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2월 경제민주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이 신설됐다. 규정의 내용은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 행위를 차단하고 적발될 시 이를 엄중 제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지난해 2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대기업 총수일가의 경우 주로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이익을 편취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유지 및 승계를 해왔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의 도구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이는 회사의 이익이 총수일가에게만 집중돼 기업가치 훼손, 주주 손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 편취를 꾸준히 이어오다 공정위로부터 적발당해 이목이 집중됐다. 법 시행 이후 총수일가가 적발된 것은 최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둘러싼 각종 도덕적 논란과 구설수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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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하게 사익을 편취하다 적발,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계속되는 상식 이하 막말파동과 도덕성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병증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잇단 도덕성 논란으로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하게 사익을 편취하다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도덕성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양호 회장 자신부터 시작해 세 자녀인 현아, 원태, 현민씨에 이르기까지 총수일가가 막말과 갑질 등 각종 구설수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전력이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가 모두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진家 장남 조원태 부사장,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 적발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기내면세품 위탁판매 및 광고 대행), 유니컨버스(시스템 통합 등 정보통신업)에 과징금 14억3000만 원을 부과하고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을 부당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익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총수 일가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정 위반으로 검찰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스카이데일리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지배주주인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내부거래를 통해 약 50억원의 부당이익을 제공했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 관련 사업을 하는 대한항공 계열사로 조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원태·현민씨가 각각 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상 총수일가 개인회사다. 대한항공 직원들을 동원해 싸이버스카이 업무를 하도록 했지만 모든 관련 광고 수익은 싸이버스카이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싸이버스카이 판촉물 판매와 관련된 광고작업 등은 대한항공 직원이 했지만 수익은 싸이버스카이가 가져갔다. 기내 면세품 공급 업체들에게도 인터넷 광고를 게재하도록 요청하는가 하면 상품 이미지 배치 계획, 광고 업체 인센티브 제공 등 전반적인 업무를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싸이버스카이 지분 전량을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당시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콜센터 운영,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유니컨버스에 시설 사용료와 유지 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유니컨버스는 지난해 4월 기준 조 회장 5%, 조 총괄부사장 35%, 조현아·현민씨가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4월 한진정보통신에 콜센터사업 부문을 양도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이번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시작돼 최대 7년 간 지속됐다. 부당이익 규모도 제재대상 기간인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9억원 가량으로 집계돼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있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지난 2014년 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제적 망신을 받으며 물의를 빚었던 조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시행돼 법 적용이 이 시기 이후 발생한 혐의에 대해서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고발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지난해 2월 이전 행위에 대해서도 배임 등 혐의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총수일가 사익 편취 행위를 적발해 조치했다는 점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위법 행위를 적발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재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일가 땅콩회항부터 막말 파문까지…구설수 백화점 ‘도덕불감증’ 논란
이번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 적발 이전부터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도덕성을 두고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려왔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땅콩회항부터 시작해 막말 파문까지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땅콩회항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12월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을 접시에 서비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객기의 회항을 지시하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제적으로는 국민들이 오히려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야 할 만큼 해외토픽 감으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 [그래픽=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더욱이 조 전 부사장의 여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사건 직후 땅콩회항 관련자들의 복수를 다짐하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을 더욱 분개하게 만들었다. 상식 이하의 태도를 접한 국민들은 일탈에 가까운 자매들의 막가는 행동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이 커지자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는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진심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은 국제적 망신은 물론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 역시 도덕적 자질을 두고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 2005년 난폭 운전을 하다가 70대 노인에게 상식 이하의 폭언과 폭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뿐만 아니라 2012년 인하대학교에서 시위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동네 잡범들이나 입에 담을 폭언과 욕설로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적 자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 자녀가 모두 도덕성 논란으로 구설수에 휘말린 전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마저 지난 3월 구설수에 휘말렸다. 조종 업무가 힘들다는 부기장의 SNS 글에 “개가 웃어요”라는 표현을 써가며 조종업무가 자동차보다 쉽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끊임없이 막말 파동과 도덕성 논란 등 구설수에 휩싸이면서 이른바 ‘역대급 막말 가족’, ‘핏줄성 질환’, ‘막말 비행기 이륙’ 등의 비아냥들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중역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도덕성 논란이 꾸준이 제기됐음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악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리스크까지 빚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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