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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도심지역 비둘기 피해 실태
평화의상징→혐오대상…군사정부 유산 도시비둘기
유해조류 지정 8년째 대책마련 요원, 정부·지자체 책임 떠넘기기 급급
정희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08 16:23:38
개발로 인해 비둘기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내용을 담은 김광섭 시인의 작품 ‘성북동 비둘기’와는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약 3000여 마리를 방사한 이후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도심 속 비둘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비둘기는 최근 많이 먹어 뚱뚱해져 날지 못한다는 의미의 ‘닭둘기’, 길거리 쓰레기들을 먹으며 병균을 옮기고 다닌다는 의미의 ‘쥐둘기’ 등으로 불리며 혐오의 대상이 됐다. 비둘기의 배설물은 건축물과 시설물을 부식 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하지만 비둘기로 인한 피해 민원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관리와 책임의 주체는 없는 실정이다. 비둘기 개체 수에 대한 현황 조사도 2009년 환경부가 한 것이 마지막이다. 환경단체의 추정 수치만 존재할 뿐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비둘기로 인한 피해 실태와 이에 대한 부실 대처 문제 등을 짚어봤다.

▲ 도심 속 비둘기는 길거리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개체수가 지금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비둘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면서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쓰레기통에 모여든 비둘기 ⓒ스카이데일리
 
최근 비둘기로 인한 각종 피해 사례가 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둘기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배설물로 인한 구조물 부식, 세균 감염 등 각종 피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 및 지자체에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심 속 비둘기 피해 사례 급증…‘평화의 상징’에서 ‘기피대상 1호’ 전락
 
불과 20년 전 까지만 해도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비둘기가 최근에는 시민들이 혐오하는 ‘기피대상1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도심 곳곳에서 보이는 비둘기로 인해 불쾌감은 물론 건물 구조물 부식, 건강상 피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09년 환경부에서 실시한 ‘유해 집비둘기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만 약 3만5000마리의 비둘기가 있다. 그 이후로는 뚜렷한 현황 자료가 없는 상황이지만 대한조류협회 등은 현재 전국에 100만 마리, 수도권에만 50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늘어난 비둘기 개체수 만큼이나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김영민(여·25) 씨는 “땅에 떨어진 음식물을 먹는 비둘기를 제일 많이 보는데 그 구역은 음식물과 비둘기 배설물·깃털 등으로 정말 더럽다”며 “어떤 조치든 취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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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이 남긴 토사물이나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불쾌감을 넘어 혐오감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홍보를 하던 박재삼(31·남) 씨는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조차 하지 않아 홍보가 힘들 때가 많다”며 “토사물을 먹고 있는 비둘기를 보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 자료 :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공원이나 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외에 일반가정집도 피해를 호소하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최정원(29·여) 씨는 “지난해 겨울에 비둘기가 보일러실 배관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새끼까지 길렀었다”며 “가스배관, 에어컨 외풍기 등 창문가가 비둘기 배설물과 깃털 등으로 너무 더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밤에 계속 울기까지 해서 굉장히 시끄럽기까지 했다”며 “아무리 쫓아내도 날아가지 않고 민원을 넣어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와 정말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구조물 부식 피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철제 구조물뿐 아니라 야외에 설치된 실외기, 각종 문화재 등이 강한 산성의 비둘기 배설물로 인해 부식이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비둘기 개체수가 많은 종로2가 탑골공원에 위치한 국보 2호 언각사지 10층석탑의 경우 비둘기 배설물로 부식돼 유리 보호망을 설치해 보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인체에 세균 감염 가능성 배제 못해”…정부 “우리 일 아니다”
 
비둘기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산발적으로 뿌려지는 배설물에 어린아이나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조류학회 회장을 역임한 조삼래 한국자연보전협회 부회장은 “비둘기 배설물에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이 있어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세균이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체수가 많아진 상황에서 비둘기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다면 그 피해는 심각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 비둘기의 배설물은 물과 닿으면 곰팡이 등을 성장시키고 대사 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나와 건축물 및 문화재, 시설물 등을 부식시킨다. 비둘기 배설물로 부식된 건축·시설물 [사진=뉴시스]
 
2003년 건양대 의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비둘기 배설물에서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라는 곰팡이가 검출됐다. 이는 사람에게 뇌수막염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비슷한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도 나왔다.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건강연구센터 페르난도 에스페론 박사팀은 도심 비둘기 배설물에서 폐렴과 식중독, 설사 유발균을 발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리는 요원한 실정이다. 2009년 환경부가 유해 조류로 지정했지만 정부와 지자체간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관계자는 “유해 조류, 생태교란종 지정 시 정확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관련 자료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황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대안 마련도 요원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는 지역은 지자체에서 개체수 확인 등 조사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며 “도심 속 집비둘기는 개체수나 서식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역이 있는 용산구청 관계자 역시 “먹이를 주는 사람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지만 법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없어 계도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끝낸다”며 “전체적인 관리는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없고 원래 각 관할 구청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며 “환경부에서 유해 조류 관련 기피제 살포나 먹이 주지 않기 홍보 등 지침이 내려오면 실행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간에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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