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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한국의 세계유산(下-정부정책)
정부·지자체 치적쌓기 경쟁에 뒷전 밀린 민족자긍심
등재 보다는 보존, 중앙 보다는 지역…정부 정책 패러다임 전환 시급
이지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22 00:18:30
 
▲ 서울 송파구의 몽촌토성 인근은 세계유산으로서 조사.연구적 가치가 풍부한 곳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시 각종 규제들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등재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에 위치한 풍납토성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전국 현지=김진강 부장, 이경엽·이지현·정수민 기자]우리 정부의 문화재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여주기식에 가까운 세계유산 등재 시도 보다는 등재 완료된 문화재의 철저한 관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의 허술한 관리로 인한 지정취소 가능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결과다. 세계적 흐름 역시 ‘보존 중심’ 쪽으로 기울고 있다.
 
“등재 보다는 보존, 중앙 보다는 지역…문화재 정책 패러다임 전환 시급”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최근 이미 등재된 세계유산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의 문화재 정책 또한 ‘등재’ 보다는 ‘보존’에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또한 ‘중앙’ 보다는 ‘지역’ 중심으로의 전환도 강조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목적이 당초 목적에 크게 어긋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세계유산 등재의 목적은 문화유산의 보존을 통한 민족의 자긍심 고취에 있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다른 쪽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유산 등재 시도의 이유가 관광객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의 허술한 관리, 나아가 ‘지정취소’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의 효과적인 관리·보존을 위해서는 정부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계유산의 관리보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등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앙정부와 지역주민들 간의 운영과 예산에 대한 주기적인 정보교류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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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보기=이미지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조영훈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세계유산의 성공적인 관리·보존 사례로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문화지구를 꼽았다. 백제역사문화지구(공주·부여·익산)는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에 분포한 8곳의 역사 유적이다. 백제시대의 건축·문화·종교 유적이 높게 평가돼 지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조 교수는 “백제역사문화지구는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공주, 부여, 익산이라는 여러 지역에 걸쳐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 최초의 사례다”라며 “이 지역의 봉사자들이 유적지 주위의 환경개선은 물론이고 관리 실태를 모니터링 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최초의 ‘백제세계유산센터’가 만들어진 덕분에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의 관리·보존의 성패는 시민들의 적극성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지역주민들의 이러한 관심과 참여는 지역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백제역사문화지구의 사례는 향후 타 지자체와 광역단체가 벤치마킹하기에도 충분한 훌륭한 사례다”고 부연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지난해 2분기 관람객은 56만7432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충청북도가 요구한 ‘백제역사유적지구 보존관리사업’ 예산 274억원의 47%를 삭감했다. 지역주민과 중앙정부간의 대표적인 ‘불통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재 관리·보존에 있어 지역 주민의 역할 중요성은 반대의 사례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세계유산 등재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사례다. 이 역시 문화재 관리·보존에 있어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997년 송파구에 위치한 판축토성인 ‘풍납토성’ 및 ‘몽촌토성’ 에서 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성백제(한성을 도읍으로 삼은 백제초기 500여년)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추가 발굴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주민들 개발 논리를 앞세워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백제역사문화지구는 공주·익산·부여 세 도시에 걸쳐있는 세계유산이다. 이 유산으로 인해 각 지역 간의 소통이 활발해진 한편 고용창출 등의 시너지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공주에 위치한 공산성(위)과 익산에 위치한 왕궁리유적 [사진=뉴시스]
      
학계에서는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유적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들어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종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유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지’인 ‘커뮤니티’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풍납토성 인근지역은) 이 점이 이뤄지지 않아 등재 시도 단계에서 실패한 사례다”며 “조사·연구과정을 활발히 공유하는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계유산이 우리 국민들에게 조차 관심 받지 못하는 상항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정부는 우리 국민들에게 세계유산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해시켜 세계유산 보존·관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한다”고 피력했다.
 
“보전·관리 넘어 이제는 활용…세계적 트렌드 발맞춘 문화재 정책 설정 중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문화재 정책에 있어 세계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호 교수에 따르면 유형적 요소와 함께 무형적 요소의 보존 활동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또한 세계유산의 보전·관리의 차원을 넘어 자원으로서 효과적인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 교수는 “국제적으로는 이미 2006년부터 보호와 보존, 활용 등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의 보호활동 인식이 미흡하다”며 “세계유산에 내재된 활용가치가 충분한 무형요소들이 동반 성장하지 않다보니 전체적인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팀 임경희 학예연구사는 “세계유산 등재는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간을 정해놓고 진행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유산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변화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사는 무분별한 세계유산 등록 시도를 둘러싼 ‘지자체의 치적쌓기’ 지적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배경이 되긴 하겠지만 문화재 보전 관점에서는 무조건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개발보다는 보존을 지향하는 정책적 변화가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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