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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불효자방지법 르포
돈에 밀린 효(孝)…어버이날 더 슬픈 비운의 부모들
“불효는 천륜 버린 배신…낙장불입 현행 상속 관련법 개정돼야”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08 13:30:31
지난 2015년 19대 국회 당시 ‘불효자 방지법’이 상정됐다. 이 법안은 부모로부터 증여 또는 상속을 받은 자녀가 부모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받은 재산을 부모에 되돌려주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현행 민법 558조는 부모가 자녀에 한 번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재차 돌려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법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상정했다. 하지만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됐고 이에 민 의원은 지난해 9월 재차 발의했다. 현재 계류 중인 이 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속히 통과돼야 할 법안이라 강조한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노인들의 생활 수준이 아직까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은 자녀들의 외면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데일리가 오늘(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 부양 관련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불효자방지법’의 필요성을 진단해봤다.

 ▲ 노인학대와 부양료 지급 청구소송 건수가 늘면서 ‘불효자 방지법’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천륜으로 여겨지던 ‘효(孝)’를 법으로 강제해 노인들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홀로 앉아 쉬고 있는 노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1. 김 모(85·남)씨는 둘째 딸이 집을 구매하는데 돈을 보태기로 결정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을 모시고 살겠다는 딸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그가 건넨 돈은 6000만원. 돈을 건넬 때까지만 해도 그는 딸과 함께 보낼 외롭지 않을 여생을 꿈꿨다.
 
하지만 이는 곧 불행의 단초가 됐다. 모신다는 말과 달리 딸은 밥 한 번 차려주질 않고 그를 방안에 방치했다. 문을 잠갔고 대면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결국 그는 큰 아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큰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화를 냈다. 왜 큰 아들에 6000만원을 주지 않았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큰 아들은 아버지 김 씨를 집 밖으로 내모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등 패륜적 행동도 불사했다. 결국 김 씨는 딸을 상대로 6000만원 반환소송을 냈다.
 
#2. 박 모(86·여)씨는 지난 2012년 정년퇴직 후 농사를 짓겠다며 고향에 내려 온 아들에게 살던 집과 임야 등을 상속했다. 아들의 병원도 모시고 식사도 꼬박꼬박 챙기겠다는 말을 믿고 재산을 넘겨줬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명의를 확보한 뒤 급격히 태도가 변했다. 폭언은 다반사였으며 급기야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박 씨를 폭행했다. 폭행 후에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갖다 버리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이후 박 씨는 아들을 피해 평생 살아 온 고향집을 등진 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부모의 돈만 쫓고,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천륜을 어기고 부모를 학대하는 자녀들의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인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불효자 방지법’ 추진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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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대한 불효는 인간의 도리 아냐…불효자 방지법 필요”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부모 학대 사태와 이를 방지하고자 추진 중인 ‘불효자 방지법’에 대한 노인들의 생각을 들고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았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주변에서 접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사망 전까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불효자 방지법과 같은 법안이 등장하게 된 사회적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 기자가 찾아간 탑골공원에 모인 노인들은 대부분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이들은 말없이 한 벤치에 앉아 어색하게 있다가도 말문이 열리면 각자의 인생사와 자녀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은 탑골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노인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영자(73·여) 씨는 “부모에게 찾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하면서 남 보듯 하는 일이 곧 불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생활을 했던 남편의 봉급으로 3남매를 힘겹게 키웠다는 김 씨는 “남들이 말하길 재산을 넘겨준 뒤 1년만 지나면 자녀들의 친절함도 끝난다고 하더라”며 혀를 찼다. 이어 김 씨는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져 가고 있더라도 부모를 직접 돌보기는커녕 찾지도 않는 행태는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 배신이다”고 꼬집었다.
 
김 씨의 남편 조 모씨(75)는 “불효자 방지법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자식들도 부모를 모시는 효도에 대한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참 씁쓸한 일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성 노인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자녀 재산 증여에 대해 묻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함부로 물려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남성은 “자식한테 재산 물려줬더니 부모를 욕하고 내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남 2녀를 뒀다는 김 모씨는 공무원을 퇴직하고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연금 덕분에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 자식들이 연금 때문인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심보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계획은 있지만 자식 말고 며느리가 어떻게 돌아설지 몰라 불안하긴 하다”고 걱정했다. 이어 “불효자 방지법은 필요하지만 꼭 법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서라도 재산 증여는 형제간 다툼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남 1녀의 자녀들이 각각 지방과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김 모씨(84·남)는 “자식들이 부모에게 잘하지 못하는 일을 두고 누구에게 탓할 수 있겠느냐”며 “날짜나 금액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 서울 잠실의 아파트를 팔아 자녀들에게 나눠줬는데 현재 연락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자녀들의 이러한 행태에 불만이 없어 보였다. 그는 “자식들이 잘 살면 그만이지 연락이 자주 없다는 이유로 섭섭해 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말해 조건 없는 자식 사랑을 드러냈다.
 
해외에서도 시행 ‘부모 부양법’…사회의식 변화 속 법체계는 그대로
 
 ▲ 자료 : 보건복지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3월 ‘효도계약과 불효자 방지 법안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태도’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싱가포르 등은 효를 법으로 강제한 부모 부양법이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사회적 상황에 따른 필요성에 따라 부모에 대한 효와 부양을 법으로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노인 학대 발생과 부모 자식 간 부양료 소송 건수의 증가가 불효자 방지법안 발의의 직접적 배경이 되고 있다. 노인 학대는 신체·정신·정서·성적 폭력과 함께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방임하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신체적 학대 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 학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1년(8603건) 이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처음으로 1만건을 돌파한 데 이어 2015년에는 1만1905건을 기록했다. 학대 가해자는 아들이 36.1%로 가장 많았다. 딸도 10.7%를 기록해 전체 신고사례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가 자녀로부터 학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통계연감에 따르면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 건수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98건에 불과했던 소송은 2014년 262건으로 12년 새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부모 부양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 자료 : 대법원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상황은 부양에 대한 의식이 시간이 갈수록 변화한 탓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노후보장을 위한 가족, 정부, 사회의 역할’ 보고서에서 나타난 통계 자료는 이러한 의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보고서에서 ‘노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지난 1998년에는 89.9%가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나타났으며 부모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8.1%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는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31.7%로 줄고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16.6%로 늘었다.
 
불효자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했던 최병천 다른백년 연구위원은 “현행 법(민법 558조)은 노인학대 혹은 배은망덕 조장법”이라고 정의하면서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유사한 법이 적용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민법은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1960년대 농촌 공동체 사회를 기준으로 한 증여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며 “당시에는 부모 부양이 하나의 관행이었지만 도시·산업화가 이뤄진 2017년은 사회·경제적으로 그 때와 완전히 다른 사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 사례를 비춰보고 상식적으로 봐도 (민법 558조는) 법제적 정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법제일 뿐이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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