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신임 수출입은행장의 출근이 또 한 차례 불발됐다.
은 행장은 지난 3일 동안 노동조합의 출근저지로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자 14일에는 출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강한 질책에도 수은 노사관계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최 위원장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수출입은행장에) 누구보다 적임인 분이 임명됐다고 본다”며 “노조를 위한, 그런 식의 무모한 행동은 이제 더 이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노조가 그렇게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그저 노조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괜히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수은 노조는 일반적으로 신임 행장이 올 때마다 2~3일 정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취임 첫날부터 노조의 저지 없이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은 행장처럼 4일씩이나 출근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내일(15일)까지 출근을 하지 못할 경우 은행장은 이덕훈 전 행장과 함께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박근혜정부 당시 수은 노조는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출신 인사인 이 전 행장의 출근을 5일동안 저지한 바 있다.
수은 노조가 강하게 출근을 저지하는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낙하산 인사와 임금피크제 문제가 그것이다. 은 행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보좌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또한 수은 노조는 은 행장이 한국투자공사 사장직을 수행할 당시 성과연봉제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출근을 반대하고 있다. 추가로 수은 노조는 은 행장에게 기재부의 ‘임금피크제 통일’ 지침을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은은 지난 2005년 임금피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인원을 별도 정원으로 관리해 왔다. 임금도 인건비외 별도 항목으로 지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재부의 방침에 의해 이를 총 인건비 내에서 처리하게 됐다. 다른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급여를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의 출근 거부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현재 수은의 당면과제인 구조조정이 골든타임을 지나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은은 당장 성동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모두 일리 있는 말이지만 현재 수은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하다”며 “성동조선과 관련해 금융당국, 채권단과의 논의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노조는 국책은행 노조에 걸맞는 책임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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