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과 2년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농심은 라면시장 점유율 64.3%를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계속했지만 지난해부터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60% 선이 무너지고 올 상반기는 54.1%로 뚝 떨어져 사실상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사진은 오뚜기(왼쪽)와 농심 본사 ⓒ스카이데일리
오랜 기간 국내 라면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 온 농심과 그 뒤를 바짝 쫓는 2위 기업 오뚜기에 대한 평판이 최근 엇갈리고 있어 여론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농심과 오뚜기 양사는 모두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장기간 꾸준히 팔는 인기제품)’로 불릴 만한 주력 제품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품 중 신라면·안성탕면·짜파게티·너구리 등 다수의 주력 제품을 보유한 농심은 진라면 등을 보유한 오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해 왔다. 덕분에 업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차례 벌어진 신제품 대결에서 두 회사의 입지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두 기업이 맛이나 특징이 거의 흡사한 제품들을 비슷한 시기에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오뚜기 제품이 농심 제품에 비해 소비자들의 선호도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신제품 대결에서 오뚜기 쪽으로 승기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판이다.
결국 두 기업의 신제품 대결 양상은 경영을 맡고 있는 수장의 대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신제품 출시 만큼은 각 기업의 수장들이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농심의 박준 대표이사와 오뚜기의 이강훈 대표이사 중 후자의 손을 들어주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라면 시장 전통의 강자 농심, 신제품 대결에선 신흥강자 오뚜기에 열세
최근 시중의 대형마트 라면코너는 농심과 오뚜기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기업의 제품이 사실상 대형마트 라면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시중 대형마트의 라면 코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양사 모두 부대찌개 콘셉트의 신제품 라면을 발표한 터라 경쟁 분위기는 특히 남달랐다. 지난달 1일 농심은 2011년 단종 됐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리뉴얼 버전을, 같은달 12일 오뚜기는 ‘부대찌개라면’을 새롭게 내놨다.
▲ 라면업계 다크호스로 부상한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4년 18.3%에서 올 상반기 23.2%로 급증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양재점 라면코너에 진열된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과 오뚜기 ‘부대찌개라면’ 모습 ⓒ스카이데일리
각 마트 라면코너에서는 양사가 경쟁적으로 사은품·쿠폰 지급, 시식코너 운영 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농심은 햄·치즈 등 다양한 건더기와 사골육수의 깊은 맛을 무기로 내세웠다. 반면 오뚜기는 발효액상스프의 깊은 맛과 타사 제품대비 푸짐한 건더기를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마트 양재점의 라면 코너를 둘러보던 중 오뚜기 부대찌개면을 시식한 40대 주부가 곧바로 제품 5봉지를 카트에 담는 모습이 보였다. 강남구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서희숙(가명)씨는 “한 입 먹어보고 맛있어서 구매를 결정했다”며 “요새 오뚜기 제품이 유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곳 라면코너의 판촉사원 채영진(가명)씨는 “이번 부대찌개 신제품은 판매량 측면에서 오뚜기가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주말에는 양 사가 똑같이 시식행사를 진행했는데 오뚜기 신제품은 300개 가량, 농심은 180개 가량 팔렸다”며 “앞서 양사가 내놓은 프리미엄 짬뽕라면 역시 출시 후 줄곧 진짬뽕(오뚜기)이 맛짬뽕(농심)보다 잘 팔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하나로마트 양재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신제품 라면 대결의 승자는 오뚜기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면코너 판촉사원들은 일일 판매량에 대해서는 답변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던 중 어렵사리 한 마트 관계자에게서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 경쟁이 예민한 지 양사 직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며 “이런 경쟁구도에서 초반 승기를 잡은 곳은 오뚜기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주말만 보더라도 오뚜기 제품은 200여개가, 농심 제품 100여개가 각각 팔렸다”며 “주중에도 역시 일평균 오뚜기 제품이 80여개, 농심 제품이 40여개 등으로 오뚜기 제품이 약 2배 정도 더 팔린다”고 덧붙였다.
카트에 진짬뽕, 부대찌개면 등 오뚜기 제품만 2팩(5개들이 세트)을 담아가는 한 50대 남성에게 해당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타사 제품보다 맛있어서”라고 짧게 답했다.
