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일컬어 ‘경제5단체’로 부른다. 중견기업연합회까지 ‘경제6단체’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들은 경제계 혹은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로 인식된다. 이중 대표격은 역시 전경련이다. 순수 민간단체임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임원을 맡고 있는 만큼 경제단체들의 ‘큰 형님’ 격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설립됐다.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당시 전경련은 정부와 호흡하며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이런 호평을 받아 온 전경련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두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금액만 800억원에 육박한다. 자발적으로 설립됐다지만 여러 정황상 설립과정부터 현재까지 대통령 측근들과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는 논란의 단체들이다. 재단설립 과정에서 전경련의 역할론에 대한 갖은 해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이곳이 기업들의 모금창구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과거 이와 유사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이 기업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정권의 나팔수가 돼 기업들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직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급기야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전경련의 역할과 정체성 등을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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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경제인연합(사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계속되면서 끝나 ‘해체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여·야 다수 의원들도 당적을 떠나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심지어 재계 내부에서도 전경련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하며 설립 취지를 잃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해 온 ‘맏형’ 전경련이 해체 여론에 휩싸였다. 권력의 모금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들이 계속되면서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는데 대기업의 자금 800억의 창구가 전경련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경련 해체론에 불을 지폈다. 최근 박병원 경총 회장의 발언은 이 같은 해체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포스코 사외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사회 안건에는 포스코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30억원을 집행하는 안건도 포함돼 있었다.
박 회장은 전경련이 주축이 돼 정부차원의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기 때문에 꼭 집행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사 측의 설명을 듣고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그는 비슷한 시기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 참석에 본인이 거수기가 됐다며 전경련이 주축이 된 모금활동에 문제점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최근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전경련 해체론에 대해서 여야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대기업들로부터 ‘전경련의 자발적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한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마저도 공기업과 포스코·KT 등의 전경련탈퇴를 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싸.
“국민들 질문 답변 거부한 꼴”…국감출석 이승철 부회장 사실상 ‘유구무언’ 일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와 관련된 질의에 대해서는 사실상 ‘유구무언’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를 모욕하는 것이냐. 국민이 알고싶어 한다”며 강하게 몰아붙였고 여당 의원들은 이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의원들 중 일부도 전경련의 이 같은 답변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미르(사진 위)와 K스포츠(아래)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전경련 해체설에 불을 지폈다. 설립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두 재단은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지원했다.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는 전경련이었다. 지난 12일 국감 현장에서도 이 같은 의혹들이 중점적으로 제기됐다. ⓒ스카이데일리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 질문하는데 약 올리러 나온 것이냐”면서 “(이 상근부회장)본인이 권력이라 생각하지 않고서는 저런 식의 답변을 하는 것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정권마다 전경련의 행태는 정권 앞잡이 노릇만 한 것이 아니냐”면서 “대기업을 이끌고 간다면서 천박한 방식으로 (기업들)욕 먹이지 말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이 답변하려 하자 “답변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문을 막기도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국회가 저런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하느냐”며 안타까워하며 기획재정부를 향해 “청와대·기재부 등 정부가 주관하는 회의에 전경련을 부르지말고 상대해주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면 이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법인세 인상 철회 등이 그 목적이 아니었겠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경련의 ‘무대응’이 법인세 인상 논란으로 번질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병철·정주영 등 회장 지낸 경제인산실 어쩌다가…“한국경제발전 기여 분명 있어”
전경련의 초대 회장은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다. 일본 경제인 모임인 게이단렌(경단련, 経団連)을 모델로 1961년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전경련 역대 회장단을 보면 그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지난 1977년부터 10년간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가장 긴 재임기간을 자랑하는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13~17대)을 비롯해 구자경 LG그룹 회장(18대), 故 최종현 SK그룹 회장(21·23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24~25대) 등이 역대 회장단에 올랐을 정도다.
당시만 해도 전경련은 정부와 대기업 간 가교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급격한 산업화 발전 과정에서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던 것이다.
▲ [도(圖)=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전경련 해체론을 주장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도 “산업화 초기 국내 자본이 없었고 수출 중심이 되다보니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면서 “정부·대기업이 힘을 합쳐 경제발전을 이루다보니 전경련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정경유착 비리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꼬리표도 따라다닌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 1988년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해 온 사실이 ‘5공 청문회’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대기업 총수들이 법의 심판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점차 과거의 영광이 퇴색돼 왔다. 전경련 자체는 꾸준히 친정부적인 역할을 주도했다.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기업들 중심의 순방단을 꾸린 것도 전경련의 주된 역할 중 하나였다.
차기 회장 고민해야할 처지의 전경련…“해체가 답, 발전적 해체 고민할 때”
논란이 계속되고 전경련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역할을 대변했던 전경련이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다. 일례로 더 이상 전경련 회장에 나서려는 대기업 총수들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경련 주요 임원진 구성을 보면 국내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33~35대)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허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앞서 허 회장은 임기가 종료되면 전경련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전경련은 마땅한 차기 회장 후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대기업 회장들이 고사하는 이유는 사실상 명예직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논란에 둘러싸인 전경련의 얼굴로 지목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부정적 이미지를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이번 ‘모금논란’의 중심에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섰듯 150명 규모의 직원들을 이끌고 해외순방사절단을 구성하고 또 정부와 비슷한 스탠스를 유지한 역할 모두 상근부회장 몫이다.
▲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의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대답으로 일관한 이승철 상근부회장(사진)은 전경련의 핵심실세로 분류된다. 다른 회장·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린 재벌총수들은 사실상 전경련의 ‘얼굴마담’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재계 내부에서도 전경련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가운데 ‘발전적 해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껏 기업인(오너) 역할만을 주로 강조하고 대변했던 전경련을 해체하고 기업과 경제계 전반 및 학계의 명망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진정한 한국의 경제 네트웍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중역을 지내고 퇴직한 한 원로 경제인은 “전경련은 총수 오너들의 친목연대 한계 그 이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경유착 고리역할이 사실상 상납창구로 변질돼 오너들 스스로 ‘족쇄’를 찬 꼴이 됐다. 이로인해 기업들이 권력에 얽힌 사슬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전경련이 버티기에만 들어갈 경우 기업들에 대한 이미지도 실추될 것이 뻔하다”면서 “진경련의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등과 같이 국가발전과 정부 경제정책 등에 심도깊은 조언을 전달할 수 있는 집단으로 재편되는 방향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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