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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2017 놀이문화 현장탐방(上-복고)
“추억을 팝니다”…문화가 된 복고 그 시절 속으로
서울대생 기억 속 그 모습 학림다방…재현도 트렌드 ‘롤러장’ 라면한그릇 ‘만화방’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13 13:03:25
 ▲ 복고문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면서 예전 모습을 간직했거나 옛날 분위기를 재현한 곳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아날로그 감성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한 오락실 ⓒ스카이데일리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시인 유하의 산문집 제목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복고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점차 문화의 한 장르로 성장했다.
 
치열했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추억에 빠지고픈 7080세대들의 ‘추억의 공간’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때’를 간직했거나 ‘그때’를 재현한 곳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바늘 스친 자리서 들리는 ‘추억의 명곡’…껌 씹던 언니들 있어도 포기 못했던 ‘롤러장’
 
음악도 추억이다. 그 시절 그 때 7080세대들이 음악을 듣던 곳은 다방과 실내 롤러스케이트장(롤러장)이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두 곳은 이성과의 만남의 장으로 각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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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대학로 터줏대감’ 학림다방은 당대 청춘들의 사연이 녹아있는 곳이다. 학림다방은 오늘날 관악산 기슭에 자리한 서울대학교가 혜화동에 위치했을 1956년 문을 열었다.
 
초창기 학림다방은 ‘문리대 제25강의실’이란 별칭으로 유명했다. 24개 강의실이 있었던 서울대학교 문리대 건물 맞은편에 자리한 이곳은 별칭 그대로 많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발걸음했던 곳이다.
 

 ▲ 대학로에 위치한 학림다방(사진)은 서울대 문리대 제25강의실로 불릴 만큼 많은 학생들의 아지트로 불렸다. 당대 문인 및 예술인들의 머물러 간 학림다방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스카이데일리

또한, 이청준, 김승옥, 김지하, 황지우 등 문인들의 단골집이자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며 1980년대 군사정권의 조작으로 탄압받았던 ‘학림사건’의 주인공 전국민주학생연맹의 첫 모임장소였던 이곳은 현재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2017년 찾은 학림다방은 낡은 소파와 코팅이 벗겨진 나무 테이블, 손때 묻은 피아노 등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두 세대가 함께 온 네 가족을 비롯해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삼삼오오 둘러 앉아 학림다방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지혜(31·여) 씨와 한고은(30·여) 씨는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온 김에 오래된 다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오게 됐다”며 “클래식 흘러나오는 예스러운 분위기에 커피 맛도 좋아 다시 와 볼 생각이다”고 전했다.
 
30년째 학림다방을 운영 중이라는 이충렬(62·남) 씨는 “예전 20대들이 추억하기 위해 학림다방을 찾는다면 지금 세대는 훗날 추억할 수 있게 발걸음 하는 것 같다”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학림다방이 ‘그때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 7080 청춘들의 추억을 재현한 곳도 있다. 학창시절 경쾌한 디스코음악에 맞춰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이른바 ‘롤러장’이다.
 
 ▲ 과거 청춘남녀들의 만남장소였던 롤러장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과거 롤러장을 즐겼던 중년 여성들이 자녀들과 함께 즐겨 찾는다고 전해진다. 음악신청 또한 가능하다. 볼링장에서는 과거 유행했던 추억의 올드팝이 흘러나왔다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롤러장은 오후 9시를 넘긴 늦은 시간에도 성황이었다. 과거였다면 젊은 남녀들이 눈빛을 주고받았을 롤러장에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주를 이뤘다.
 
이곳을 운영하는 원상진(42) 사장은 “마땅히 놀거리가 없었던 시절 롤러장을 즐겼던 추억을 살려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차리게 됐다”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동호회나 학교에서 단체로 예약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원 사장은 DJ가 있었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듯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면 틀어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롤러장에는 영화 ‘써니’의 OST곡으로 유명한 보니엠(Boney M)의 ‘Sunny’, 조이(Joy)의 ‘Touch by Touch’, 런던보이즈(London Boys)의 ‘Harlem Desire’ 등이 흘러나왔다.
 
