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3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공교육에 대해 불만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35.9%나 됐다. ‘만족한다’는 응답(17.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사교육의 효과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2%가 ‘효과적이다’고 응답했다. 최근 교육부는 2014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중인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을 예정대로 내년 2월 28일 일몰하기로 결정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나서서 아이들을 사교육 현장으로 내모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공교육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질 좋은 사교육이 오히려 자녀를 글로벌인재로 키우기에 더욱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를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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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당초 계획대로 내년 2월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시행령을 일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견해가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과 후 영어수업 폐지가 인재 양성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무게감이 실려 주목된다.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내년 2월 예정대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시행령을 일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1일부터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된다.
앞서 교육부는 2014년 전국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내년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에서 선행적으로 영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사교육이 양산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방과 후 영어수업은 교육부가 시행 중인 ‘초등 돌봄교실’의 일원이다. 통상 단체활동(예체능·놀이·체험활동 등)과 개인활동(숙제·일기쓰기·독서·기타활동 등)으로 이뤄지는 지도교육과는 별개로 영어수업이 진행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앞서 방과 후 영어수업 도입을 주장하던 이들은 여전히 사교육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입식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초·중·고 영어 교육 현실을 볼 때, 저학년 영어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공교육을 통해 수년 동안이나 영어교육을 했지만 정작 사회에서 진출해 영어 사교육을 받는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10년 영어 배워도 벙어리…“방과 후 영어 효과 없을 것”
지난 10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월대비 0.1%p 상승한 8.6%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취업 문턱과 불안정한 고용환경 등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옅어지면서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들은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대표적인 자기계발 항목은 다름 아닌 외국어, 특히 영어다.
초·중·고 10년 동안 입시위주 영어를 배웠지만 졸업 후 직장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쉬이 사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학원·인터넷강의 등의 사교육을 통해 또 다시 영어교육에 몰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 학원가에서 만난 이혜인(23·여) 씨는 취업에 영어 성적이 필수는 아니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다고 전했다. 이 씨는 “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10년 가까이 영어를 배웠지만 정작 해외여행을 갔을 때 어설프게 몇 마디만 구사할 뿐 거의 꿀 먹은 벙어리나 다름없었다”며 “이후 영어회화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도 영어 과외를 듣긴 했다”며 “과외비가 비싸긴 했지만 학교 수업만으로는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시험을 봐도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유지안(26·여) 씨는 회사에서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신청했다. 유 씨는 “어른이 돼서도 굳이 돈을 내고 영어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진급이나 자기만족 등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질수록 영어회화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씨 역시 학창시절 사교육 영어를 받았고, 그 결정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교과서 진도 나가기 바쁜데 학원에서는 재밌게 알려주니까 영어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회화를 하려면 문법이나 단어를 익혀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나라 공교육 현실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회화와 문법 모두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강남역 인근의 한 영어 학원 관계자는 “몇 년 사이 영어회화를 배우러 오는 직장인 수강생이 많이 늘었다”며 “스펙 쌓기나 취업, 승진·자기계발 등 목적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시대에 영어 정도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영어수업에 불신 여전…학부모들 “부담돼도 사교육이 낫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우리나라 영어 공교육 현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학부모들은 현재 공교육에 비춰볼 때 사교육을 통한 영어 교육이 글로벌 인재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은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방과 후 교육 대신 사교육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내년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최혜진(39·여·가명) 씨는 “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빨리 습득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우리 아이는 다섯 살 때부터 영어교육을 따로 시키고 있다”며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가르치긴 하지만 아무래도 외국어는 전문적으로 배우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내년에 고3에 올라간다는 황언주(48·여) 씨는 “영어는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시켰고 더 어릴 때는 가정학습 선생님이 집에 와서 놀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며 “방과 후 영어수업을 통해 영어를 어설프게 배우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애경(53·여·가명) 씨 역시 “교육방식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부모들은 이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대학교, 나아가 사회 진출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집에서 부담이 되더라도 학교 수업보다는 비싼 돈 주고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영어가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며 “학교 수업이 완벽해서 사교육을 찾지 않아도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방과 후 수업에 매달릴 시간에 아예 전문적인 영어 교육 기관에서 교육 받도록 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진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사무관은 “당초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2014년 마련될 때도 지금과 같은 잡음은 있었다”며 “이미 법 시행은 2014년부터 된 건데 일부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뒀고 계획대로 종료되는 것이다”고 전했다.
김 사무관은 “일부 학부모 민원은 있겠지만 1~2학년 때는 굳이 영어교육을 하지 말고 아이 발달에 좋은 다른 활동을 하자는 학부모 의견과 사회적 합의를 수렴하기로 했다”며 “작년부터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내를 해왔기 때문에 이미 대부분 학교나 돌봄교실 업체 등은 아이들을 위한 다른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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