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로 연말에 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5월 9일로 앞당겨 졌다. ‘장미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문 전 대표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의 당 지지율 역시 50.4%(리얼미터 3월4주차 여론조사 결과)를 기록해 다른 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문 전 대표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하지만 상반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선거가 40일 넘게 남은 상황에서 예상 밖의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의 문 후보를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의 이회창 후보와 2007년 대선 당시의 이명박 후보 등에 빗대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는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으나 곧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후자는 ‘모두가 문 전 대표 이야기만 할 정도로 대세가 기울었다’는 의미를 각각 내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호남권역 투표에서 문 전 대표는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서도 대부분은 문재인 대표의 대세론이 입증됐다고 입을 모으지만 아직까지 바닥 민심의 향방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여론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호남의 중심인 전라남도 광주광역시를 찾아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현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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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호남권역 투표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60.2%의 압도적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역대 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선택을 받은 후보가 예외 없이 대선후보가 됐다는 이유로 이번 문 전 대표의 승리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전남 광주시 금남로 일대 전경 ⓒ스카이데일리
[전남 광주시=서예진 기자] 지난 27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호남권역 투표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60.2%(14만2343표)의 압도적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호남지역은 ‘반문정서(반 문재인 정서)’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됐던 터라 이번 결과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같은 당의 경선 후보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호남 첫 투표에서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를 이끌어낼 것으로 관측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힘을 보태는 상황만 연출됐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역대 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선택을 받은 후보가 예외 없이 대선후보가 됐다.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 2007년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2년 문재인 후보 등이 그 사례로 꼽힌다.
현재 정치 평론가들은 대체로 문 전 대표의 경선 승리와 더불어 대통령 당선까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순위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반문정서(반 문재인 정서)’가 극심했던 호남권에서의 승리로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선이 40일 가량 남은 상황에서 돌발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특히 ‘호남의 상징’으로 불리는 광주에서 “경선에서의 승리는 집안싸움의 결과 일뿐 ‘호남지역당’으로 평가되는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와 맞붙게 된다면 결과는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실제로 호남 지역의 바닥 민심은 아직까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당의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를 두고 지지양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만약 두 사람이 각 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다면 호남에서의 ‘빅매치’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광주 민심…“문재인, 이번엔 대통령 될 것” vs “경선 승리가 전부는 아냐”
국민의당 호남 경선과 민주당 호남 경선을 모두 치러낸 광주를 찾았다. 광주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5월 대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광주의 바닥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최대 번화가로 알려진 ‘금남로 일대’와 전라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 ‘양문시장’을 찾았다.
얼마 전 민주당 호남 경선 이후 더욱 거세게 불고 있는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반응을 묻기 위해서였다. 광주 민심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60%가 넘는 경선 결과로 인해 종식된 줄로만 알았던 호남의 ‘반문정서’는 여전히 상당 부분 존재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그래도 문재인이 이번에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겼다고 호남에서 선택 받은 것은 아니다’ 등이었다.
▲ 지난 26일 치러진 국민의당 대선후보 호남권 경선 투표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안철수 호남 대격돌’을 예고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위 왼쪽부터)와 국민의당 경선 현장의 손학규 후보, 박주선 부의장, 안 전 대표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예전부터 오로지 민주당만을 지지했다던 양동시장의 한 상인은 “주변 사람들이 문재인이 당선 되겠다고 하더라”며 “민주당 경선에서 이겼던 것 처럼 본선에서도 아마 일방적으로 이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금남로를 방문했던 유영진 씨(32·남)는 “나이 드신 분들은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분이 많은데 젊은 층은 또 다르다”며 “대부분의 젊은층들은 무난하게 문재인이 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남로에서 만난 한 40대 중반의 직장인도 “언론에서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로 만들고 싶은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대부분 문재인을 지지한다”며 “특히 이곳은 될 사람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문정서’가 대세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금남로를 방문한 성진우 씨(39·남)는 “예전부터 ‘반문정서’가 있다고는 하는데 지난해 총선 때 광주를 방문한 문 전 대표를 본 적이 있다”며 “그때 몰려든 인파를 생각하면 ‘반문정서’는 언론이나 반문재인 측에서 만들어낸 헛소문인 것 같다”고 단언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연숙 씨(62·여)는 “아무래도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심리가 작용해서 문재인이 선택받은 것 아니겠느냐”며 “주변에서 안희정·이재명 등도 치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자 문재인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의 여론도 상당했다.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을 무조건 낙관하지 않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양동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김정희 씨(53·여·가명)는 “몇몇 손님들에게 옛날부터 문 전 대표가 여기 광주에 좀 반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광주에서 만큼은 문재인이 꼭 대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예전에는 민주당만 있었지면 지금은 국민의당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철수가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하지 않았나”라며 “문재인과 안철수가 호남에서 대격돌을 벌인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호남의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 시민들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경선에서 무난하게 통과한 것처럼 본선도 승리할 것이라는 의견과 안철수 대표와의 맞대결이 치러지면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감, 비호감 여론도 극명하게 갈렸다. ⓒ스카이데일리
