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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현장]-겉도는 ‘학원비 외부표시제’ 르포
교육1번지 대치동에선 지금 ‘교육부 까막눈’ 분분
가격 강제표기제에 학원들 코웃음…부모들도 비용보다 선생 먼저 ‘유명무실’
변효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9-06 13:25:53
▲. 학원비 외부표시제가 내년 전국 시행을 앞두고 지난 7월 1일부터 서울에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상담을 받아야 정확한 학원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오후 5시 학원 건물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학원가. 거리에는 여느때처럼 큰 가방이나 캐리어를 끌고다니는 학생들과 이들을 태우러 오고가는 학부모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보였다.
 
학원 입구마다 기존에는 없었던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A4크기 용지에는 반당 정원, 총 교습시간, 교습 기간, 교습비 등이 적혀있다.
 
이곳 한 학원 관계자는 프린트물에 대해 묻자 “정부에서 붙이라고 하니깐 붙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한 건물에 많은 학원이 있는 경우에는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있기 때문에 외관상 보기가 안 좋다”며 “건물주들 역시 싫어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치동 학원들은 이렇게 학원 건물 입구나 정문 앞 등에 학원비를 게재한 표를 부착하고 있다. 학원비 외부표시제가 내년 전국 시행을 앞두고 지난 7월 1일부터 서울에서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원비 외부표시제는 교습비 등을 주·출입구 주변, 창문 등에 게시·부착해 학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학원비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 보장 △학원 간 건전한 가격경쟁 △사교육비 경감을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학원은 이를 위반시 과태료와 벌점이 부과된다. 서울시의 경우 1차 적발 시에는 과태료 50만원에 벌점 10점, 2차는 과태료 100만원에 벌점 20점, 3차는 과태료 200만원에 벌점 30점이다. 벌점은 2년간 누적 관리돼 31점 이상 누적되면 ‘교습정지’, 66점 이상 누적되면 ‘등록말소’ 처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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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 “그냥 무시하세요”…게시된 금액과 다르고 기준도 애매한 학원비
 
 ▲ 한 학원 외부에 있는 교습비 안내문 ⓒ스카이데일리

학원비 외부표시제는 강력한 처분과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일선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불하는 가격과 옥외에 게시된 비용이 다른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지난 3일과 4일 ‘대한민국 학원의 메카’라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취재한 결과, 명시된 금액과 실제 학원비가 다른 학원들이 다수 발견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종합학원인 A학원은 외부에 게재된 학원비 외 교재비와 급식비 등을 명목으로 부대비용을 요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원은 교습비 게재 시 교재비나 급식비도 기타경비 항목에 적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A학원이 요구한 항목은 부당한 것이다.
 
인근 종합학원인 B학원 역시 외부 가격표에 게재되지 않은 금액을 요구했다. 학원 관계자는 “외부 가격은 교육청의 기준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단과 학원 경우 ‘수학1, 수학2, 수학3’식 애매한 기준으로 학원비를 게시한 경우도 있다. 수학·과학 전문학원인 C학원은 과목별로 수학1, 수학2 등으로 학원비를 표시했다. 금액은 월 10만원 초반부터 30만원 후반까지 다양했다.
 
인근에 위치한 수학전문 D학원에서는 ‘1, 2, 3’ 대신 ‘A, B, C’로 수업료를 구분했다. 교습비는 20만원 후반대부터 50만원 후반대까지 많았다.
 
학부모는 사실상 본인이 얼마나 학원비를 내야 하는지 외부에서는 사실상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금액 차이도 20만원~30만원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상담을 받아야 정확한 학원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학원비 외부표시제 시행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교육비 안 따지는 부모에 학원들도 호응 없어…사교육비 경감 취지 무색
 
학원비 외부표시제 실효성 문제는 가격을 명시한 학원에 다니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치동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원을 선택할 때 학원비가 최우선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표시가 사실상 의미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학부모 손모(56·여)씨는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며 “학원비는 공산품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중학교 3학년부터는 입시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선생님을 따라가지 절대 가격을 보고 학원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까지 수험생 자녀가 있다던 김모(53·여)씨도 “물론 비용에 민감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치동은 다른 지역보다 수강료가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고 다니는 곳”이라며 “학부모들은 학원비 차이에 민감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대치동 학원가로 자녀를 보내는 학부형들은 학원비보다는 유명 강사와 시스템에 의해 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원비 외부표시제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대치동에서 G수학학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학원 외부에 비치된 가격을 보는 사람도, 물어보는 사람도,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다”며 “학원비 외부표시제가 뭔지도 모르는 학부모들이 대다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원장은 “교육청 기준 단가가 정해져 있어 학원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학부모들도 학원비보다 교육적 내용이나 효과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주장하는 사교육 억제나 수강료 인하 효과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인근 H학원 관계자 역시 “학부모의 반응은 (옥외 학원비 게시표가) 있으나 없으나 할 정도로 체감도가 낮다”며 “(교습비는) 보통 내원해 상담을 받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편이지 학원 앞에서 교습비를 확인하는 학부모들은 없기 때문에 시행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학원 선택 시 가격에 민감한 편이냐는 질문에 “학원이 일반 옷가게는 아니지 않냐”며 “학부모들은 교육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에 대해 들은 뒤 가격을 묻는 편이지 학원비부터 묻는 학부모들은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법안의 시행처인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비 외부표시제 실효성 논란에 대해 “학원비에 구애받지 않는 대치동은 특수한 경우이지만 전국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분명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부산 같은 경우는 학원비 외부표시제가 도움이 된다는 학부모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국적으로 보면 학원비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이를 비교함으로써 사교육비가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할 당국인 서울시 교육청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원들이 교육청에 올라온 금액과 달리 학원비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외부에 학원비를 표시해두면 소비자가 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가 줄어들어 사교육비 경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물론 학원비에 민감하지 않은 학부모도 있겠지만 가격에 민감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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