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한국은 혼란한 틈에서도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대선정국이 조기에 형성됐다. 하지만 작금의 대선판도가 과연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면 고개를 절로 흔들게 된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자질을 갖춘 국정 지도자를 엄정히 가리는 검증절차임에도 마치 게임을 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친노의 두 적자인물인 문재인·안희정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가도 하차 이후 사실상 대권주자를 잃은 보수층은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들을 결사 저지하는 작전에 들어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완전국민경선제’가 대선 경합전 양상을 띠면서 아연 보수들의 움직임이 역발상이다. 민주당 경선에는 지지정당과는 무관하게 누구든 선거인단 참여가 가능하면서 중도와 보수층이 진보보다 오히려 선거인단에 적극 가세하고 있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선거인단 모집 직전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선거인단에 참여하고자 하는 중도층 및 보수층이 절반을 넘었다. 그 비율은 중도 34.2%, 보수 26.7% 등으로 나타나 이를 합치면 60.9%에 달했다. 반면 진보는 44.4%에 불과했다. 그런데 진보 응답자 중 65.2%가 문재인 후보에 손을 들었지만 보수 응답자들은 55.7%가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전 대표는 보수층에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으로 가장 많이 손꼽힌다. 보수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고접간첩’, ‘200톤 금괴왕’ ‘정부 전복자’, ‘문죄인’ 등으로 원색 비아냥 될 정도다. 최근에는 급기야 ‘문재인 후보가 되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SNS가 확산되고 있다. 글 내용 중에는 민주당 선거인단에 적극 참여 하자는 독려성 글도 함께 실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보수층이 사실상 두 사람을 밀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선거인단이 좌우 진영을 떠나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민주당은 ‘국민적 흥행’이라는 큰 수확을 거두게 된다. 민주당의 후보경선이 ‘대선 본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문재인·안희정은 손해볼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친노 정권의 부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층이 설사 반문재인 대열에 서서 소위 ‘안희정 역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 역선택 의도를 엄정히 가려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안희정은 더욱 뜨게 마련이고 실제로 국민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친노의 대권기반이 더욱 굳어지는 양상이다.
나아가 문재인이 불리할 듯한 역선택은 오히려 문재인 굳히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 추이가 자못 주목된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안희정이 문재인보다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 나돌면서 ‘역선택의 역선택론’까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차기를 노리는 안희정이 문재인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판세로 본다면 민주당의 ‘대선흥행=친노흥행’ 등식이 성립돼 가는 중인데, 보수층이 추임새를 넣는 야릇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으니 역설이다. 문재인 대세론도, 안희정 대안론도 지금 모두 탄력을 받고 있다. 친노 적자들의 이 같은 흥행은 마치 내부적인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무현의 부활이란 점에서 보면 보수층의 참패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친노정권 재탄생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오히려 엉뚱한 곳이 급부상 중이라는데 있다. 그것은 대통령의 권력과 검찰 권력과의 제2라운드 전쟁여부다. 긴장을 하는 쪽은 물론 검찰 쪽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대학 강연에서 검찰을 가장 먼저 개혁할 대상으로 지목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초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서 예민한 질문들이 나오자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말로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노 전 정권은 집권 내내 검찰권력과의 전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도 좌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보였다. 노 전 대통령 퇴 임후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찰의 ‘박연차 반격’으로 노 전 대통령이 끝내 자살했다는 루머가 아직도 나돌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정황을 의식한 듯한 공약을 내건 상태다. 그는 올해 초 청와대·검찰·국정원 등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 기조연설에서 “부패 검찰, 정치 검찰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법치를 똑바로 세울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검찰이 가장 예민해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공약들로 내놨다. 문 전 대표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약이 시행되면 검찰은 지금처럼 막강한 칼을 휘두르지 못하고 단순 ‘사무업무’ 기능으로 떨어질 수 밖에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식물권력’으로 추락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자괴감까지 나온다. 친노의 부활보다 검찰과의 제2라운드 전쟁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검찰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노라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대검 중수부 과장직에 있으면서 수사한 전력을 잊을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역대 정권을 보면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검찰권력이라는 칼을 통치의 중요한 수단으로 행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정치검찰, 비위검찰이 나온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는 ‘더 킹’은 그 단면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친노의 부활 가능성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치·비위검찰 개혁은 복수심이 아닌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되는 큰 그림을 그리고 국민적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 검찰이 이 사회의 범죄와 강력히 맞서는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자칫 옥상옥 권력을 세워 그것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면 그것은 또 다른 부패를 부를 수 있다. 수사권은 그래서 특정 쏠림현상만을 제어하는 쪽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권력은 대중들의 환상을 먹고 사는 것이 사실이지만 농부가 농사를 못짓는다고 쟁기를 빼앗겠다는 환상적인 개혁은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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