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이하·신한금융)를 넘어 한국금융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1991년 신한은행장에 올라 2010년까지 신한금융을 업계 1위로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19년간 장기 집권한 그는 신한금융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졌었다. 지난 2010년 은행과 지주 간에 마찰로 발발한 ‘신한금융지주의 내분사태(일명·신한사태)’로 신한금융을 떠났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상왕, 막후권력 등의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라 전 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방증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불미스러운 일로 떠난 라 전 회장과의 관계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라 전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 수장에 오른 한동우 회장도 ‘라응찬 지우기’ 에 여념이 없었다. 약 6년여에 걸친 노력 덕분에 ‘라응찬의 그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지금도 회장선임, 행장선임 등 권력구도 재편시기 때는 여전히 ‘라응찬’이라는 이름 석 자가 빈번하게 거론되는 게 현실이다. 한동우 회장에 이은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임과 신한은행장 선임 등의 이슈가 동시에 겹친 최근에도 라 전 회장의 존재감이 직·간접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라응찬 사람들’이 여전히 은행, 카드, 저측은행 등 핵심계열사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거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신한금융의 내부 권력 구도 재편과 이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여론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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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신한사태 당시 중립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 조 행장이 회장 자리에 앉게 되자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사태의 그림자를 걷어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석으로 남게 될 신한은행장 자리에 라응찬 전 회장의 사람으로 불리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거론돼 ‘제2의 신한사태’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사진은 신한금융지주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신한금융지주(이하·신한금융)의 내부 권력 구도 재편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아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립계 인사로 일컬어지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차기 회장 내정으로 과거 ‘신한사태 여파’를 지워냈다는 평가가 일고 있는 가운데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 신한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조 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면접장에서 후보직을 자진사퇴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 1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위 사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가 ‘라응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전히 신한금융지주 곳곳에 ‘친 라응찬계’ 인사들이 남아있어 이러한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 다른 계파에 속해 있는 두 인물이 핵심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과거 신한사태와 비슷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주목됐다.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에 분쟁으로 촉발된 내분 사태를 일컫는 말이다.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 발발 당시 지주 회장을 역임했었다.
無계파 조용병 차기회장 내정…‘신한사태 지우기’ 기대 속 위성호 ‘자진사퇴’ 반전
금융권 및 신한금융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내 1위의 리딩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수장이 사실상 결정됐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이날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 위성호(사진) 신한카드 사장은 조용병 행장과 마지막까지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위 사장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최종 면접장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덕분에 그는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 1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번 신한금융 회장 인사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사태를 어느 정도 수습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권력구도 재편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대다수 여론은 조 회장이 차기 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데 대해 “신한사태의 내홍을 종식시킬 적임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행장이 그동안 중립계 인사로 분류돼 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로 조 행장은 신한사태 당시 전무로 재직하면서 양극단에 선 두 인물 중 어느 편도 들지 않았었다. 이 같은 중립행보는 지난 2015년 신한은행장, 이번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조 행장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신한금융은 신한사태로 실추된 그룹 이미지 회복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조 행장 내정에 따른 ‘신한사태 여파 해소’ 가능성을 높게 보는 평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회장 선임과정에서 조 행장과 양강 구도를 이뤘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회장추천위원회(이하·회추위) 면접 당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능성이 대두됐다.
회추위에 따르면 위 사장은 면접 당시 신한금융 발전과 관련된 PT를 진행한 뒤 “신한의 미래를 위해 선배인 조용병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기 회장을 도와 신한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신한금융 권력 재편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됨과 동시에 그의 거취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차기회장을 돕겠다’는 발언으로 인해 위 사장이 조 행장의 뒤를 잇는 신한은행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자진 사퇴 행보를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위 사장이 회장 경쟁을 완주하고 난 뒤 조 행장에게 패배를 당했다면 신한카드 사장으로서의 입지와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졌겠지만 양보한 모양세가 됐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한 수다”고 평가했다.
라응찬의 입 위성호, 그룹 2인자 물망 오르며 제2의 신한사태 가능성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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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고윤석] ⓒ스카이데일리 |
일각에서는 위 사장이 신한은행장 유력후보로 급부상 한 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응찬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위 사장이 그룹 2인자나 다름없는 신한은행장에 선임되면 ‘제2신한사태’ 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위 사장은 신한사태 당시 신한금융지주 홍보임원으로서 라 전 회장의 편에 섰었다.
신한금융 내에 라응찬계 인사들이 요직에 올라 있는 사실 역시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신한사태 이후 대부분 축출됐던 신상훈계 인사들과는 달리 라응찬계 인사들은 여전히 신한금융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신한금융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한금융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신한사태 이후로 라 전 회장을 만난 적 없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라응찬계’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위 사장이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유력한 차기 신한카드 사장으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신한사태 당시 라 전 회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정배 당시 신한금융지주 업무지원실장도 신한저축은행 부사장으로 현직에 남아있다. 이신기 신한 아이타스 사장 역시 라 전 회장의 주요 지지기반인 도쿄에서 지점장을 지낸 ‘라응찬계 인사’로 분류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라응찬계 인사들이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로 자리잡은 상태에서 신한사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사라지면 위 사장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지주 내 서열 1위와 2위의 영향력이 비등해지는 셈인데, 과거 신한사태의 주요 원인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심히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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