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조성사업은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총 26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16조6823억원이 소요됐다. 부산항만공사를 비롯해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 현대산업개발, 부산신항국제터미널 등이 개발주체로 참여했다. 신항 건설의 목적은 기존 부산항의 낙후된 시설을 대신하며 간선 항로의 환적화물을 유치해 고부가 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완공 후 신항의 컨테이너 연간 물동량은 1584만TEU 및 잡화 717만톤을 처리하게 된다. 현재 신항의 구조는 북컨테이너부두, 남컨테이너부두, 서컨테이너부두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북컨테이너부두는 개항이 됐지만 남컨테이너부두의 2-4단계와 서컨테이너부두는 공사가 중지됐거나 아직 개발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남해EEZ(배타적경제수역) 모래의 채취가 중단되면서 신항공사에 차질까지 생겼다. 전문가들은 모래는 국책사업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민을 비롯한 수협(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측이 어획량감소,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남해EEZ의 모래채취량을 줄일 것을 요구해 모래 공급이 전격 중단됐다. 스카이데일리가 부산광역시 성북동과 경상남도 진해시에 인접한 부산항 신항 건설 현장을 찾아가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한 신항 공사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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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부산항의 물동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지난 1995년부터 신항을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신항 공사에 필요한 골재는 그동안 남해안 EEZ의 모래로 충당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협과 어민들이 모래 채취에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신항 공사에도 영향을 끼쳐 공항 공사가 중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부산신항 전경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부산 신항= 손현지·박미나 기자] 국내 최대 항구인 부산항에서 진행되는 대형 국책 사업인 신항 조성 사업이 모래수급 중단으로 인해 전면적인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피해대책을 호소하면서 신항공사에 사용될 모래 채취에 반발하는 어민들과 종주단체인 수산업협동조합(이하·수협)의 강경 배수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항 신항은 포화상태였던 기존 부산항(이하·북항)을 대체해 부산의 서쪽 끝에 새롭게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컨테이너 항만이다. 신항의 물동량은 지난해 12847만TEU를 기록하며 부산항의 66.6%를 차지하고 있다. 면적은 현재 개항한 1~5부두만 407만6000㎡로 전체 부산항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당초 신항 건설 사업은 1997년 착공해 202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계획됐다. 총 45개 선석(배가 선적 및 하역 작업을 위해 접안할 수 있는 곳) 규모의 부두 가동이 목표인 신항은 현재 27선석이 가동중이다. 절반 가량의 남컨테이너부두와 서컨테이너부두 등 22개 선석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남해 EEZ의 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신항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어민 반대 모래수급 중단…정부 어민들 간 피해조사 놓고 현저한 입장차
대한건설업계 및 정부관계자 등에 따르면 모래채취가 중단된 원인은 어민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수협 회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모래채취량과 관련해 사전에 협의가 잘됐지만 갑자기 수협의 반대가 이어졌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수협을 설득하기 위해 일단은 협의를 중단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골재채취법 상 남해안 EEZ 모래채취는 해양수산부의 협의 하에 국토부 측에서 허가 처분을 내 시행에 옮길 수 있는데, 현재 해수부가 수협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해양환경 피해와 관련해 국토부와 해수부가 발표한 전남대학교 연구보고서에서는 어민피해가 없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수협측은 용역 선발이 객관적이지 않고 조사내용에 과학적인 데이터가 누락돼 있는 등 부실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토부는 해양관련 전문가를 꾸려 해당 연구를 검토중이다.

▲ 지난해 8월 모래채취가 중단되며 신항 건설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서해 EEZ에서도 모래를 채취중이지만 남동 지역으로 끌어오려면 남해에서 채취할 때보다 운송비가 ㎥당 1만원 가량 추가로 발생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진은 부산신항에 수출입 콘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수협측은 “정부가 당초 약속한 채취량 3500㎡보다 실제로는 2배가 넘는 6235㎡를 채취해 해안지형이 바뀔 것”이라며 “이로 인해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어민들의 어획량이 감소해 경제적 수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환경파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정확한 조사를 진행해오지 않은 정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모임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전남대학교 연구자료에 대해 재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지만 해당 연구보고서 외에 다른 학술연구를 하지 않는 등 무심한 상황이다”고 제기했다.
