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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2030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논란
박원순 청년사업, “서민정책 서민외면 치적용” 반발
민간임대 위주에 ‘무늬만 공공’ 비판…이웃주민 역차별 제기 속 ‘반대운동’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28 13:37:53
박원순 서울시장을 일컫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서민시장’이다. 과거 시민단체 활동 당시부터 서울시장직을 역임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줄곧 자신의 캐릭터에 ‘서민’을 무던히 덧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장에 두 번이나 당선된 배경에도 박 시장의 이 같은 서민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박 시장의 서민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쪽 방향에만 치우친 정책으로 인해 반대 입장에 있는 시민들의 반감을 그만큼 사기도 했다. 특히 19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이른바 잠룡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최근 들어서는 ‘대권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역시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비싼 임대료 때문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서울시내 주요 역세권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취지로 임대주택사업을 벌였지만 막상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히려 사업 자체가 특정인에 대한 특혜로 보인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의 거센 저항까지 더해져 ‘박원순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사업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박원순 서울시장 주도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추진현황과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에 대해 현장 취재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사업 진행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한강로2가(위), 충정로3가 ⓒ스카이데일리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들의 주거복지를 위한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내놓은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첫 삽을 뜨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청년들에게 입지조건이 뛰어난 역세권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기존 취지가 무색하게 할 만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일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이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분분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박 시장의 무리한 사업 진행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치적 쌓기로 비춰질 만한 행보를 강행하는 이유가 차기 대권을 염두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주민들의 반대 여론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비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인근 주민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면서 연내 시작 예정이었던 청년주택 착공은 내년 초반으로 늦춰진 상태다.
 
주거난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역세권 주택 공급 취지, 용적률·세금감면 등 파격지원
 
 ▲ 서울시는 올해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하며 사업 신청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삼각지역 인근의 한강로2가(위 조감도)에는 지하 7층~지상 37층 2개동이, 충정로역 인근 충정로3가에는 지하 6층~지상 26층 2개동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서울시청]

서울시는 지난 3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각종 편의시설이 풍부한 역세권 지역의 개발을 유도해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사업의 취지다.
 
서울시가 발표한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제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 역세권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으로 종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고 심의·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용적률을 높여 건물을 높게 짓게 되면 수익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 법률적 규제완화와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재정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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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된 민간사업자는 규제완화와 용도지역 변경 혜택을 받는 대신 주거면적 100%를 준공공임대주택(세제 혜택 등을 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임대료 규제를 받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시는 이 중 10~25%를 ‘소형 공공임대주택(전용 45㎡ 이하)’으로 확보해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60~80%로 제공할 예정이다.
 
사업은 발표 직후 급물살을 탔다. 처음 사업이 발표된 지 약 6개월여 후인 지난 9월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나왔다. 접수받은 사업신청서 가운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87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진행 절차가 공개됐다.
 
총 2만5852호 규모로 연내 사업에 착수한다는 구제척인 일정도 함께 발표됐다. 특히 발표 두달 후인 11월부터는 1·2호 사업지로 선정된 한강로2가(1088세대 규모)·충정로3가(499세대 규모) 등의 착공계획을 밝혀 주목됐다.
 
총 499세대 중 공공임대용 49세대 불과, 나머지는 건물주 몫 “누굴 위한 정책인가”
 
 ▲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시범사업지(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인근) [그래픽=한지은]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은 아직까지 첫 발 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업 진행 과정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 여론은 특히 심한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의 문제점으로 우선 거론되는 부분은 ‘공공임대비율’이다. 취지와 달리 막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용 주택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시성 탁상행정 비판과 더불어 역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충정로3가 사업지의 경우 총 499세대 중 공공임대용은 49세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450세대는 모두 민간임대가 가능했다. 한강로2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총 1088세대 중 공공임대용은 371세대에 불과했다. 두 곳 모두 토지용도 변경으로 상당한 용적률 혜택으로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임대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청년층 주거불안 해소 및 주거안정이라는 당초 취지와 분명히 어긋난다”며 “명분은 청년층 주거난 해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토지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엄청난 특혜사업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 시범사업지 중 한 곳인 충정로3가 인근 주민들은 사업의 불공정함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개인의 땅만 사업지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나왔다. 사진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업지 이웃 땅들인 한국예술원 및 유앤미아파트, 예술원내 공터와 사업지에서 제외된 건물들 ⓒ스카이데일리

