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上水源)’은 상수가 흘러나오는 ‘근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 사용하는 물의 근원지인 셈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은 상수원의 확보와 수질의 보전을 위해 청정해야 한다는 인식아래 각종 행위가 규제되는 지역을 말한다. 환경부 소관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수질오염물질·특정수질유해물질·유해화학물질·농약·폐기물·오수·분뇨 등을 버리는 행위가 제한된다. 가축 사육뿐만 아니라 수영·세탁·세차 등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야영과 취사 행위, 농작물 경작도 불법이다. 제한 행위를 부득이하게 실시해야 한다면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생활에도 많은 제약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수십년째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일대 지역의 경우 수천만명에 달하는 서울 및 수도권 시민들이 사용하는 생활용수가 흘러나오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익성이 인정돼 어느 한 쪽의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웠다. 주민들과 정부는 줄곧 평행선을 걸어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여론 일각에서 소수이긴 하지만 주민들이 수십년간 재산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제한받았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이주 대책 혹은 현실성 있는 보상 대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개발 제한 문제를 두고 정부와 주민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조안면 일대를 찾아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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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청정지역이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 시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조안면 일대 주민들은 수십년째 재산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오랜 기간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둘 사이에 갈등을 해소시킬 새로운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해당 지역 갈등이 재조명 되고 있다. 사진은 양수대교에서 바라본 팔당상수원보호구역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사진 위쪽)과 양서면 ⓒ스카이데일리
서울 및 수도권 수천만명 시민의 생활용수가 흘러나오는 팔당상수원 일대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문제를 두고 정부와 지역 주민들 간에 갈등이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74년 팔당댐 준공 전후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후 지역 주민들은 규제로 인해 재산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정부 조치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얼마 전에는 정부와 지역 주민 간에 갈등이 고조될 만한 일대 사건이 불거져 나와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지난 2월 정부 규제를 어기고 식당을 운영해 오던 지역 주민들이 대거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과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주민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51명에게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하며 약식기소했다. 전직 도의원 등 7명은 구속기소했다.
2400만 시민건강 직결된 상수원보호 vs 상수원 지역 주민 생존·재산권 보호…‘갈등 고조’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조안면 일대는 조용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올해 초 검찰의 단속 이후 주민들은 외부인들을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 농촌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길거리에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조안면 주민들은 수십년째 대립각을 세워온 정부를 향한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정부와의 대치에 어느 정도 익숙해 보였다. 일찌감치 ‘조안면규제피해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생존권 및 재산권 침해 명분을 앞세워 정부 규제에 대응하고 있었다.
박호선 조안면규제피해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팔당댐을 막으면서 조안면 앞에 1만7000평짜리 섬이 수몰됐다”며 “처음 건설될 당시만 해도 팔당댐은 홍수대비였는데 1975년 상수원으로 지정되면서 규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후 1984년 자연보전권역, 1990년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999년 수변구역 등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가 날로 더해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며 “그 기간 이곳 주민들은 날로 더해지는 규제에 손도 못쓴 채 재산권 등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 조안면 주민들은 박호선 위원장을 필두로 ‘조안면주민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환경부와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체 등에 규제 완화를 통해 생활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조안면 도로변 곳곳에 붙은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박 위원장은 “서울·수도권 2400만명의 상수원 보호라는 명목 때문에 그동안 아무 행위를 할 수 없었다”며 “땅을 가졌어도 사실상 전혀 사용하지 못했고, 심지어 농사도 지을 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안면 일대 주민들은 무엇보다 적은 보상금액과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을 우선적으로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주민들은 ‘직·간접 사업비’로 명목으로 보상금을 받고 있다. 조안면에만 1년에 30억원 가량의 보상금이 편성되는데 이 중 15억원이 도로개선·수도공사 등에 이용된다.
나머지 15억원을 피해 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지급하고 있다. 조안면 주민은 현재 약 3~4000명 정도다. 이에 따라 주민 1가구 당 1년에 약 500만원 가량 지급되고 있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약 40만원 가량이다. 올해 최저생계비는 월 50만원 정도다.
