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이경엽·조성우·이슬비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70대 노인이 찾아왔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김노영(70·남·가명) 씨였다. 그는 모아둔 돈에 대출을 더해 강남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러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 그를 맞았던 부동산 관계자는 “김 씨는 평생소원이 강남아파트 한 채를 갖는 갖는 것이라고 했다”며 “적절한 시기를 보던 중 문재인정부의 부동산규제라 강남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동산을 찾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물이 없어 곧장 계약하진 못했다”며 “수일의 기다림 끝에 기존 개포일원현대아파트를 재건축 해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루체하임을 20억원에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사실 시세는 분양가 대비 4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17억5000만원 정도 였지만 물량은 적고 수요는 많다 보니 2억원의 웃돈을 추가로 얹은 것이다”면서 “강남 지역 이주에 대한 열망과 시세 상승 기대감이 이러한 선택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규제의 역설 몸소 증명한 강남부동산…전국 각지 뭉칫돈 강남에 집중
해당 사례를 소개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강남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8·2부동산대책 후 지난 6개월 동안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매물을 거두고 값을 높여 부르기 시작한 반면 수요는 크게 늘어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정확히는 문재인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가 본격화 된 이후부터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이 시행된 이후 강남 부동산 매물을 크게 감소했다. 반대로 타 지역에서의 강남 부동산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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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보기=이미지클릭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8·2대책 후 반년 동안 부동산시장의 유의미한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강남3구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 결과, 기존에는 매입을 위해 내방하거나 계약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강남 또는 서울지역 거주자들이었던 반면 대책발표 이후에는 비(非) 서울지역 거주자들이 크게 늘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非)강남 지역 수요의 문의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는 증언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윤성착 신영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11·12월 연말로 접어들수록 물량감소와 수요급증이 동시에 빚어져 집값이 폭등했다”며 “물건을 찾는 이들 중 절반가량은 타 지역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군이나 생활환경 등이 뛰어나고 동시에 투자가치도 지닌 강남 부동산에 대한 욕망은 날로 높아지는 데 반해 정부가 기존 부동산 보유자들의 목줄을 쥐어버리니 시장논리에 의해 시세가 요동을 치게 된 것이다”며 “막대한 돈을 싸들고 온 외지인들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강남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초구 반포동 소재 대덕공인중개사무소 엄상철 대표는 “현재 반포동에 매물을 보러오는 이들 중 최소 40%는 외지인들이다”면서 “실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의 문의가 대다수다”고 전했다. 엄 대표는 “부동산대책 후 값은 비싸지만 리스크가 적고 상승여력이 담보된 강남에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 이후 지방질식현상 가속화…“무조건 강남” 분위기 확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총 10만7897건이다. 전체 25개구 중 서초·강남·송파 3개 구에서 이뤄진 아파트거래는 2만770건이다. 전체 거래량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강남3구에서 이뤄진 아파트거래 중 서울이 아닌 타 지역 거주자의 매입 비율은 21%에 달했다. 특히 8월 부동산 대책 이후로 외지인의 강남 부동산 매입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초구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총 5370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월 32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에 그친 반면 12월에는 총 44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12월에 매입한 이들 중 19.6%는 타 지역 거주민이다. 같은 해 1월(14.9%)보다 5%p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강남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12월 이뤄진 755건의 거래 중 21.7%가 서울 외 지역 거주민이었다. 지난해 1월(19%)보다 약 2.7%p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 해 동안 8043건의 아파트거래가 이뤄진 송파구도 1월(20.9%) 대비 12월(20.9%) 외지인 구입 비율이 1.1%p 가량 높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외지인 매입 비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 정책이 가동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고 안정된 가격상승을 보여 온 강남지역 부동산 인기를 북돋았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8·2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다른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락 추세인데 반해 강남만큼은 전보다 가파른 상승 추세다”며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타 지역 및 지방의 돈이 강남으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남3구 지역 거주민들도 이 같은 분위기가 체감적으로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포지역 한 거주민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불안감을 느낀 이들이 학군·생활환경·투자가치 등에서 유리한 강남 지역으로 몰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누가 집을 팔았다는 소식과 함께 특정 지역에서 온 누구가 새 주인이 됐다는 소식을 유독 많이 접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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