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통업계 빅3 기업인 롯데그룹·신세계그룹·현대백화점그룹은 와인시장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세계 그룹의 ‘와인하우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탈리’ , 롯데그룹의 ‘와인갤러리’ ⓒ스카이데일리
최근 롯데그룹·신세계그룹·현대백화점그룹 등 이른바 ‘유통업계 빅3’ 기업들이 와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를 주름 잡는 ‘빅3 기업’이 와인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그룹 총수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와 유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해도 와인은 상류층이 즐겨 마시는 고급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서만 마시는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술로도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면서 와인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덕분에 와인수입량도 늘었다. 지난 2011년 26톤(ton)에서 2015년 36.8톤으로 약 41.5% 가량 증가했다. ‘유통업계 빅3’ 기업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1인 가구 및 와인마니아층 등을 겨냥한 다양한 와인상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정용진 와인 주세요”…와인애호가 오너 애착, 신세계백화점 와인 매장 각광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유통업계에서 와인사업에 대해 가장 뚜렷한 진척 상황을 보이는 곳은 바로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와인 전용 매장은 신세계그룹 측에서 와인에 대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소공동 소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1층 식품관에는 와인 전문 매장인 ‘와인하우스(Wine House)’가 입점해 있다. 그룹 내에서 백화점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가 직접 운영하는 이 매장에는 1200여종의 와인 제품이 마련돼 있다.
와인하우스의 경우 신세계 지하1층 식품관의 매장 중 시설 구축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매장은 와인 유지 환경을 고려해 실내온도를 19~20℃로 유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타 매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되는 대목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3년 전만 해도 타 지역의 신세계백화점 및 타사 백화점 등과 마찬가지로 와인 수입사들이 매장을 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었다. 백화점 측은 매장 관리만 맡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리뉴얼 공사를 거치면서 신세계 측에서 직접 와인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신세계의 와인 매장 직접 운영 결정에는 그룹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평소 와인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춘 것은 재계에서 이미 유명한 이야기로 꼽힌다.
오픈마켓을 통해 와인을 수입하는 경우가 늘어나 유통사마다 중복상품이 다수 발생하다보니 신세계백화점 와인 매장만의 특색이 사라진 점 역시 신세계 직접 운영의 이유로 꼽혔다. 신세계는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L&B가 독점 수입한 와인을 판매 하고 있다. 덕분에 와인하우스에서는 타 백화점 혹은 수입업체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와인이 판매되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 2014년 리모델링 당시 지하1층 식품관의 매장 중 ‘와인하우스’ 시설 구축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신세계 측은 다른 지역점 매장과 달리 본점 와인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와인하우스 매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와인하우스에 파견된 신세계L&B 소속 신혜경 매니저는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와이너리인 프랑스 이기갈, 스페인 베가시실리아, 칠레 코노수르 와이너리 등과 계약을 맺어 경쟁력 있는 와인 상품을 갖췄다”며 “신세계L&B의 규모가 커지면서 관심을 갖는 현지 와이너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하우스에서는 유명 기업인 및 연예인 등의 에피소드가 담긴 상품도 단독 판매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선택한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와인 ‘뿌삐유’가 대표적이다. 국내 와인 수입업체의 단독수입이 끝난 뒤 신세계가 국내 판권을 계약한 와인으로 판매량이 가장 많은 ‘효자상품’이다.
와인마니아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은 중요한 자리에 앞서 행사 와인을 직접 골랐던 것으로 유명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재도전 의사를 밝혔을 당시 이건희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들과 가진 만찬자리에서 ‘뿌삐유’를 직접 대접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신세계가 단독으로 수입·판매 중인 베가시실리아 우니꼬는 ‘선물용 고급와인’ 중 하나다. 이 와인은 배우 장동건이 지금의 아내인 고소영에게 프로포즈를 할 당시 사용한 제품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신세계는 고객들에게 와인에 대한 부담스러운 이미지를 덜고 친근함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그룹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 와인 매장 홍보를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린 와인은 신세계 임직원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구입에 열을 올리는 제품으로 각광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명 ‘정용진 와인’으로 불리는 ‘G7’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신혜경 매니저는 “G7은 ‘재벌가도 이런 와인을 마신다’고 입소문 나면서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고, 수입된 물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며 “가격대가 저렴하더라도 품질이 뒤지지 않는 와인으로 와인 초보자들이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와인사업 계열사 신세계L&B, 한남동·청담동 등에 와인 전문 매장 선보여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가 와인 부문에서 강세를 띄는 이유로는 신세계L&B의 직수입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실제로 ‘샤또 몽페라’ 제품의 경우 신세계는 가격거품을 뺀 정상가격 4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타 백화점 와인 매장에서는 평소 10만원 대에, 가끔 할인 행사 때만 신세계와 비슷한 수준에 판매된다.
신세계뿐 만 아니라 수입업체인 신세계L&B도 주류전문매장 ‘와인앤모어’를 단독매장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 한남동에 단독매장 1호점을, 같은해 12월 청담동에 2호점을 각각 오픈했다.
