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학교용지법) 등에 대한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민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택지지구 등에 위치한 학교의 건설에 대해서도 해당 교육청이 학교용지부담금을 사업자에게 징수하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해당법이 개정되기 전 각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은 특정 사업자가 교육 수요를 발생시키면 해당 사업자에게 경비를 부담하도록 한다는 기존 학교용지법(일반용지)의 취지에 비춰 LH 등 개발사업자에게 공공용지도 학교용지 무상공급이라는 방식을 통해 학교용지부담금(신축비 포함)을 관행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 같은 관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공공용지가 관련 법에 규정이 없어 학교용지부담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일반용지 규정을 준용한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지난 2일 법 개정 이전에 LH가 냈던 학교용지 부담금을 돌려주는 상황을 맞았다. 특히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는 가장 많은 부담금을 돌려주게 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LH가 무상으로 학교용지를 공급하고 추후 부당이득 환원 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설학교 설립을 승인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로인해 고양 향동, 시흥 은계 등 공공택지지구의 건설이 모두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학교는 물론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규모 공공주택들의 건설이 올스톱 상황에 처한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가구수가 무려 1만3000여 가구에 달한다. 사업자가 아파트 건설을 강행한다고 하면 최악의 경우 학교가 없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나올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 국회는 대법원의 판례와 반대로 앞으로 짓는 공공용지 내 학교는 사업자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법을 제정해 법조차 오락가락하며 싸움을 부추기는 상황을 만들었다. 스카이데일리가 백년대계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공공택지지구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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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 향동 공공택지지구(사진)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착공조차 시작하지 못한 땅이 태반이다. 이 지역은 경기도교육청과 LH간 의 학교용지부담금 갈등으로 인해 착공시기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사황을 맞았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공공택지지구내 학교용지 부담 주체를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 교육청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분양 일정이 늦어지거나 학교 건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입주예정자 및 건설사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지난 14일 아직 삽조차 뜨지 못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의 공공택지지구를 찾았다. 향동 공공택지지구는 이번에 LH와 경기도교육청 간의 학교용지부담금 갈등으로 착공이 연기된 지역 중 한 곳이다. 향동 공공택지지구에는 초등학교 두 곳과 중학교, 고등학교 한 곳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향동 인근 입주예정자는 “학교분담금 문제 때문에 교육청에서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결국 향동지구의 착공이 연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만약 학교 없이 아파트만 들어선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향동 공공택지지구는 과거 보금자리주택으로 불리던 택지지구로 이미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난해 6월 일반 분양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아직 분양이 시작되지 않는 아파트도 저소득층 등 주거 취약계층 중심으로 추천을 통해 입주 대상자가 모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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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동 지구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분양이 마무리된 아파트 단지는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입주대상자만 선정된 일부 아파트단지의 경우 아직 착공조차 못한 상태다. 이에 아파트 건축 인허가가 무한정 연기되면 인근 단지에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향동 지구에 소재한 덕은부동산 관계자는 “학교 건설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학교만 빠진 채 공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고립된 위치에 있는 향동지구의 특성상 향동지구 거주 학생들의 등하교가 거의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받은 시민들은 물론 인근 지역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요원한 상태로 보인다. 아직 착공이 되지 않은 지역 중 하나인 S-1BL지구 아파트 건설 관계자는 “아직 아파트 건물의 발주처인 LH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내려온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고양 향동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흥 은계지구 역시 공사가 중단된 지역 중 하나다. 시흥 은계 공공택지지구 또한 LH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시흥시 은계지구 인근에 위치한 은계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은 이미 모두 분양이 다 끝나고 공사를 기다리는 중이다”며 “만약 학교가 안 지어지게 된다면 혼란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다”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없이 아파트만 지어질 가능성은 없다”면서 일각의 주장을 일축 했다. 아예 택지개발 공사를 멈추면 멈췄지 학교만 빠진 채 공사가 진행되는 일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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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도교육청의 1년 예산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예산 전체의 약 95%는 모두 초·중·고등학교의 예산 등으로 쓰인다. 분담금 등을 포함한 ‘교육행정일반’ 항목에 책정된 예산은 500억원에 불과한만큼 LH측이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주길 바라고 있다.
착공 연기로 인해 건설사와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교육청 측 입장이다. 갑작스런 예산 폭탄을 막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인허가를 중단하고 LH측과 협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1월 나온 대법원 판결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우리 경기도교육청이다”며 “학교용지분담금을 환급해 주고 학교건설을 부담해야하는 지역이 현재까지 고양 향동과 시흥 은계 등 총 7곳 23개교인데 모두 경기도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환급 및 추가부담 해야하는 예산이 자체 추산 결과 200억원 이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큰 예산을 한꺼번에 지출하면 교육청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공을 LH측으로 넘겼다”며 “지금은 LH측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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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학교 짓는 비용을 놓고 LH와 교육청 간의 갈등으로 대규모 공공아파트의 건설이 지연되는데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여론 일각에서는 공공사업자인 LH나 교육주관기관인 교육청 모두 공공성을 망각한 채 아이들 학교를 놓고 볼썽사나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LH 고양사업단 ⓒ스카이데일리
교육청의 인허가가 미뤄지면서 건설사와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단기간 사태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LH는 교육청의 엄포에 법대로 진행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동안 안내도 되는 돈을 냈기 때문에 돌려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LH 고양사업단 관계자는 “지난 2일 학교용지법 개정에 따라 택지개발지구 내 학교에 대해서는 개발사인 LH측에서 학교부담금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지난 2일 이전에 진행된 택지개발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계 일각에서는 LH측이 양보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존 학교용지법 취지 자체가 수요에 비해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의 학교용지 확보를 돕기위해 만들어진만큼 택지개발사업자가 학교용지 조성·개발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송기석(국민의당) 의원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교용지법과 이번 학교용지법 개정안의 취지를 놓고 보면 LH측에서 법 개정 이전의 택지지구 부담금 역시 LH측이 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LH측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교육청 측과 협의를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며 “다만 아직 어느 정도 선까지 양보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결정된 것이 없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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