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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떠나는 전경련 해체 불가피하다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13 00:02:51
박정희 전 정권과 비슷한 시기에 태동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전경련)가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섰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완료하거나 회비납부를 중단키로 해 사실상 전경련을 지탱하는 자금줄이 상당폭 막히게 됐다.
 
이들 4개 그룹이 내는 회비규모는 600여 회원사가 내는 전체 회비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기업들의 잇단 탈퇴설이 이어지고 있어 전경련이 해체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분분하다. 이에 직원의 80%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전경련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다.
 
실제로 전경련은 오는 17일 이사회와 내주 24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존폐의 운명이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전경련은 잔존한다고 해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완전히 환골탈태(換骨奪胎) 해 새로 태어나야 하는 숙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문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자금통로로 지목받은 전경련이 그 성격을 온전히 바꾼다고 해도 과연 국민들이 용납하느냐 하는데 있다. 결론은 ‘어렵다’ 쪽이다. 주요 대기업 그룹인 재벌들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과정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정황은 특검 수사결과를 떠나 국민적 분노의 장으로 공지의 사실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경련이 그 중심에 있는 이유에는 최순실 게이트 뿐만이 아니고 과거의 역사가 증거하고 있기까지 하다.
 
전경련은 박정희 전 정권의 권력기반이 된 5·16 군사정변(1961 5월 15일~18일) 직후인 1961년 8월 6일 출범했다. 이후 전경련은 박정희 정권의 불도저식 경제개발계획과 어깨동무 하면서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는 종주기관의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한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권력과 경제의 비정상적인 유착관계 또한 공고한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악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대기업들 먼저 권력의 힘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권력 또한 기업의 돈에 더 목말라 했다. 이들의 공생 고리는 결국 특혜를 주고받는 식의 반시장주의 질서를 확대시키고 한국경제의 독특한 특성이 된 ‘재벌문화’를 뿌리내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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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 세계 가장 빈곤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 경제위상을 만든 신화에 가까운 ‘한강의 기적’ 주역에는 바로 대기업과 전경련이 있었다. 이들의 역할을 쉽게 폄훼하거나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가 선순환의 역할을 하던 시기와 악순환의 매개로 떨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 박정희 정권은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기업인들의 동반 참여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특혜성 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기업인들의 자발적·능동적 참여를 위해 일견 불가피한 측면이 용인되기도 했다. 그것은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 후 신도 버린 땅으로 여겨지던 지옥같은 가난의 질곡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측면이 실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경련은 이런 경제부흥의 시기에 중심단체로 기능을 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이후 전경련은 권력의 힘에 끌려 다니면서 자금통로 역할을 해오다 번번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1988년 5공 전두환 전 정권의 일해재단 모금사건을 비롯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비자금 조성 및 제공, 1997년 이회창 대선자금 모집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 차떼기 전달 등은 전경련의 위상을 추락시킨 대표적인 사건들이었다.
 
이들 사건을 보면 하나같이 청와대 막강 권력에 경제 권력을 덧대기 위한 돈줄 역할을 한 기관이 전경련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경련의 위상이 당연히 추락할 수밖에 없었고, 대기업들은 그때마다 지탄의 대상이 됐다. 대기업들은 곧 그들만의 라운드인 ‘재벌’로 치부됐다. 전경련은 당연히 국민들의 적개심을 한 몸에 받는 기관으로 떨어졌다.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은 것이 바로 최순실 게이트 아닌가.
 
전경련이 개발시대 경제발전의 주춧돌을 놓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숱한 권력형 사건의 주범으로 찍혀 과거의 영광은 치욕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전경련은 안타깝지만 존재할수록 욕된 역사의 그늘에 더 휘말릴 개연성이 높아졌다. 원하든 원치 않든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일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돼 버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권력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전경련 스스로 권력의 힘을 온전히 끊을 수 없기에 ‘결단’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다른 말로 독이 든 성배를 뿌리치는 것이기에 ‘용단’이다. 권력 우산이 치명적인 독배임을 알면서도 마시는 것은 어리석다. 달콤한 맛에 이끌린 독배의 끝은 결국 파멸인 탓이다.
 
다행스럽게도 대기업들이 그 독배의 실체를 알고 용단을 내리며 전경련을 떠나고 있다. 그룹사들의 잇단 전경련 탈퇴와 회비납부 중단의 성격은 한국경제의 흐름을 뒤바꾸는 ‘역사적인 혁명’으로 규정짓고 싶은 이유다. 생산성이 없는 적과의 동침인 오월동주(吳越同舟) 식의 정경유착은 양 당사자들의 파멸은 물론 국가의 운명까지 역주행 시키는 반역사적 행태다.
 
지금은 특혜의 고리가 저주의 사슬이 되고 있음을 대기업들이 모를 리 없다고 본다. 어느 나라 어느 단체든 권익을 위한 기관이나 단체가 존재하지만 흠결을 감추고 이익과 권익만을 내세운다면 자멸을 자초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기업사의 흥망이 이를 증명해 왔다. 오늘의 전경련을 있게 한 주역인 고 이병철 회장이 창업한 삼성그룹의 15개 계열사 전체가 먼저 탈퇴한 것은 이런 역사를 반추케 하는 상징이다. 삼성의 판단은 빠르고 기민하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들은 새로운 종주단체를 다시 만들 필요도 없다. 전경련 규모를 축소·운영하는 것은 더더욱 불필요한 자원과 인력의 낭비다. 전경련은 안타깝지만 구시대의 영광으로 만족하고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만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기업과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신뢰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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