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는 조선 말기인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로 철도 노선이 뻗어져 나갔다. 특히 지난 1974년 8월 15일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기존의 철도가 놓여있던 경부선, 경원선 역사에도 도시철도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십년 전 지어진 역사 중 일부는 지금도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문제는 해당 역사들 중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 시민 수만명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에 자칫 붕괴라도 발생할 경우 수많은 인명피해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노후 역사의 안전관리 실태와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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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등 전국 철도 역사(驛舍) 중 일부가 건물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등 노후도가 심각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역사를 하루 2~4만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데도 한국철도공사(이하·코레일)측은 보수공사는 커녕 정기적인 건물안전 검사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코레일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속·일반·광역 철도 역사 645곳 중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되는 곳은 211곳이다. 이중 승객들이 이용하는 역사는 113곳에 달한다. 하루 이용객이 수만명에 달하는 서울지역에는 노량진역, 광운대역, 신이문역 등 14곳으로 파악됐다.
지하철 입구처마에서 콘크리트 ‘와르르’…플랫폼 붕괴 우려에 나무로 간신히 지탱
서울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을 찾았다. 코레일측에 따르면 이곳의 하루 이용승객은 지난 9월 기준 1만 8370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이문역은 노후도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번 출구 역사 처마는 이미 상당부분 뜯겨져 나간 콘크리트가 또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떨어지는 조각에 사람이 맞는다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번 출구 계단 양 옆에 손잡이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는 곳곳이 패여 있었다. 그 위를 페인트로 덧칠해 간신히 가려놓은 모습이었다.
승하차를 위해 승객들이 몰려있는 플랫폼내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역사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는 폭 30cm, 깊이 5~10cm 가량 구멍이 패여 있는 부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금이 간 콘크리트는 대충 페인트칠로 덮어놓은 상태였다. 이외에도 역사 곳곳을 살펴본 결과 신이문역 역사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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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
시민들 역시 불안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도봉구에 거주하면서 신이문역 인근 직장에 출퇴근 하는 노광윤(59·남)씨는 “지하철 역사가 겉에서 딱 봐도 낡고 불안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냐”며 “이런 역을 제대로 보수도 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신이문역 근처에 거주하는 홍사문(68·여)씨는 “지하철역이 고가도로 밑에 있어 자동차 진동에 지하철 진동까지 겹쳐서 자칫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곳이 부자동네가 아니라서 그런지 코레일에서 제때 건물 보수를 안 해주는 것 같다는 야속한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이 다치면 보수를 할지 모르겠지만 매번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신이문역에서 만난 박여현(14·남)군은 “집이 이 근처라서 신이문역을 자주 이용한다”며 “하지만 다른 역에 비해 신이문역이 유난히 낡은데다가 보수공사도 제대로 안되는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루 승객 1만9437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역시 신이문역과 상황이 비슷했다. 광운대역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사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페인트가 벗겨진 파이프와 쇠기둥이었다. 콘트리트 기둥은 아래쪽 페인트가 벗겨질 정도로 패여 있었다.
더 심각한 곳은 승객들이 승하차시 밟고 지나가는 플랫폼 이었다. 콘크리트가 다 떨어져 나가 선로 위로 떨어져 있고, 대신 나무 받침대로 간신히 승객들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 수만명의 무게를 이겨내야 하는 나무 받침대가 무너질 경우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불안감을 나타내긴 마찬가지였다. 광운대학교에 다니는 한승목(23·남) 씨는 “역사가 너무 오래된 탓에 이용하기 불안하다”며 “특히 나무로 지탱하고 있는 플랫폼은 어떻게 이대로 방치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광운대역에서 만난 민혜연(33·여)씨는 “광운대역 뿐 아니라 다른 역들 중에서도 지어진지 오래된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래될수록 위험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보수 공사를 진행하거나 리모델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40년 이상 노후 역사 70여곳, 승객들 불안…코레일 “정기점검 없어”
코레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어진지 가장 오래된 역사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진해역이다. 1926년이 지어져 지금까지도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전의역으로 1932년에 완공됐다.
승객들이 이용하는 역사 중 지어진지 80년 이상인 역사는 이들 두곳을 포함해 총 전국 총 7곳에 달한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70년 전에 지어진 역사도 반곡역, 심천역 등 3곳이나 된다. 광복 이후인 1955년부터 1978년까지 지어진 역사중 지금도 승객들이 이용하는 곳은 모두 57곳으로 40년 이상 된 역사는 70여곳에 이른다.
서울지역에서 지어진지 가장 오래된 역사는 1970년에 완공된 노량진역이다. 외대앞역·남영역·가산디지털단지역 등도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1974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심각하게 노후된 것으로 파악된 신이문역과 광운대역은 37년전인 1980년에 지어졌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하루 이용하는 승객이 수만명이 달하는 이곳 역사는 노후도가 심각한대도 보수공사나 리모델링 공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리모델링이 진행된 역사는 노량진역 한 곳 뿐이었다. 지난 2011년 환승통로 착공, 역사 앞 육교 철거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돌입해 내년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노량진역을 제외한 1970년대 지어진 노후 역사들의 경우 계속되는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보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974년 지어진 역사 중에서 가장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곳은 지하철 6호선과 환승이 가능한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하루 평균 4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같은해 지어진 남영역과 외대앞역은 하루 평균 1만2000명이 이용하고 있다.
노후화된 역사로 인해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역사 보수 책임은 맡고 있는 코레일은 느긋한 태도를 보여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정종현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 총무팀장은 “철로나 차량 같은 경우 몇 년에 한번 씩 정기점검을 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역사의 경우에는 그 같은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이 새거나 부실한 부분이 있다는 장애 신고가 들어오면 그때그때 보수공사 등 시설 수리를 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아파트도 정기적으로 수리를 하기 보다는 주민들의 하자보수 신청이 있을 때 수리를 하는 편이지 않느냐”며 “다중이용시설인 역사 역시 그런 식으로 관리는 하는 데 대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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