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일제강점기 시절 지금의 서울역 부근에 문을 연 ‘경성수산’이라는 이름의 수산물 시장이 그 모태다. 1971년 도매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지금의 노량진으로 위치를 이전했다. 지난 2002년 수협중앙회가 관리·운영을 도맡기 시작한 시장은 2014년 현대화 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3월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현대화 건물이 문을 연 이후 상인들과 수협중앙회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인들 중 상당수가 신축 건물이 구 건물에 비해 입지적으로나 시설적인 측면에서 불리다하는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축 건물 입주율은 약 60%에 불과하고, 나머지 40% 상인들은 구 건물에서의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수협중앙회가 보인 일련의 행보로 인해 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상인들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 시장을 철거한 부지 위에 카지노를 갖춘 복합 리조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비교적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 시장에 남아 영업 중인 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수협중앙회와 상인들 간의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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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진 수산시장 신 시장(사진)은 지난 2014년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흐른 현재도 신 시장 입주율은 약 60%에 불과해 구 시장 상인들의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신축 건물 이전 문제를 두고 약 1년 넘게 대치해오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과 수협중앙회 간의 갈등이 최근 들어 더욱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신(新) 시장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상인이 전체의 40%에 달하는 가운데 구(舊) 시장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인들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롭게 문 연 노량진 수산시장 “비린내 무성하고 매장 좁아 고객·상인 울상” 분분
스카이데일리는 수협중앙회와 상인들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 보기 드문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을 입은 주차요원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빨간 조끼 요원들은 신 시장 쪽으로, 검은 조끼 요원들은 구 시장 쪽으로 각각 차량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빨간 조끼를 입은 황모 씨는 “아직까지 이전을 하지 않은 구 시장 상인들이 돌아가면서 이곳에 앉아 진입하는 차들을 전통 시장 쪽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시장과 신 시장은 주차요금 면에서 악간의 차이가 있었다. 구 시장은 완전 무료인 반면 신 시장은 최초 1시간만 무료이고 그 이후에는 요금이 부과됐다. 구 시장쪽이 신 시장쪽에 비해 고객 유치에 보다 적극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장 도착 후 우선 신 시장을 찾았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 탓인지 내·외부 시설에서 깔끔한 분위기가 풍기긴 했다. 수산시장이라기 보다는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신 시장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탓에 수산시장 특유의 비린내가 유독 진하게 풍겼다. 코를 막은 채 수산시장 내부를 둘러보는 고객들이 다수 목격됐다. 신 시장 내 매장 규모 또한 구 시장에 비해 비교적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인들 역시 매장 규모가 좁다는 사실에 동조했다.
1년 전 신 시장으로 옮겨왔다는 한 상인은 “수협이라는 거대한 기업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신 시장으로 옮겨왔다”며 “초반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매출이 구 시장에서 장사하던 때의 50% 수준 밖에 안돼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구 시장 상인들 “매장 넓고 지하철역 가까운 구 시장, 고객선호도 신 시장 앞서” 주장
▲ 신 시장 1층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 중 일부는 “매장 공간이 구 시장에 비해 상당히 적다”고 토로했다. 또 신시장을 찾은 몇몇 고객들은 “폐쇄된 구조로 인해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해 천천히 둘러보기가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진은 노량진 수산시장 신 시장 내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신 시장에서 빠져나와 구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어진지 40년이 넘었다는 구 시장은 사방이 트여있는 구조여서 신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산물 특유의 비린내가 다소 약하게 느껴지긴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신 시장 보다 넓은 매장 규모도 구 시장의 특징 중 하나였다.
구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김모 씨는 “신 시장으로 옮겨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간 문제다”며 “지금의 구 시장에서 장사하는 약 7㎡의 공간도 상대적으로 좁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 시장 쪽에 배정된 매장 공간은 5㎡로 약 2㎡가량 더 좁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좁은 공간으로 옮기는데도 단순히 신축 건물이라는 이유로 임대료는 구 시장에 비해 2배 이상 더 내야 한다”며 “신 시장이 생기고 고객들이 갈라지긴 했지만 지하철역과 가까운 위치적 장점과 더불어 단골손님들의 선호도도 구 시장이 높아 굳이 신 시장으로 이사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모 씨의 주장은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됐다. 구 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고객 김모 씨는 “신 시장 쪽이 새 건물이라 상대적으로 편의 시설이 잘 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찾던 구 시장이 아무래도 더 정감이 간다”며 “또 아무래도 신 시장은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멀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까운 구 시장에 더욱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구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이모 씨는 “신 시장이 갈라져 나간 이후 매출이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구 시장의 제품 회전율이 빠른 편이다”며 “수산시장에서 제품 회전률은 신선도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구 시장은 신 시장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시장 운영주체 “신 시장 입주 합의한 사항이다” vs 구 시장 상인들 “사실무근이다”
▲ 구 시장 상인들은 “신 시장 매장은 구 시장 매장에 비해 규모가 좁을 뿐만 아니라 입지적인 측면에서도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단곤솔님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노량진 수산시장 구 시장 내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노량진 수산시장 신 시장 운영주체인 ‘수협노량진수산’은 지난 6일 “구 시장에서 영업 중인 상인 중 상당수가 신 시장으로 입주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수협노량진수산과 70명 가량의 상인들은 협의를 거쳐 2층 판매 자리 설치 및 소송 취하 등에 합의했고 오는 15일까지 최종 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 10일부터 신 시장 2층에서는 가게 입점을 위한 기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입주 주체인 구 시장 상인들은 신 시장 이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총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5~6명의 일부 상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독단적으로 수협과 협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구 시장 상인 전체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부 상인들이 신 시장 2층에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는 조건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을 설득해 데려 가겠다고 수협에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구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대다수의 상인들은 신 시장 이동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수협과 협의한 일부 상인들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총연합회 측 관계자는 “최근 수협 측의 언론공세는 신 시장 조성사업이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털어내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고 주장해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앞서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사업의 테스크포스팀(TF·전담팀)의 위원이었으며 차은택을 자문위원으로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은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의 측근 인사로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차성규 총연합회 감사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년여 간의 공사기간 동안 사업비가 약 1800억원에서 약 2200억원으로 4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며 “지난 2015년에는 갑자기 구 시장을 철거한 후에 이 부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사업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 감사는 “수협중앙회 측이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최대화 하기 위해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과 이성한을 끌어들인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최순실 일당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이권에 개입하려했다는 정황은 충분하다”고 강한 톤으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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