박 위원장은 “최근 들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아예 땅을 매입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귀띔했다. 그는 “환경부에서 차라리 땅을 다 사서 아예 사람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관리하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않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 소유 땅값은 날로 하락해 주변의 경우 평당 땅값이 2500만원에서 3000만원인데, 이곳 땅값은 평당 3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일대 지역을 취재하던 도중 일부 주민들로부터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조안면 주민 김모(71·남) 씨는 “인근의 양서면 등 다른 지역은 우리 동네보다 늦게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며 “우리는 팔당댐 건설 초기에 규제지역으로 묶여 개발의 여지가 전혀 없었는데, 다른 지역은 이미 개발이 다 된 후에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강을 잇는 양수대교를 사이에 두고 불과 500여미터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상수원보호구역인 양서면은 조안면과 차이가 컸다. 마트나 미용실, 약국 하나 없는 조안면과 달리 양서면의 경우 양수 삼거리를 중심으로 음식점과 모텔, 시장 거리가 형성돼 있었다.
조안면 주민임에도 양서면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조안면 능내역 앞에서 푸드트럭 장사를 하다 단속을 피해 양서면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S햄버거 사장 박모 씨는 “조안면 단속이 심해져 양서면에 자리를 잡았다”며 “상수원이라는 명목으로 규제를 강화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얼마 전 실시된 단속으로 사법처리 된 인물의 가족도 만날 수 있었다. 약 70년간 1, 2대에 걸쳐 한강민물장어집을 운영해 온 김모(63·여) 사장도 기자를 경계하는 듯하더니 “정말 억울하다. 내 남편도 구속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구속된 사람들이 살인을 했나, 사기를 쳤나. 구속된 사람이 아직 7명 남았다”며 “닭도 쫓을 때 나갈 구멍이 있다지만 조안면 주민들은 먹고 살 수 있는 틈이 없어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
정부-지역주민, 양측 모두 명분은 합당…보상금 확대 등 현실성 있는 ‘제3의 방안’ 시급
이처럼 최근 2400만 시민들의 생활용수 공급이라는 명목을 지닌 정부와 재산권·생존권 등을 주장하는 지역 주민들 간에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자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중재 기구에 대해서는 활동 범위를 대폭 늘려 사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환경부 및 조안면 주민 등에 따르면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각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가 출범해 현재 운영 중에 있다. 환경부와 7개시·군의 주민대표, 공무원, 경기도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꾸준히 상생 대안을 논의 중이다.
이석호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연구위원과 이광현 공학박사는 “조안면 주민들이 규제로 어려운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쓰는 환경기초시설(물을 정화시켜주는 기구)도 노후가 심각해 운영비마저 많이 들어가는 가기 때문에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환경부의 지원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고조된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운영비 책정이 우선시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 조안면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검찰로부터 강한 단속을 받았다. 규제를 어기고 불법으로 운영되던 식당들은 모두 철퇴를 맞았다. 검찰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과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주민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51명은 벌금을 부과해 약식기소했다. 전직 도의원 등 7명도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검찰의 단속으로 문을 굳게 닫은 조안면 일대 가게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주민 피해 보상(지원) 시스템과 관련해 이석호 연구위원은 법적 근거를 정리해 놓은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보상은 합법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하면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는 문구가 헌법 제23조 제3항에 기록돼 있다.
‘특별대책지역(특대고시) 기본방침’에도 ‘상수원 보전 측면에서 특별관리를 하며 재산권 행사의 제한을 최소화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한강종합대책(1998)’의 주민지원 부분 또한 ‘규제에 상응하는 주민지원사업비 대폭확대’라고 적시돼 있다.
이처럼 법 조항 및 규칙 등을 볼 때 정당한 보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한강종합대책(1998)에 ‘구체적인 지원사업의 내용 및 규모는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기록하고 보상에 대한 책임을 수계위에 넘겼다. 환경부는 결국 규제만 하고 보상에 대해 관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규제만 있고 규제에 대한 합당한 보상 즉 손실보상이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국가가 주민지원사업비로 700억원을 편성하고 이중 560억원이 경기도로 온다”며 “그런데 실제로 7개 시·군의 규제로 발생한 규제 피해액이 약 130조원으로 평가되니 보상과 규제의 괴리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광현 공학박사는 “결국 온갖 규제로 친환경 개발도 불가능하고, 보상도 적어 정부에 대한 불신만 쌓이는 상황이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국회통과도 까마득한 현재 시점이 암울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정부에 대책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조안면 일대 대책 마련과 관련해 환경부와 한강유역청, 남양주시청 등 유관기관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이곳 관계자들은 대부분 “담당자가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상수원 보호구역에 변화를 준다는 게 법을 개정한다는 건데 쉽지 않을 것이다”는 유사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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