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슬림’해졌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을 시작으로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까지 탈퇴한데 이어 최근에는 포스코도 전경련에서 발을 뺐다. 자연히 운영이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됐다.
해체설이 제기된 것 역시 1년 예산의 절반가량을 책임져 온 4대그룹의 탈퇴 소식 및 전망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을 필두로 정주영·최종현·구자경·김우중 등 산업화를 일군 기업 회장들이 역대 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과거의 위상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의미였다.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마천루의 저주가 아니었겠느냐는 것이었다. 전경련은 지난 2013년 12월 기존 회관을 허물고 50층(245.5m) 높이의 전경련회관을 신축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동원됐고 부동산임대업이란 새로운 수익원도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즈음부터 잡음이 새나왔다. 국내 경제5단체 중 독보적으로 재계의 대표성을 띄어 왔으나 점차 대한상공회의소에 밀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지난해는 전경련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한 해였다. 관제데모를 이어 온 어버이연합에 4개월 동안 1억2000만원의 지원을 했다. 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기업들 모금창구로 전락했다.
여론은 “전경련 해체”였다. 4대기업 등의 전경련 이탈 움직임의 배경에는 이 같은 여론도 한 몫 했다. 지난달 25일 전경련 정기총회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까닭도 거취와 관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개혁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극단적으로는 자진 해산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은 쇄신이었다.
허창수 회장이 연임을 결정했다.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총수들까지 총 20명으로 구성된 부회장단도 14명으로 축소됐다. 20억원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난 이승철 상근부회장의 빈자리는 권태신 신임 상근부회장이 메웠다.
이들은 “규모는 줄었지만 활동은 활발해질 것이다”고 외쳤다. 또 회장들이 “애착이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몸조심’하느라 전경련에 적극 활동을 안했을 뿐이지 앞으로 활성화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혁신TF를 신설하고 외부인사 초빙에 나선 전경련은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개혁’이라고 표현했다. 개혁의 사전적 정의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 고치는 것’을 일컫는다. 전경련의 스탠스에 적합한 단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전경련이 필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다. 전경련의 역할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정경유착을 일삼아 온 과거를 반성하고 새 시대의 역할을 그려야 한다. 또한 이 시대에 전경련이 왜 필요한지 어필해야 한다.
그에 앞서 궁금증을 가져본다. 정경유착이 근절될 미래에 전경련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왜 여론은 전경련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가. 해답은 전경련이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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