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주요 국정기조 중 하나는 바로 ‘친노동’이다. 후보 시절부터 친노동을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문 대통령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결정적 요인 역시 친노동에서 비롯된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다. 문 대통령과 친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관계’인 것이다.
자연스레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친노동을 중시하는 풍토가 짙어졌다. 이른바 ‘정부 코드 맞추기’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가장 활발한 곳은 경제계다. 친노동 자체가 경제 분야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당연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재벌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재벌’이라는 개념 자체가 ‘친노동’과 대척점에 있다는 점을 의식한 각 재벌기업들은 정부 코드 맞추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이 대표적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우고 시급성을 강조해 온 사안이다.
한화그룹 역시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춘 친노동 정책으로 주변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관련 사안에 있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 85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결정은 한화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깊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에 앞장서 온 재벌총수 중 한명이다. 앞서 2013년 3월 10대그룹 중 가장 먼저 비정규직 2040명을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훨씬 이전부터 친노동 경영을 해 온 셈이다. 지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정이 정부 코드 맞추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친노동 의지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최근 한화그룹 계열 생보사인 한화생명과 수장인 차남규 사장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승연 회장의 친노동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비정규직 직원을 더욱 늘렸다. 이를 주도한 차 사장은 한화그룹 내에서 ‘실세 중에 실세’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오히려 비정규직 직원을 더욱 늘렸다. 지난 2016년 말 58명이었던 한화생명 소속 기간제근로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 3분기 말 72명으로 증가했다. 인원으로는 14명, 증가율은 약 24%다.
한화생명은 얼마 전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보험설계사를 모집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영업관리자로 발탁 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2010년 이후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보험설계사는 2명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업무강도가 높고 직업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아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직업 중 하나로 분류된다.
최근 한화생명을 둘러싼 구설수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기에는 사안의 중대함이 남달라 보인다. 사안 자체가 현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정책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배치되는 모습이다. 평소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차남규 사장이 결정한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확산된 반(反)재벌 정서는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촛불민심’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공공연하게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화생명 차남규 회장의 경영적 판단이 유독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다. 차 사장으로 인해 한화생명, 나아가 재벌기업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승연 회장은 지금의 상황을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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