와인앤모어에는 와인을 비롯한 맥주, 양주, 전통주 등 주류 6000여종이 갖춰져 있어 마니아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와인의 경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더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L&B는 와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신세계L&B가 직접 운영하는 ‘와인앤모어’ 매장에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더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 마니아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와인앤모어 매장 내부 모습 및 정용진와인 G7 ⓒ스카이데일리
와인을 단순히 마시는 개념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와인 문화를 즐기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와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방문한 청담점 와인앤모어 매장 1층에는 와인 행사존,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와인이 갖춰져 있었다. 특히 와인을 좋아하는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을 겨냥해 기존 와인 1병 750ml보다 적은 200~400ml 등의 와인 제품도 마련돼 있었다. 또 한 모금에 마실 수 있어 남성들이 선호하는 ‘미니어처 제품’도 진열돼 있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공간은 마치 고객들이 와인 창고로 내려가는 기분이 들도록 꾸며져 있었다. 지하 1층은 와인마니아를 공략한 공간이었다. 19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연도별로 다양한 ‘올드 빈티지’ 제품 구성은 고객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티지’란 포도가 풍작인 해에 유명한 양조장에서 양질의 포도로 만든 고급 와인을 뜻하는 단어다.
지하 1층에는 와인을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거짓말 탐지기, 미니당구, 미니하키 등이 진열돼 있었다. 또 와인잔, 와인 생산지를 표시한 지도, 와인관련 서적, 와인 라벨지(레이블러)를 모으는 앨범 등도 판매했다. 이들 제품은 고객들이 와인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마련된 것들이었다.
와인앤모어 매장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실제로 와인을 비롯한 주류에 워낙 관심이 많다”며 “신세계 유통채널을 통해 다른 매장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신세계 L&B 관계자는 “와인 구매 고객이 애호가 수준에 이르면 다양한 주류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지인들에게 추천할 정도의 지식 수준을 갖춘다”며 “와인앤모어는 와인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가진 전문가형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매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6000만원대 최고급부터 신동빈 와인 ‘롯데 와인갤러리’, 현대百 와인 전문매장도 각광
유통업계 와인 경쟁에서 신세계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도 와인 시장 입지 확대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주류를 통해 와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입점해 있는 ‘와인갤러리’에는 롯데주류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수입업체들의 제품 코너가 구성돼 있다. 이곳에는 총 1000여종의 와인 제품이 마련돼 있다.
와인갤러리에서 많이 팔리는 상품 중 하나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한국산 와인 ‘마주앙 시그니처 코리아 프리미엄’이다. 일명 ‘신동빈 와인’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 만찬에 오르며 유명세를 탔다.
신 회장은 2년 전 중국경제사절단으로 방문했을 당시 중국산 와인 맛에 감탄한 후 국산 프리미엄 와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롯데주류는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북 영천에 30만여평 규모의 국내 최대 와이너리를 조성했다. 여기서 재배된 머스캣 베일리 에이 품종의 포도를 이용해 지금의 ‘신동빈 와인’이 탄생하게 됐다.

▲ 롯데그룹은 롯대백화점 매장 ‘와인갤러리’(사진 위)에 와인 판매 및 관련 정보제공 기기 ‘와인 컨시어지’(Wine Concierge)를 설치하는 등 소비자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문화공간인 ‘이탈리’(사진 아래) 매장에서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롯데그룹도 와인 대중화로 인한 다양화된 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지난해 10월 와인 판매 및 관련 정보제공 기기인 ‘와인 컨시어지’(Wine Concierge)를 와인갤러리 내에 설치했다. 소비자는 이 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취향·상황 등에 맞는 와인 브랜드와 와인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종대 롯데백화점 식품파트 리더는 “고객들은 와인 컨시어지를 이용함으로써 원하는 제품을 직접 찾거나 매장에 없는 와인을 주문할 수 있다”며 “와인 컨시어지를 이용해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요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와인갤러리에는 1~2만원대의 저가 제품부터 6000만원대 최고급 상품까지 다양한 와인이 진열돼 있다. 특히 VIP고객, 와인 마니아 고객 등을 겨냥한 ‘Wine Cellar’는 와인창고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 프리미엄 상품 등이 마련돼 있다. 신 회장은 이곳에 직접 방문해 와인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주로 구매해가는 제품은 프랑스 브루고뉴와인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문화공간인 ‘이탈리(EATALY)’ 매장 내에 와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 내 오픈한 1호점 이탈리는 현대그린푸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식자재 판매 공간과 레스토랑을 결합시킨 신개념 매장인 ‘이탈리’는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그랑바(GRAN BAR)’, 정통 이탈리안 음식을 판매하는 ‘리스토란테(RISTORANTE)’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탈리에서 판매하는 음식메뉴의 식재료도 따로 구입이 가능하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 뉴욕 맨해튼의 ‘이탈리’ 매장을 보고 통째로 들여오라고 지시해 2년 만에 입점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 내에 위치한 와인 매장에서는 이탈리아 와인만 취급하고 있다. 와인 매장 내 마련된 다이닝룸에서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와인 시음회’ 등이 열린다.
이탈리 와인매장 매니저는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마다 사용되는 포도가 각기 다르다”며 “이탈리아의 북부에서 남부까지 전 지역 토착 품종 등 이 매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제품이 있어 이탈리아 와인 마니아층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탈리를 전담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문화 공간 내에서 와인매장을 구성한 이유는 타 유통사와 일반 와인 매장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매장 운영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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