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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서울달동네 실태 르포<1>]-서울 중계동 백사마을
집 무너질 걱정에 밤 잠 설치는 노인들 ‘한숨만’
말로만 재개발 수십년째 주민 우롱…부서지고 망가지고 사실상 폐허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0 16:03:42
▲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백사마을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주택들이 위태롭게 줄지어 있다. 이곳 주민 대다수는 재개발에 앞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백사마을 초입(위)과 빈집에 버려진 쓰레기들 ⓒ스카이데일리
 
중계본동 버스종점에서 두 갈래 골목길을 따라 밀집해있는 주택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멈춘 지 오래인 듯 낡고 황폐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이곳의 원래 이름은 ‘중계마을’이지만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에 위치했다는 의미로 ‘백사마을’로 대신 불린다.
 
마을 골목길에는 사람 하나 숨을 공간조차 없이 허름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주택 대문은 심하게 녹이 슬어 있었고, 지붕 한 쪽은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대부분 빈집이었다. 지난 7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곳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지만 주민들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사업 무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폐허 방불케 한 백사마을…변죽만 올린 재개발 추진에 마을주민 한숨만
 
백사마을은 지난 1967년 도심 개발로 청계천·양동·창신동·영등포 등지에서 강제로 쫓겨난 철거민들이 이주해 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2008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이듬해 5월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갈등과 사업성 저하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지난해 1월 LH가 시행사 지위를 포기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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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만8900㎡(약 5만7000평) 규모의 백사마을은 현재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공실로 방치돼 있다. 주민 대부분은 사실상 이곳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얼마 전 SH가 재개발 사업 시행사로 선정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주민 대부분은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 백사마을은 과거 청계천·양동·창신동·영등포 지역의 도심 개발로 인해 강제로 쫓겨난 철거민들이 이주해 오면서 형성됐다. 재개발 소식과 함께 땅값이 높아지자 대부분 건물주는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고 마을을 떠났다. 사진은 백사마을 내 상가 녹슨 외벽(위)과 부식돼 떨어져 나간 집 외벽 ⓒ스카이데일리
 
재개발 소문을 듣고 지난 1999년 입주한 한용남(57·여) 씨는 “대부분 다 떠나고 이제 거동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길도 험하고 치안도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집들 역시 비오면 물이 새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벽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약하다”고 토로했다.
 
한 씨의 집 역시 올 여름 긴 장마를 버티지 못하고 집 안 곳곳에 물이 새 지금은 임시방편으로 지붕에 천을 덧씌워 놓은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한 씨 옆집 곳곳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 덩달아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마을 곳곳에는 엉켜있는 철근과 쓰레기더미, 아무렇게나 방치된 가구·가전제품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백사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이무임(77·여) 씨는 “우리 마을에는 젊은 사람은 없고 나 같은 노인들뿐 이다”며 “재개발도 땅값 올리려고 하는 거지 정작 우리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도 오고 연예인이나 정치인도 오는데 그것도 한철이고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며 “사는 동안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좀 만들어주면 우리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백사마을의 주거환경과 관련 노원구청 주택사업과 관계자는 “집을 철거해야만 사업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상태다”며 “당장 거주하기에 위태로운 상황인 것은 구청에서도 파악하고 있지만 소유자 재산권이다 보니 예산을 들여서 함부로 유지·보수 지원 등을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재개발무산 가능성에 도시재생사업 제외까지…마을 주민들, 불안감에 발만 동동
 
SH가 맡게 된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재개발과 도시재생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최고 20층 높이로 지어지며, 공동주택 21개동 172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부 주거지 보존 구역에는 1~3층 규모로 698가구의 주택들이 지어진다.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이주를 희망하는 거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백사마을의 한 거주민은 “집도 숨을 쉰다는데 사람이 떠나고 오래 발길이 끊기자 자연스럽게 집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더라”며 “남자들도 밤늦게 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마을이 황폐해졌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백사마을 내 허물어진 빈집 모습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재개발이 이뤄진다’는 말만 믿고 30년 가까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낸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에 불신을 품고 있었다. 첫 삽을 뜨는 것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다며 불안감을 보이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은 당초 재개발 사업이 재차 무산될 경우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사업에 희망을 걸었었다. 하지만 8·2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이곳 역시 사업 수혜지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백사마을에서 30년째 살아온 세입자 황오(60·남) 씨는 “재개발 된다는 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여기 주민들 생각은 ‘확실히 첫 삽 뜨는 걸 봐야 믿겠다’는 쪽에 가깝다”며 “개발도 개발이지만 현재 이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고 토로했다.
 
백사마을 인근 마트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10년째 물건 배달을 하고 있다는 이흥원(56·남) 씨는 “여기는 속된 말로 나쁜 마음먹고 빈집에서 사람을 죽여도 아무도 모를 만큼 취약한 곳이다”며 “부동산 투기과열 문제는 강남 같은 도심 한 가운데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곳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려 하니 섭섭하고 억울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 이곳 주민들은 고층 아파트에 화려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며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이곳에서 정을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에 그저 사람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정도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도시재생은 일부는 철거하고 일부는 리모델링하면서 기존의 것을 보존하고 새롭게 환경을 바꾸는 이런 게 혼재돼 있다”며 “무엇보다 재개발 보다 사업 추진이 용이하고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대도시에서 도시재생정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경기도 활성화 되고 고용도 창출되는 등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낙후지역은 사업을 펼쳤을 때 오히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서울 내에도 아직까지 도시재생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이번 8·2대책으로 수혜지역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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