그나마 대규모 판촉 인력을 배치한 홈플러스 잠실점의 경우 농심이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한창 판촉중인 신제품 외에 바로 직전 출시한 프리미엄 짬뽕라면은 오뚜기가 앞섰다.
▲ 오뚜기의 신제품들이 전통의 강자 농심을 흔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신제품에 관한한 농심이 판정패라는 평가를 하고 있을 정도다. 사진은 홈플러스 잠실점 라면코너에서 경쟁적으로 할인 및 사은품 증정 등 판촉에 나선 농심의 라면 ⓒ스카이데일리
익명을 요구한 이 곳 라면코너의 판촉사원은 “주중에는 하루에 100개가량 팔리는 농심 제품이 70개가량 팔리는 오뚜기 제품을 앞서고 있다”며 “농심 신제품이 오뚜기보다 2주 먼저 입점한데다 판촉인력도 오뚜기보다 많고 할인쿠폰까지 배포 중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바로 직전 출시된 프리미엄 짬뽕라면의 경우 진짬뽕(오뚜기)이 1000원가량 할인 중인 맛짬뽕(농심)보다 더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한 40대 남성이 나란히 놓인 농심 제품과 오뚜기 제품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결국 오뚜기 제품을 잡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재빨리 해당 남성에게 다가가 선택 이유를 묻자 “농심 라면은 이미 많이 먹어봤다”며 “새로운 제품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32년 임원 OB(Old Boy)리더쉽, 9년 임원 YB(Young Boy)리더쉽에 밀려 입지 ‘흔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농심과 오뚜기 양사의 신제품 반응이 엇갈리면서 평가는 두 기업의 수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신제품 개발의 경우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이들이 직접 전 과정에 관여하는 만큼 신제품의 승패는 결국 두 경영인 간 경영 능력의 우위를 점치는 지표라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두 차례의 신제품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오뚜기가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오뚜기의 ‘YB리더쉽’이 농심의 ‘OB리더십’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농심의 자존심인 라면 신제품을 진두지휘 중인 경영인은 박준 대표이사(1948년생)다. 그는 1984년 농심 미국지사 사장에 오르면서 32년간이나 농심그룹계열사의 임원을 도맡았다. 반면 그보다 젊은 1953년생 오뚜기 이강훈 대표이사는 임원 경력도 박준 대표이사보다 짧다. 이 대표이사는 2007년 오뚜기 부사장을 시작으로 9년간 임원직을 맡았다.
신제품 대결의 결과로 인한 시장의 판도 변화는 두 전문경영인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 무게감을 주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의 독보적 위치를 보였던 농심의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박 대표에게는 우려의 시선을, 반면 이 대표에게는 기대 이상의 시선을 보내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심은 국내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프리미엄 짜장라면 짜왕의 열풍 이후 농심의 지위는 더욱 막강해졌었다. 짜왕은 출시 한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운 제품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농심과 오뚜기가 프리미엄 짬뽕라면을 각각 출시한 이후부터 상황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오뚜기 제품은 소비자선호도나 판매량 측면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뚜기에 따르면 ‘진짬뽕’은 지금까지 총 1억5000만개 가량이 팔렸다.
▲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상반기 동안 농심, 오뚜기 라면 점유율을 보면 농심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뚜기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각 사] ⓒ스카이데일리
오뚜기는 신제품의 선전 덕분에 기존 제품 역시 판매량이 서서히 증가하는 효과를 보이도 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의 국내 라면시장의 판도는 지난해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 국내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54.1%에 그쳤다. 전년 말의 61.5%에 비해 7.4%p나 떨어진 것은 물론 굳건히 지켜냈던 60%선이 하락하는 굴욕을 맛본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자사 제품 판매량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객관적으로 집계한 자료가 현재 없다”고 답했다. 이어 올 상반기의 라면 실적 부진에 대해서 “실제로 실적이 소폭 하락했으나 현재 신제품이 나오고 있어 하반기 실적은 나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뚜기는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 나갔다. 지난 2012년 라면시장 점유율 2위에 등극한 후 빠르게 세를 확장해 2014년 18.3%, 2015년 20.5% 등에 이어 올 상반기 23.2%의 점유율을 보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 라면의)2016년 상반기 점유율은 2013년 연간 점유율에 비해 7.6% 증가했다”면서 “국내 라면시장이 2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약 1500억 원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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