‘롤러장세대’라는 김미선(41·여) 씨는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김 씨는 “DJ오빠가 틀어주는 음악에 열광하고 있으면 한쪽 구석에서 나쁜 언니들이 구석에서 ‘(잘생긴)오빠들한테 주파수 던지지 마’, ‘뒤로 타지 마’라며 겁을 주기도 했다”고 추억하며 “이제는 무릎이 아파 오래 타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민들이 지킨 ‘갤러그 추억’ 서촌 오락실…침 묻히며 넘겨보며 라면 한 그릇
 
 ▲ 서촌 옥인오락실(사진)은 폐업위기를 맞았지만 주민들이 모금활동을 통해 지켜낸 곳이다. 당시 모금을 주최했던 이가 오락실 운영까지 도맡은 상황이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오락실은 서촌의 대표적인 데이트코스로 자리잡았다 ⓒ스카이데일리

2000년 전후로 PC방이 보급되면서 오락실은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촌에는 1988년 문을 연 ‘용오락실’이 ‘옥인오락실’이라 간판만 바꿔단 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갤러그, 보글보글, 테트리스 등 추억의 게임기들이 가득한 이곳은 주민들의 합심으로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당초 용오락실을 운영하던 노파가 운영에 힘이 부쳐 문을 닫으려하자 모금운동이 벌어졌고 주민들이 적극 동참하며 오락실을 지켜낸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을 조성해 모금활동을 전개한 설재우(35·남) 씨는 현재 오락실의 운영까지 도맡은 상태다. 그는 “일대가 관광지화 되면서 아이들이 놀 공간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지금은 동네아이들은 물론 서촌을 찾는 젊은 남녀들의 데이트코스로도 각광받는 명소다”고 전했다.
 
오락실마저 없던 시절 골목어귀의 만화방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만화방 역시 PC방이 등장하면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최근 만화카페 열풍이 재차 불며 주목받고 있지만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만화방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비교적 예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만화방을 찾아봤다. 늦은 시간임에도 좌석 곳곳에는 스무 명 남짓한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마다 앞 테이블에 산더미같이 만화책을 쌓아두고 손에 든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만화방의 경우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개인공간과 세련된 인테리어를 앞세운 만화카페들이 만화방을 속속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예전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노량진의 한 만화방에는 30대부터 50대까지의 남성들이 주를 이룬 모습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촌스러운 자주색 소파가 늘어선 만화방 테이블 곳곳에는 갓 식사를 마친 듯 한 양은냄비가 눈에 띄였다. 먹어본 이만 그 맛을 안다는 ‘만화방 라면’을 해치운 흔적이었다. 이곳 업주는 만화책을 보며 라면을 곁들인 추억의 만화방이 사라져감을 아쉬워했다.

그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노량진 골목골목에는 만화방들이 즐비했지만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으며 몇몇 남아있는 만화방들도 이제 만화카페로 변해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은 상태다”며 “많은 이득이 남는 장사는 아니지만 단골손님들이 많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고 전했다.
 
만화방에서 만난 이지훈(31·남) 씨는 “혼자 책 보는 것이 일종의 취미다”며 “최근 생겨나기 시작한 만화카페도 가봤으나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금상택(48·남) 씨는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편한 것이 장점이다”고 밝혔다.
 
하굣길 문방구 앞 서성이게 한 불량식품…“추억의 맛 못 잊어 발걸음”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구멍가게 ‘토인’은 딱지, 못난이인형, 구슬 등 추억의 물건들로 가득했다. 매서운 밤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을 이곳으로 발걸음 하게 하는 것은 ‘불량식품’이었다.
  

 ▲ 인사동 ‘토인’에서는 추억의 불량식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추억의 맛을 찾아 이곳을 즐겨 찾는 이들은 다양한 연령대였다. 30대부터 40대까지의 고객들은 학창시절 학교 앞 문구점을 추억할 수 있었으나 50대 후반의 한 고객에게는 이마저도 어린 세대의 추억일 뿐이라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성은 한참 동안 가게 앞 진열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찾던 추억의 불량식품은 ‘눈깔사탕’이었다. 김성호(59·남·가명) 씨는 “학창시절 눈깔사탕 한 입에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라 지나가는 길에 한번 보게 됐다”며 “여기 있는 불량식품들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진열대 위 불량식품들 중 상당수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 하굣길 문방구에서 즐겨 먹던 제품들이었다. 이제는 어엿한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성장한 이들도 추억의 맛을 찾아 이곳을 찾는 듯 했다.
 
군것질거리를 봉투에 담아 2000원을 계산했다는 직장인 오지선(28·여·가명) 씨는 “퇴근길에 종종 이곳을 들려 불량식품을 사갖고 집으로 향한다”며 “여전히 맛있을뿐더러 입 안 가득 넣고 있으면 철없던 그때가 생각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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