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이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사회가 온통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숱한 정치적 파국들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태가 진정됐지만 이번 사건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청와대와 대통령이 연루된 미증유의 비리 사건에 사실상 국정이 마비됐다. 학교와 시민단체 등은 물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민들까지 대거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지금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어린 중·고등학생들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올 정도다.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건의 여파는 어느 한곳에 국한되지 않는 모양새다. 정치·경제·교육·문화·연예·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순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전체가 최순실 여파로 엄청난 파국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유독 긴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산업계다. 대부분의 비리 사건이 그렇듯, 이번 사태 역시 ‘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다보니 기부 명목으로 ‘돈줄’ 역할을 했던 대기업들은 자칫 불똥이 튈까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물론 팔이 비틀려 거의 뺏기다 시피 한 기부였겠지만 비난 여론에선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중에서도 전경련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최순실이 연루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흘러가는 기업 자금의 ‘모금 창구’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등에 따르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기업들로부터 각각 486억원과 288억원을 지원받았다. 모금에 참여한 기업은 약 50여 곳이며, 모금은 전경련을 통해 이뤄졌다.
국내 기업들의 종주단체인 전경련이 최순실을 대신해 회원사들을 상대로 사적 모금을 하고 나선 것은 실로 창피스러운 일이다. 전경련 해체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덕분에 전경련의 수장 허창수 회장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전경련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인물이기에 비난 여론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허 회장이 총수를 맡고 있는 GS그룹 역시 모금에 참여한 정황이 포착돼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GS그룹은 미르재단에 26억원, K스포츠재단에 16억원 등 총 42억원을 출연했다. 모금에 참여한 계열사 숫자도 상당하다. 타 기업 보다 오히려 많은 편에 속한다. GS칼텍스, GS건설, GS파워, GS EPS, GS글로벌, GS홈쇼핑, GS리테일, GS이앤알 등 8개 계열사가 두 재단 모금에 모두 참여했다.
현재 국민 여론은 모금 창구도 모자라 후원자 역할까지 한 것은 단순히 팔 비틀려 뺏겼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쪽에 가깝다. 모금에 참여한 다른 기업에 대한 시각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사실이 어찌됐든 결과만 놓고 봤을 땐 허 회장이 전경련과 최순실 재단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는 시각도 있다.
전경련의 설립 목적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올바른 경제정책의 구현, 우리 경제의 국제화 촉진을 위함 등에 있다. 다시말해 민간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단체라는 설립취지가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전경련은 설립목적을 내팽개친 모습이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의 숨겨진 뒷모습이 참으로 민망하고 낯부끄럽다. 이 정도면 누군가가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중심에 허창수 회장이 있다. 본인이 총수를 맡고 있는 GS그룹까지 깊게 연루된 상황인 만큼 허 회장은 공인의 신분, 그 자격을 온전히 잃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전경련 회장직과 그룹 총수직에서 즉각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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