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26 02:43
뉴스
[현장진단]-박 전 대통령 자택 집회 밀착취재
박근혜 사저 지키는 그들의 애국엔 ‘빨갱이 망국’
그들과 호흡하니 ‘나라 구하자’…문재인=탄핵조종=종북세력=공산화 ‘확신’
서예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1 12:25:20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앞은 조용할 날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인 ‘태극기 협회’ 참가자들이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 이후 감정이 격해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통곡을 하거나 취재진과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발언부터 ‘탄핵무효’ 등을 외쳤다. 심지어 태극기집회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거침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무엇이 그들을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으로 이끌었을까. 스카이데일리가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앞에 모인 그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밀착 취재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젊은이들에게 마냥 적대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식들이 걱정돼 이곳에 나오게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기자의 손을 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스카이데일리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탄핵 기각을 바라고 있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분노하고 오열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하고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부터 꾸준히 자택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을 향해 “박 대통령은 억울하다”고 외쳤으며 건너편 빌라 옥상에서 촬영하는 취재진을 향해 “사생활 침해”라고 손가락질 했다. 반면 젊은 사람이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자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격려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집회 참가한 젊은층 격한 환영, 취재진에는 “똑바로 하라” 고성
 
기자는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을 찾아갔다. 자택 인근에 열 명 남짓한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고, 담벼락에는 장미꽃과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이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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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에는 ‘탄핵무효’, ‘진실은 밝혀집니다. 끝까지 함께 할 거에요’, ‘건강 챙기세요’, ‘억울하시면 뭉치면 됩니다’, ‘분합니다. 억울합니다. 원통합니다’ 등 격려와 슬픔 그리고 분노가 담겨 있었다.
 
기자가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다가가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반색을 하며 환영했다. 젊은 청년이 집회에 참가하니 반갑다는 반응들이었다. 기자에게 말을 걸어온 이들은 대부분 60~70대 여성이었다. 한 여성은 손을 잡으며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은 “1000명 몫을 하는 사람이 왔다”고 추켜세웠다.
 
실제로 이날 모인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60~80대 노년층이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젊은 청년들에게 과분할 정도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30대 남성이 ‘탄핵무효’ 피켓을 들고 서 있자 “장하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점심시간마다 이곳으로 나온다. 직장이 가깝다. 탄핵 사태를 보며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여기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담벼락에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며 격려의 꽃을 붙여놓았다. 한 지지자는 관리실에 꽃바구니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감정이 격해진 한 남성이 탄핵무효를 주장하며 소리를 지르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차없이 적대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한 청년이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는 것을 본 70대 남성은 “손에 태극기는 들고 가방에 이건(리본) 뭐냐”고 지적했다. 70대 남성이 거듭 적개심어린 반응을 보이자 결국 청년은 세월호 리본을 가방에 넣었다.
 
청년이 자리를 뜨자 70대 남성은 “‘저거(세월호 리본)’를 달고 있는 사람만 보면 때려주고 싶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여성 참가자 역시 “나도 저 리본 꼴보기 싫다. 잘 모르고 달고 다니는 거니까 우리가 세월호의 진실을 알려주면 된다”고 거들었다.
 
또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적개심어린 반응으로 일관했다. 젊은 청년 둘을 향해 대뜸 기자냐고 묻더니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음에도 언론에 대해 성토했다. 한 참가자는 “지금 저거 다 날조다. 기자들이 박 대통령님을 왜 싫어하는 줄 아느냐. 김영란법 통과시켜서 그렇다”고 언성을 높였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전경을 담기 위해 방송사·신문사 카메라들이 건너편 빌라 옥상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고 분개하기도 했다. 손가락질을 하며 ‘사생활 침해’, ‘인권탄압’ 등의 단어가 거론됐다.
 
결국 그들은 이날 오전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빌라 옥상에 있는 언론사 카메라들을 철거해달라는 것이다. 그들은 입을 모아 “탄핵으로 청와대에 감금시키다 시피 하더니 이제는 집에 와서 마당에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이래가지고 커튼은 열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오후가 되자 집회 참가자들의 수가 100명 가까이 늘어났다. 담벼락 앞 뿐 아니라 건너편 이면도로까지 몰려들어 혼잡해지자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한 70대 후반 노인은 “박지원·문재인이 헌법재판소에 200억을 뇌물로 줘서 탄핵이 인용됐다”고 소리쳐 말리는 경찰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한 남성 지지자는 취재진을 향해 “지금 이 꼴이 난게 다 언론때문인데, 젊은 사람들이 뭐하는 짓이냐”며 “당신들이 6·25를 아느냐 5·16를 아느냐. 아무것도 모르고 무임승차 한 주제에 박 대통령님을 욕만 한다. 똑바로 하라”고 삿대질을 했다.
 
“후손들이 걱정이다” “빨갱이 대통령은 안 돼”…손잡고 절절한 호소
 
“내가 왜 여기에 나오겠나. 어차피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몸이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공산국가 된다”, “다 자식들 걱정해서 나오는 거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내놓고 있는 주장들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는 반면 야권 인사들에게는 ‘빨갱이’, ‘종북’ 등 단어를 써가며 원색적으로 적대적 반응을 내비쳤다.
 
자신을 국악인이라고 밝힌 신모 씨(여·65)는 “세월호 피해자 부모들이 보상금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아느냐”며 “못해도 4억이다. 그렇게 받았으면 광화문 광장에 나오면 안 된다. 그런데 나와서 구명조끼 늘어놓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그거 다 우리 세금이다”고 말했다.
 
 ▲ 박 전 대통령의 자택 담벼락에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한 여성 지지자의 모습. 그는 태극기 집회에 나온 이유에 대해  “자식 잘못되라는 부모가 어디있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이 무조건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끌어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신 씨는 기자에게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창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가 받은 메시지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사람들로 내각을 꾸릴 것인지에 대한 명단이었다. 그 명단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표창원 민주당 의원, 손혜원 의원 등 야권 유명 인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 장관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옆에 서 있던 70대로 추정되는 남성 참가자는 “맞다. 트럼프가 김정은만 죽이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딸에게 촛불집회 나가면 절대 안 된다고 나라 망한다고 말했다던 신 씨는 “딸에게 소개팅을 받을 때 ‘촛불이에요 태극기에요?’하고 물으라고 시켰다”며 “부모가 자식 잘못되라고 하는 것 봤나. 다 자식들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집회에 참가한 청년들을 반겼던 60대 여성은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다 아들들 손자들이 걱정돼서 나오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여성 지지자도 “나도 마찬가지다. 손자만 3명을 키우는데 얘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된다”며 “나는 내일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 아니냐”고 거들었다.
 
집회 참가자들 입을 모아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안된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야권 지도자들이 돈을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70대 남성 지지자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아느냐”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장관들은 아무것도 안 했다. 그런 사람들이 또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토로했다.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박 전 대통령을 가르켜 ‘마마’라고 부르며 큰 절을 하기도 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마마.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외치다 경찰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소란이 이어지자 인근 주민들은 불안·불편을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인근에 위치한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은 안전상의 우려 때문에 먼 길을 돌아 정문으로 등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 16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신고한 집회를 금지했다. 또 박근혜지킴이결사대가 열고 있는 집회에 대해 장소, 행위 등 제한통고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자택 근처 길이 협소하므로 인도로 못 내려오게 하거나 확성기·메가폰·앰프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제한’ 위주로 통고될 예정이다. 또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계속될 시에는 집회 금지나 제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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