바로 옆 초고층 빌딩 건축, 인근 지역 토지주들 “박원순의 역차별 정책” 지적
 
충정로 사업지 바로 옆 토지주들은 바로 지척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데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다. 사업지 인근 건물주 강모 씨는 “사전에 정확한 설명도 없이 사업선정지의 토지주하고만 입을 맞춰 청년주택을 지을 테니 무조건 이해해달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주민들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공정성 없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업지역에 포함시켜 주던, 아니면 똑같이 토지용도를 변경해서 건물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며 “이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시범사업지(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인근) ⓒ스카이데일리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김모 씨는 “서울시에서는 무조건 토지주하고 얘기해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바로 옆에 26층짜리 고층건물이 들어서는데 왜 우리필지만 빼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토지용도변경은 물론 사업지에 포함시켜주면 그에 걸맞은 호실을 내놓는다고 해도 번번히 거부당하니 답답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충정로3가 인근 J부동산 관계자는 “청년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바로 옆 유앤미아파트 주민들도 조망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삼각지역 인근 청년주택 사업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민들은 현수막까지 내걸고 강하게 반대의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지역 의원과 구청장까지 대면하는 등 실질적인 반대운동까지 벌이고 있었다.
 
 ▲ 삼각지역 인근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서울시의 청년주택 사업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난과 조망권 등에 대한 우려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또 적은 공공임대비율 등을 이유로 들며 청년주택사업이 박 시장의 전시용 행정이라는 주장을 폈다. 사진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리한 주요 현안 내용들이 적힌 유인물 ⓒ스카이데일리

이곳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심각한 교통난’이었다. 가뜩이나 혼잡한 도로에 지하 7층, 지상 37층 2개동 1088가구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면 차량 통행이 더욱 늘어나 교통체증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강수석 비대위원장은 “서울시에 교통영향평가 절차 등을 검토한 내용공개를 요청했으나 일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차량 미소지 청년들만 입주시킨다고 하지만 차가 없이 들어왔다가도 이후에 차를 구매하면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며 “주차장을 지하 7층까지 만들겠다고 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니 도통 믿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중앙정부에서는 서울인구가 과밀 현상이라고 위성도시를 만드는 등 인구분산 정책을 펴고 있는데, 오히려 박원순 시장은 역세권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인구밀집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국가 전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박 시장의 정책은 모순된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임대주택을 짓게 되면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다”며 “현재 사업시행자에게 통보해서 도로문제 등을 잘 조정하라고 권유하고 있고, 입주자 선정 과정에서도 철저히 차량 미소지자 만을 선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을 지으면 의무적으로 주차공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든 것이지 눈속임을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며 “불법주차 단속을 위한 CCTV설치 및 나눔카 등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 내 빨리 진행하다보니 지뢰처럼 터지는 문제들…서울시 “충분히 준비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청년주택사업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시행방법과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성급한 시행을 문제 삼으며 그 원인으로 박원순 시장의 졸속 행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 시장이 남은 정치 인생을 염두하고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수익금을 결국 집주인이 가져간다는 것이 문제다”며 “처음 1~2개야 시범사업으로 그렇게 하더라도 공공임대 비중을 앞으로는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원순 시장)임기 내 하려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며 “빨리 공사를 끝내기 위해서는 토지주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고 갈 수 밖에 없으니 (사업을)서두르지 않고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많은 전문가들은 청년주택 사업의 취지가 좋다는 점에서는 공감했으나 시행방법과 과정 등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임기 내 청년주택을 완성지으려 하는 것을 각종 잡음들이 불거지는 이유로 꼽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청년주택의 높은 임대료 역시 논란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청년주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최초 임대료만 9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건물주 배불리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향후 임대료가 올라가더라도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삼각지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청년 공공임대주택 평수와 비슷한 평형대인 37㎡ (약 11.2평)오피스텔의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수준이다. 월 100만원에 가까운 월 임대료를 과연 서민 청년층이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시하는 여론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 계약자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 계약 시 전체 임대료의 30%이상을 보증금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해 준 월세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며 “입주자가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 70%이하라면 시에서 보증금을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일부 주민들이 고가의 임대료 문제를 지적하자 부랴부랴 내놓은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짜 청년들을 위한다면 역세권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더 넓은 평수 더 많은 세대수를 지어서 민간사업자가 아닌 시의 예산으로 하는 게 더 순수한 목적과 부합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들에서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려는 졸속행정’이란 지적에 대해 “결코 짧은 시간에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며 “1년 간 조례를 만들기 위해 TF팀까지 조성해 검토하고 고민한 뒤 진행한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앞으로 차차 해결해나갈 예정이다”며 “진통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기 때문에 시간을 더 갖고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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