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리 위 청소년들 중에는 단순 가출도 있지만 ‘탈출’ 청소년들도 많다.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학대를 당해 어쩔수 없이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들도 있었다. 또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겨졌지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가출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의 가출 문제는 타의에 의한 경우가 많지만 정작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시설과 시스템 체계는 열악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길거리를 배회하는 10대 청소년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자퇴하겠다는 말은 또 다른 갈등의 발단이 됐다. 그 길로 김 양은 집을 나섰다. 김 양은 “얼마 전 이모와 연락하게 됐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라 하셨다”며 “어차피 들어가도 쫓겨나게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집 대신 거리를 택했다.
#2. 호프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추모(22) 군은 벌써 4년 넘게 가족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 은평구가 집이었든 조 군이 집에서 나온 것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직전이었다.
소위 말하는 ‘1진(교내 불량학생들의 모임을 일컫는 단어)’이었다는 그는 무리지어 다니던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일순간에 왕따로 전락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따돌림을 넘어 심각한 학교폭력에 노출돼야 했던 추 군은 가족들에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추 군은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평소 교감이 없는 상태였다. 어렵사리 고민을 털어놨지만 그의 아버지는 교우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것 역시 추 군의 탓으로 돌렸다. 결국 추 군은 학교와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현재 가출상태이거나 혹은 가출경험이 있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공통적으로 “몸과 마음을 가정과 학교 그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출 청소년들에 귀가할 것을 권했으나 상당수가 고개를 저으며 “아무리 힘들어도 집 보단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사 돌아간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재차 거리로 나설 것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아동·청소년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거리로 나선 원인을 파악하고 선제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가출한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대 청소년 가출원인 ‘가정불화’ 압도적…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 결국 범죄의 길로
▲ 거리 위 아이들이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을 때 최종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찾는 곳이 쉼터다. 전국에 청소년 쉼터는 122개다. 일시 쉼터, 단기 쉼터, 중장기 쉼터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을 만났을 때 단기적으로 데리고 있다가 가정에 복귀시켜야 하는지 혹은 장기적으로 보호해야할 경우 어떤 기관에 보내야 할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경기도 소재 한 청소년쉼터 내부 ⓒ스카이데일리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공통으로 발간한 ‘2017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가출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가족과의 갈등’으로 74.8%에 달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8.0%)’, ‘공부에 대한 부담감(6.1%)’ 등의 요인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이렇게 집을 나온 아이들은 곧바로 유해한 환경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졌다.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된 모텔 등에서 기거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라는 시각도 많다. 또한 같은 처지에 내몰린 청소년들끼리 어울리며 성인 못지않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아동·청소년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출청소년들을 안전하게 수용하고 계도할 수 있는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는 가출청소년을 수용하는 시설들이 여러 종류 있다. ‘쉼터’ 역시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쉼터’ 역시 가출청소년들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 쉼터는 총 122개에 불과하다.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보면 경기도가 29곳으로 가장 많다. 서울은 13곳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인천 8곳, 부산·대전·경북·전북·전남·충남·충북·강원 등 6곳, 광주·경남·제주 5곳, 울산 4곳 순이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특히 서울의 쉼터 개수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수도권 및 전국의 가출청소년들이 대부분 서울로 몰린다는 게 그 이유였다. 현재 서울 25개구(區) 중 강서·관악·금천·종로 등에 각 2곳, 강남·강동·강북·금천·용산·중랑 등에 각 1곳씩 총 13개의 쉼터가 있다. 이 중 중랑구 쉼터는 여학생들만, 강남구 쉼터는 남학생들만 수용 중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김기남 회장은 “현재 모든 쉼터들이 수용능력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가출청소년이 접수되는 즉시 수용하는 상태다”며 “그렇다 보니 쉼터 내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서울시·여성가족부 등 관계당국에 쉼터 확충 및 버스를 개조한 이동형 쉼터, 사이버 아웃리치(온라인 등을 통해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방식) 등과 관련된 추가 예산을 제안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쉼터는 병원 응급실과 같은 개념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가출한 아이들에게 씌워질 부정적 인식을 줄일 수 있어야 이들이 올바르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만큼 방향성을 갖고 정부 또는 광역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출청소년 수용·계도 시설 턱없이 부족…어른들이 진정성 있게 보살펴야”
서울 시내에서도 가출 청소년들의 다수 몰리는 곳으로 유명한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도 ‘쉼터’가 존재한다. 지난 1998년 문을 연 서울시립신림청소년쉼터 ‘우리세상’이다. 이곳은 최장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는 ‘단기 쉼터’다. 통상 쉼터는 머무는 기간에 따라 일시, 단기, 중·장기 등으로 나뉜다.
우리세상 박윤희 보호상탐팀장은 가장 큰 걱정거리로 아이들의 사회진출을 꼽았다. 박 팀장은 “신림 쉼터는 전국적으로 아이들이 찾아오는데, 대부분 어려움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찾아오면 우선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하고 아이의 상황과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복귀가 어려울 경우 이곳에서 최대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인근의 쉼터로 보내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경우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며 “쉼터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에서 더 나은 일자리와 주거 환경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우리사회가 탈출한 아이들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학교 중퇴, 고등학교 중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이라 아이들의 사회복귀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현재 쉼터 및 각종 지원시설에 수용된 학교 밖 청소년들은 만 15세가 넘으면 해당 소장의 추천서를 받아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실시되는 교육이 미용·바리스타 등에 불과해 상당히 제한적인 편이다.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숙련기술교육 등은 배재돼 있다.
김기남 회장은 “가출청소년들 중에는 20세가 넘었는데도 주민등록증조차 만들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다”면서 “쉼터까지 오게 된 아이들을 단순히 문제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올바르게 계도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 어른들로서 해야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물론 처음 발견된 아이들은 비행청소년·문제아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게 되면 결국 범죄자를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면서 “우리 어른들이 제 역할을 못한 탓에 아이들이 거리로 나온 것인 만큼 진정성 있게 보호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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