유럽에서 89만1000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효자는 SUV와 소형차였다. 올해 상반기 투싼이 8만2498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47.5% 상승했다. 스포티지는 7만7970대가 팔려 39.2% 증가했다. 소형차는 유럽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기아차 모닝과 프라이드가 대표적이다.
반면 그랜저, 제네시스 등 대형차의 수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럽에서 현대·기아차는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대중차 브랜드로 인식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의 수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사이에서는 도요다·폭스바겐·GM 등에게는 인지도와 기술력에서 밀리고, 중국이나 인도의 신흥 자동차 메이커에게는 가격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방인 내수 시장에서는 외산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5위 자리를 유지했다. 전 세계 511만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이 1위를 차지했다. 토요타는 499만대로 2위, 르노닛산 3위, 제너럴모터스(GM) 4위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중국과 러시아 시장 철수설…“지금은 선택과 집중할 때”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5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시장 철수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다.
최근 러시아가 경제 위기를 겪자 지엠(GM)과 중국의 장화이 자동차(JAC)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유가 하락이 가장 큰 문제다. 국제 유가는 최근 4개월 만에 다시 40달러가 붕괴됐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 기조가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물가와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메리트가 줄어드는 시장이다. 이미 일부 글로벌 제조사들은 동남아로 제조 공장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자국 메이커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높은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않고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남기 어렵다”며 “선진국 시장에서도 통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개발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