이어 “정확한 근거 자료가 많아야 어민들과 정부 간의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새로운 학술연구를 시작해도 2~3년 정도 후에야 결과가 나오는데 그동안 계속 주민과 어업민들을 상대로 모래 채취싸움을 이어갈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협과 정부 간의 의견차로 국책사업인 신항 건설이 난항을 겪자 전문가들은 부산항 건설 중단이 국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부산항은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해 환적기능에 최적화된 곳이다”며 “중국, 일본, 동남아, 미주, 유럽 등을 잇는 주 항로선상에 위치해 아시아와 미주·유럽 간 교역화물을 부산항을 거치도록 연계해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산 신항은 수심이 기존의 북항보다 깊어서 대형선박의 입출항이 용이하고 안개, 태풍, 자연재해 피해의 영향이 적은 입지를 갖췄다”며 “부가가치와 관련된 산업 활동을 향상시켜 세계 물류 허브로 발전시키기에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 자료:부산항만공사(PBA) [이미지=한지은] ⓒ스카이데일리
현대경제연구원은 “부산신항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및 주요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해 수출입 물량을 확보하기 좋다”며 “국내 내륙 운송망과 직접 연계해 서울은 4시간30분, 대구는 2시간 가량 운송시간이 소요돼 물류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항 건설로 인한 경제적·국제적 가치는 공공의 이익이나 다름없는데, 구체적 근거도 없이 환경이 파괴된다는 추측만으로 모래 채취를 중단시켰다”며 “이제라도 어민들이 사적 권리 주장을 자제해야 한다고”고 지적했다.
공사 전방위 직격탄에 막막한 상황…“계획 공정률 63%가 10% 수준 그쳐”
신항 공사 현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재 중 하나인 모래를 남해안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16일부터 남해안 EEZ의 모래 채취가 중단됐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골재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8월에도 해수부와 국토부 간 모래 채취 협의 불발로 모래가 채취가 중단돼 국책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혼란을 빚었다. 당시 모래가격은 8월 1㎥당 1만3000원에서 9월 2만5000원으로 한 달 만에 2배나 치솟았다.
모래 수급은 어려워 졌으나 대체제도 딱히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채정권 부산항만공사 건설팀 대리는 “모래의 대체제로서 자체적으로 용만산에서 석산을 수급했지만 그 양이 적어 전체 공사에는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부산항만공사 건설관계자는 “현재 서해 군산 앞바다 지역 인근 EEZ에서도 모래를 채취해 부족한 물량을 메우고 있지만 조달비용이 ㎥당 1만원정도 더 발생한다”며 “현재 모래 가격은 ㎥당 1만4000원정도 수준이지만 서해 모래는 단위당 2만4000원 정도라 예산을 고려하면 쉽게 채택해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서해 EEZ 모래를 공급 받는 데만도 3일이란 시간이 소요되는데, 해외에서 수입할 경우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들어 공사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 막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 현재 부산신항 건설 민자사업을 맡은 기업들의 부담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골재를 자체 석산을 개발하거나 토사 사용 등으로 대체한다 해도 양이 극히 적어 전체 공사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 관계자들은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도 코 앞에 닥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은 공정률이 10% 수준인 부산신항 2-4 단계 지구 전경 ⓒ스카이데일리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민자사업 건설업체의 부담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자사업 공사 구역은 ▲남컨테이너 부두 2-4단계 ▲남컨테이너 배후단지 신규중설토 209 호안축소공사 ▲남컨테이너 배후단지 등이다. 이들 공사구간은 남해EEZ 모래를 시급히 요하는 곳이다. 이중 3선석 규모이자 물동량이 600만TEU에 달하는 ‘남컨테이너 부두 2-4단계’ 공사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해당 구역 공사는 한진중공업이 총괄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있는데,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 공사관계자는 “2월까지 진행 중인 공사는 토사를 대체제로 사용해 시공 중이지만 8월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이 훨씬 많아지는 작업에 착수하게 되면 문제가 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계획대로라면 공정률이 63% 수준이어야 하지만 이 구역의 현재 공정률은 10% 수준이다.
그는 “모래가 주원료인 레미콘 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아 남아있는 신항 공사에 전방위 타격을 미쳤다”며 “공장가동과 철근콘크리트 공사에 필요한 레미콘이 곧 생산이 중단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자 사업의 건설사들은 은행에서 건설자금을 담보대출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의 우려와 부담이 부실시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 건설사무소 관계자는 “모래부족 현상은 불량자재를 유통시키며 시설물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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