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사진)는 금융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금융민원 상담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제안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현대사회에서 금융은 생활 그 자체에요. 각종 금융 서비스가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집이고 누군가에게는 건강이며,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안정적인 삶이 될 수 있죠”
지난 2012년 금융소비자원(이하·금소원)을 설립한 조남희(55) 대표는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와 합리적 문제해결을 위해 분주한 활동을 펼치는 인물이다. 금소원은 금융시장에서 상대적 약자 입장인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사단법인 형태를 띠고 있는 금소원은 후원과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금융거래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당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법률적 자문도 제공하고 있다. 금융소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개편, 법 개정 등 정책제안 활동도 펼치고 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금소원에는 연간 6000~7000건의 민원이 접수된다. 하루 기준 약 25건에 달하는 수치다. 전화 안내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민원부터 서류만 수십여 장에 달하는 민원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건이 심각성이나 깊이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민원의 규모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어요. 항상 시간이 모자라 일거리를 싸들고 집에 가서 업무를 보기 일쑤죠. 그렇게 했는데도 처리를 못한 일들이 많아 항상 마음에 걸려요”
취급하는 일에 비해 금소원의 상황은 열악한 편이다. 현재 6명의 직원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접수되는 민원을 처리하느라 항상 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서비스 특성상 분야가 광범위 한만큼 조 대표와 직원들은 역량개발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새롭고 다양한 상품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이 갖춰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든 분야를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예전에 엔화대출 관련 민원이 들어왔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저도 같이 공부를 해야 하죠. 뿐만 아니라 금융사들의 수익을 얻는 수법도 발전하기 때문에 끝없는 학습이 필요해요”
국내 최대 금융사 소속 엘리트…“미국 연수 계기, 새로운 눈 떴죠”
조 대표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1992년부터다. 당시 신한종합연구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그는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됐다. 당시 미국의 금융시장은 1980년대 중·후반 발생한 금융위기,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로 인해 큰 충격에 휩싸인 상태였다.
▲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사진)는 지난 1992년 미국연수를 계기로 금융소비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금융소비자들은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조 대표는 한국에도 같은 일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금용소비자 보호를 위한 연구 작업에 돌입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2014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저축은행 사태와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는 1980년도 후반에 이미 벌어졌었죠. 연수기간 동안 해당 사태와 관련된 문헌, 피해자 사례 등을 모아서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조 대표는 당시 한국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금융상품들과 예상되는 소비자 피해 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 정보격차가 지금보다 컸어요. 소비자들은 보험료가 정확히 책정되는지, 이자 계산이 정확한지 등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었죠. 전산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금융사들의 실수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후 조 대표는 연구소가 은행과 통합됨에 따라 신한은행에서 근무를 하게됐다. 그 곳에서도 금융상품과 소비자들에 대한 많은 고민과 연구를 진행했다. 언젠가 발생할 금융위기에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 역량을 키웠고 금융상품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새로운 도전…“금융소비자 보호는 사명감”
미국 연수 이후 약 11년이 지난 2008년,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고 있을 시기 조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 골드만 삭스, 모건스탠리 등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도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었다.
조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생각해왔던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미국 연수 당시 예상했듯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금융소비자를 위한 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저는 그동안 꾸준히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금융소비자에 대한 문제들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있었죠. 그래도 막상 시작을 하려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약 2년 정도 더 공부를 했어요. 중간에 집필활동을 병행하기도 했죠”
2년의 준비과정을 거친 그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단체 설립 준비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2012년 (사)금융소비자원을 설립했다. 대기업에 몸담았던 조 대표에게 사회공헌은 쉽지 않은 세계였다. 좋은 의도와 목적, 가치 등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심지어 조 대표의 활동을 방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과 기억뿐이 없다보니 색다른 길을 제시하고 능력을 보여주면 여기서도 자연히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좋은 의도로 일을 해도 자신들에게 거슬리면 깎아 내리고 방해 했어요”
▲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사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준비 작업을 거쳐 금융소비자원을 설립했다. 조남희 대표는 설립 후 주변의 오해와 견제로 인해 많은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조남희 대표는 자신으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이 향상된다는 사명감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스카이데일리
금융사들은 조 대표가 학자나 법률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문성’이 없다고 폄하했으며 정부기관 역시 단체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조 대표는 약 3년가량 정부를 상대로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특허청으로 무작정 달려가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직접 받기도 했다.
비영리기구의 주요 수입원인 지원금 역시 거의 없다시피했다. 민간 금융사는 물론 정부기관 역시 금소원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금소원은 설립 후 약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간 조 대표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애초에 지원 같은 것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름만 존재하는 단체들이 기업, 정부기관 등에 듣기 좋은 말만 해주고 지원금을 받아가는 것을 볼 때면 허무하죠. 정확히 액수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동안 제가 모은 돈의 상당부분을 썼어요”
경제적인 부문보다 조 대표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오해들이었다. 업계 전문가들부터 심지어 다른 시민단체까지 금소원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들을 지어내 소문을 내곤 했다.
“금소원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외부에서 견제 아닌 견제가 들어왔어요. 흔히 말해 ‘뒷돈을 받는다’는 얘기죠. 혹은 ‘정계 진출을 노린다’는 말도 들어봤어요. 정부와의 법정분쟁까지 겹친 상황에서 그런 수모를 당했을 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죠”
이러한 어려움에도 조 대표가 현재까지 금소원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변화를 직접 목격해온 덕분이다. 동양사태, CD금리소송 등으로 제도가 바뀌고 ‘근저당 설정비 소송’으로 소비자들이 권리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그는 초심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번은 양재 파이시티 피해자 모임에서 감사패를 따로 만들어서 저에게 준 적이 있어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사명감을 갖게되죠”
현재 금소원은 초기에 비해 그나마 열악한 상황이 많이 해소된 상태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반열에 올라온 것이다. 이에 조 대표는 단체를 보다 더 늘릴 예정이다. 전문화된 인력은 아무리 모여도 부족하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제조업 상품에 따른 피해사례는 대부분 동일하지만 금융상품은 그렇지 않잖아요. 같은 상품이라도 소비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례가 발생해요. 우리가 더욱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들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이유죠. 사실 시민단체에 안정적인 경영은 없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인력을 늘려야죠. 피해사례도 끊임없이 발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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