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경제실세들과 관련있는 인물이 사령탑으로 취임하자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설립 40년만에 적자위기를 맞은 수출입은행의 경영 실적은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사진은 수출입은행 ⓒ스카이데일리
최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 신임 은행장에 대한 잡음이 일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정권의 ‘경제 실세’들과 연관된 인물이 차기은행장으로 취임하자 또 다시 ‘모피아 낙하산’ 논란이 일고있다.
특히 수은은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초유의 경영 악화에 놓여있다. 신임 행장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만만찮게 쌓여있는 셈이다. 이에 건전성 관리 등 경영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기는 것을 두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무역학과 25회 행시 출신 국제금융 전문가…‘위스콘신’ 인맥 주목
지난 2일 기획재정부는 차기 수출입은행장에 대한 임명제청을 했다. 이덕훈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임명제청을 받은 이는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 사장은 지난 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임명 받은 뒤 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수은 본점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최 신임 행장은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하고 강릉고등학교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25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진출했으며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국제금융과 과장, 기재부 국제금융국 국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인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금융국장으로 있으면서 ‘외환시장 개입’ 등 강력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해 주변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최 행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2014년 12월 공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최 행장의 휴식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1년 뒤인 2016년 1월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금융권에 컴백했다. SGI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93.85%를 가지고 있는 금융공공기관이다.
▲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992년 위스콘신 대학교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위스콘신 대학교는 최경환, 안종범, 강석훈 등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곳으로 ‘경제계 금맥’으로 통한다. 사진은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사진=뉴시스]
특히 최 행장은 ‘위스콘신 라인’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최 행장은 1992년에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위스콘신 라인은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동문들을 일컫는데 이들은 경제 실세 자리를 도맡았다. 최경환 의원, 안종범 전 경제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등 ‘위스콘신 3인방’이 대표적이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1991년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꼽힌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14년에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역임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른바 ‘초이노믹스’ 경제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최 의원은 최 행장의 행정고시 3년 선배이기도 하다.
안종범 전 청와대 비서실 경제수석 역시 위스콘신 대학원 출신이다. 최 의원과 같이 1991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정책위원회 의원으로 경제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강석훈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 역시 이들과 함께 위스콘신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정·청의 경제정책을 좌우했던 3인방 이외에도 ‘원조친박’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위스콘신 대학원 출신이며 윤상직 전 사회통상자원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최 행장과 위스콘신대학교 동문이자 행시 동기기도 하다.
이같은 최 행장과 경제계 실세들 사이의 연관성은 지난해 최 행장이 SGI서울보증의 사장으로 선임될 당시에도 ‘모피아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40년 만의 당기순손실 기록해 해결과제 산적…경영능력 검증은 ‘글쎄’
지난해 수은이 기록한 경영 악화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 행장과 마찬가지로 친박 낙하산이라는 비판속에 취임했던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은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자격검증 요구가 빗발치는 배경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해 1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설립 40년만에 첫 적자다. 지난해 9월까지 수출입은행은 총 66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은이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이 지목된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국내 조선업 부진과 함께 막대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수익의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는 자금을 뜻한다. 수은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일어났던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7922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발생했다.
자산건전성 역시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수은의 BIS총자본비율은 11.15%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은행 평균인 15.80%는 물론 특수은행 평균인 13.81%보다도 낮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내달 당장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4400억원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 건전성 악화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수은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또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 행장의 ‘부실 관리’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 행장은 지난해 1월부터 SGI서울보증을 이끌었다. 해당 기간 쌍용양회 등 출자전환한 주식을 처분한 덕분에 수익은 늘어났지만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최 행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3분기만에 SGI서울보증의 부채규모는 559억원 증가했다. 3분기 기준 부실자산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6%p 상승한 1.16%를 기록했다.
반기에 한 번 공개되는 보험가격위험액은 지난 상반기 7571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7050억1800만원보다 7.4% 증가했다. 보험가격위험액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와 실제 지급 보험금 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액을 뜻한다.
▲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부실관리 측면에서의 경영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업계 우려를 사고 있다. 최종구 행장은 현재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엘스(사진)의 한 호실을 부인과 공동 소유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뿐만 아니라 SGI서울보증 내부에서는 민영화를 앞둔 중요한 상황에서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SGI서울보증을 떠난 최 행장의 무책임함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관계자는 “최 행장이 국제금융에 대한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을지 모르나 부실 관리 능력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며 “1년 만에 서울보증 사장직을 포기한 모습 역시 안팎에 불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송파구 잠실동 소재 아파트 한 호실 부인과 공동소유…현 시세 약 15억원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 행장은 현재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엘스의 한 호실을 부인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 기재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실무추진단 단장으로 있던 2009년 8월에 매입했으며 전용면적 119.93㎡, 거래가 15억8500만원이다. 현재 시세 역시 그와 비슷한 16억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 행장은 수은 행장으로 재직하며 약 3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덕훈 전 행장의 경우 지난 2015년 약 1억9000만원의 기본급과 1억3000만원의 성과급을 수령했으나 지난해 실적부진을 이유로 성과급을 자진반납했다. 지난해 이 전 행장의 연봉은 기본급 1억8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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