양동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정치권에서 변화를 줬으면 하는데 문 전 대표는 개혁이나 적폐청산에서 약할 것 같다”며 “그래서 이재명을 지지했었는데 만약 경선에서 탈락하면 안철수를 뽑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서 만난 김순자 씨(68·여)는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철수가 뽑힌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안철수와 문재인이 이곳 광주에서 정정당당하게 한판 붙어보라는 뜻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남로에 쇼핑을 하러 온 한 50대 여성은 문 전 대표에 대해 “나는 그 사람이 왜 전두환에게 표창장을 받았다고 자신의 입으로 굳이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광주사람들은 ‘전두환’ 이름 세글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이 대통령에 가까워졌다고 경거망동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윤정문 씨(52·남·가명)도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에 대해 “맥락과 본의가 그것이 아니었다 해도 논란이 될 만한 말을 계속 하는 것이 문제다”며 “그 사람의 발언이 문제가 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호남 경선에서 1등 했다고 마치 이곳 민심을 사로잡은 것처럼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온화한 대통령 보다는 적페청산·개혁 통해 잘 사는 나라 만들 능력 있는 대통령 원해”
취재 도중 문 전 대표에 대한 광주 민심과 더불어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능력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엿볼 수 있었다. 광주 시민들 중 상당수는 “단순히 인기 많은 대통령이 아니라 확실한 개혁, 적폐청산, 청렴한 국가 건설 등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며 문 전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식의 반응을 내비쳤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30대 후반 여성 직장인은 “이번에 대통령이 파면되긴 했지만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이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개혁 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인물이면 누구나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문재인이 이 부분에서 잘 할지 걱정 어린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쓴소리라도 옳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내뱉는 이재명 같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인자하고 선비 같은 이미지를 지닌 문재인이 제 손에 피를 묻혀가며 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진우(28·남) 씨는 문 전 대표의 개혁의지에 대해 “정치권에서 개혁을 주도해야 나라가 바로서기 때문에 정리를 할 것은 하고 가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개혁 보다는 안정에 가까운 인물들로서는 국민들에게 개혁 의지를 피력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고 촌평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을 회상하며 문 전 대표의 개혁 의지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시민들도 많았다. 윤정문(62·남) 씨는 “사실 적폐청산을 강조하지만 일부는 문재인을 일컬어 ‘남자 박근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 않나”라며 “그만큼 문재인의 말에는 정치적 계산이 밑바탕에 깔린 모호한 측면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벌개혁을 강조했지만 참여정부 시절을 생각해보면 개혁이 될지 미지수다”고 비판했다.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광주 시민들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많은 시민들은 “차기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공통적으로 내비쳤다. 사진은 ‘세계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대표의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김순자(58·여) 씨도 국가 개혁에 대해 “대통령이 감옥가거나 검찰에 조사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파면까지 당한 상황이다”며 “국민의 수준이 그만큼 올라온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단호한 개혁을 통해 깨끗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간에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을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시민은 “대통령이 파면까지 당한 상황에서 꺾이지 않고 적폐청산을 해낼 사람은 이재명 시장 같다”며 “문재인 전 대표는 그런 면에선 약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시장이 경선에서 밀리고 있는데, 만약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다면 단호한 개혁의지를 피력한 심상정 후보를 지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정희(34·여) 씨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바라는 건 공정하게 사는 세상일 텐데, 그러려면 사회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 같다”며 “현재 문재인과 안철수 중 고민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아직까지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광주 시민들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는 격렬할 만큼 극과 극의 엇갈린 반응들을 많이 내놓았다. 하지만 광주 시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차기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광주시민 이연숙(43·여) 씨는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뛰쳐나간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냐”고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단순히 대통령이 잘못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모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집회에 나간 사람들 중에는 ‘이게 나라냐’는 피켓을 들었던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꼭 누구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나라가 망가졌다는 뜻이 아니고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적 바램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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