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업계 1위’를 자랑하고 있는 SBI저축은행이 최근 대출채권양도와 관련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타 저축은행사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양의 대출채권을 타기업에 양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대출 남발로 채권관리가 안되자 무책임하게 대부업 등에 채권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 위치한 SBI저축은행 본점 ⓒ스카이데일리
최근 급성장 중인 저축은행 업계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SBI저축은행이 무분별하게 대출채권을 양도해 온 사실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대출을 남발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자산건전성 등이 악화되자 대출채권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채권을 양도한 대상기업에는 대부업체도 포함돼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부업·사채업자 이젠 옛 말…SBI저축은행 필두 제2금융권 급성장세 ‘조명’
저축은행업계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의 성장세가 꺾일 줄을 모르고 있다. 올 초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고객들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4년 3분기에 처음 흑자전환을 한 저축은행 업계는 현재 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저축은행 여신거래액은 39조4000억원을, 수신거래액은 40조6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7%, 18.7% 증가한 수치다.
저축은행업계는 규모적인 측면에서도 성장세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전국에 본점 79개를 포함해 총 290개의 저축은행 점포가 있다. 임직원 수는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여 지난 6월 기준 8838명을 기록 중이다. 올 하반기 역시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대규모 신규채용이 예정돼 있어 저축은행의 규모는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저축은행 돌풍의 한 중심에는 SBI저축은행이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 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사실상 일본계 기업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일본계 기업인 SBI홀딩스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영업정지 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기업이 바로 SBI저축은행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 자산 규모는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79개 저축은행사 평균인 6000억원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상위 5개사의 총자산 평균인 2조7000억원에 비해도 2조원 이상 높다.
SBI저축은행은 규모 뿐 아니라 실적 측면에서도 다른 저축은행들을 압도하고 있다. 올 2분기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1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국내 저축은행 평균인 33억원 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SBI저축은행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평균 9.8%, 최저 6.9% 등의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이다 중금리대출’을 통해 제2금융권의 인식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금융소비자들의 시각이다. ‘사이다’는 지난 23일 출시 9개월 만에 누적실적 1400억원을 달성했다.
대출채권 무분별한 양도 논란…타 은행 대비 양도액 매우 높고 ‘신용회복채권’까지 넘겨
그런데 최근 저축은행계의 리딩기업으로 불리는 SBI저축은행이 대출채권을 무분별하게 양도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을 시도한 후 대부업체에게 양도해 가난한 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게 일부 금융소비자들의 항변이다.
저축은행업계 및 금융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양도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저축은행들이 기존에 보유했던 부실채권을 대부업체에게 매각하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저축은행들이 매각한 부실채권의 66% 가량이 대부업체로 넘어갔다. 이에 김 의원은 “현행 시스템에서는 자신의 채권이 누구한테 매각됐는지 본인이 알 수 없어 대부업체의 불법적이거나 무리한 채권추심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금융당국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왔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의 일방적 대출채권 매각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이 원리금을 정상납입하고 있는 대출채권까지 대부업체에 매각하는 관행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 자료: 저축은행중앙회. SBI저축은행은 대출채권양도에 있어 규모와 비율 측면에서 모두 타경쟁업체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출채권양도 이익은 222억원으로 총영업이익의 8.48%차지했다. 동기간 대출채권양도액 역시 800억원으로 타경쟁업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도표=최은숙]ⓒ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SBI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양도 규모는 타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SBI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양도액은 800억원에 달했다. 이는 SBI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상위 4개사(총자산 기준)의 대출채권 양도액 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양도액은 300억원에 불과했다.
SBI저축은행은 대출채권 장사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의 채권양도이익은 222억원으로, 상위 저축은행들에 비해 크게 높았다. 채권양도이익은 채권양도금액에서 대출원금, 대손충당금(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 등을 뺀 차액이다. 즉, 채권판매액에서 원가를 제외한 순수익인 셈이다.
대출채권 양도를 통해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SBI저축은행 측은 “부실채권 외 일반 채권을 대부업체에 양도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같은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상반기 SBI저축은행의 대출채권양도 현황에 따르면 NPL채권 외 ‘신용회복채권’도 대부업체에 양도해 주목을 끌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3월 신용회복채권 등을 외환베리타스 2차대부 외 1개사에 총 98억원, 6월에는 웰릭스에프앤아이대부 외 4개사에 총 139억원 씩을 각각 받고 대출채권을 팔았다.
신용회복채권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지난 2002년 처음 시행한 제도다. 신청한 익일부터 채무자는 금융회사의 독촉을 받지 않으며 채무전액을 상환하는 경우 최대 10%까지 추가감면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신용회복채권의 대상자는 연체 3개월 이상에 해당하는 채무자로 부실채권과 동일하지만 신용회복채권은 부실채권과 다른 채권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 자료: 저축은행중앙회. SBI저축은행은 완전한 부실채권이라고 보기 힘든 ‘신용회복채권’을 대부업체에게 양도해 대출채권양도 대상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부실채권이라 일컬어지는 NPL채권을 대부업체에게 양도하는 행위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 “대출심사를 소홀히하며 막무가내로 대출을 허가해준 결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한 금융전문가는 “금융업계에서는 회수의 어려움과 원금손실의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신용회복채권을 부실채권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둘은 다른 종류의 채권이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 측은 ‘신용회복채권도 부실채권으로 간주하고 채권양도를 실시하는가’라는 질문에 “확인해보고 연락해 주겠다”는 답변만을 남긴 채 연락이 없었다.
금융소비자연맹 “무분별한 대출로 부실채권 증가 및 자산건전성 하락하면 채권양도”
일각에서는 부실채권의 양도 행위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상채권이 아닌 부실채권일지라도 이를 타 기관에 양도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게 일부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이자를 갚고 복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타기업에 채권을 양도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상환계획에 차질을 빗게 만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부업에 채권이 넘어가는 경우 일시적 연체자들도 과도한 추심에 시달리게 되며 신용등급 등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채권양도 행위는 결국 연체자를 양산하는 행위나 다름 없는 셈이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SBI저축은행의 활발한 대출채권 양도 배경에 부실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SBI저축은행은 자산증식을 위해 대출 문턱을 과도하게 낮췄다. 이로 인해 부실채권 증가와 자산건전성 하락 등의 악재에 휩싸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채권 양도라는 카드를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SBI저축은행의 부실채권비율(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8.5%로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4.6%보다 높다. 연체율 역시 13.4%로 업계의 7.6%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대출채권 양도비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부실하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며 “공격적 마케팅, 대출심사 소홀로 대출고객을 늘려놓고 나중에 부담이 되자 대출채권을 양도해 부실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국장은 “양도율이 높을 경우 은행의 신뢰도 하락을 부추겨 장기적으로는 우량고객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마구잡이식 영업이 아닌 정확한 기준 하에 대출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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