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26 10:00
뉴스 > 사건·사고
[현장진단]-노점상 양성화 방안
서울북부 대표 노점거리…생존권 vs 생활권 갈등
환경개선 과정서 주민-상인 간 갈등 촉발…제도권 내 양성화 필요성 대두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06 18:16:56
노점상은 과거 생계유지가 힘든 서민들의 일거리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다소 변질됐다. 세금을 내지 않고 불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시장 생태계의 파괴자로 인식되고 한다. 관광객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유명 지역의 경우 기업형 노점상이 판을 치면서 주변 상인과 시민들의 눈총을 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노점상 강제철거가 이뤄져 사회적 갈등이 촉발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노점실명제 등 노점상이 정식 사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노점상들은 매대를 규격화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해 합법적인 영업환경을 갖췄다. 덕분에 일부 지역에서는 노점상 자체가 한 지역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경우도 생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노점상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상인과 지역주민, 지자체 간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노점상과 지역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도봉구 창동 일대 지역을 찾아 현재 상황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현장진단했다.

▲ 서울 도봉구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2번 출구 앞 고가철도 아래 노점상 철거 문제를 두고 상인과 지역주미 간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창동역 2번 출구 앞 주민대책위원회가 설치한 천막 ⓒ스카이데일리
 
최근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인근에서 노점상 철거 문제를 두고 상인들과 지역 주민 간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는 상인들과 보행권 침해와 거리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노점상 철거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상생방안이 대두돼 주목된다. 기존 노점상을 양성화 해 지역의 명물로 탈바꿈 시키는 방안이다. 노량진 등 이미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현실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갈등의 골 깊어지는 창동역 앞 노점상…“생계형이 아니라 기업형”
 
현재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2번 출구 앞 고가철도 아래에는 현수막이 이곳저곳 붙어 있다. 현수막에는 ‘불법노점 불매운동 창동역을 깨끗하게’, ‘창동역 2번 출구 고가하부는 포장마차가 재설치 되지 않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갈등은 지난해 9월 도봉구청이 창동역 고가철도 아래 환경 개선공사를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노점상이 매대를 자진 철거한 시점에 맞춰 주민들은 창동역 인근에 노점상이 다시 들어서지 못하도록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30년 이상 노점상이 고가철도 아래를 점유해 온 탓에 악취와 소음, 통행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광고
주민과 상인들 간 갈등은 지난해 12월 30일 한계치에 달했다. 상인과 인근 주민 500여명이 밤새도록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6명의 주민이 부상을 당하고 상인들은 매대를 설치하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상인들은 규격화된 매대를 재설치 할 거라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노점상 양성화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고가 철로 아래 천막 초소를 설치했다. 이들은 24시간 보초를 서며 상인들이 매대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도봉구청은 창동역 2번 출구 앞 일대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점상을 운영했던 상인들이 일시적으로 자진 철거하자 주민들은 노점상 재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창동역 2번 출구 앞 고가철도 밑 정비구역(위)과 노점상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가 설치한 천막 ⓒ스카이데일리
  
대책위에 따르면 그동안 창동역 2번 출구 방향 고가철도 아래에는 포장마차가 여럿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선 상인들과 손님들의 노상방뇨, 음식물 쓰레기 하수구 무단 방류 등의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져다. 노점상의 위치가 아파트 입구 앞에 있어 보행권 침해와 소음피해 등에도 시달렸다.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운(60) 씨는 “(노점상인들은)30년 동안 임대료와 세금을 내지 않고 장사 해 온 사람들이다”며 “이곳 노점상의 한 달 수익은 500~1000만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지어 노점상에도 1억원에 가까운 권리금이 형성돼 있으며 한 명이 3~4개의 노점상을 마치 기업처럼 운영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22일 도봉구청 측은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대한 재산조회에 돌입했다. 구청 측은 4인 가족 기준 재산 3억원 이하일 경우 생계형 노점으로 인정해 영업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노량진 컵밥거리·석촌시장 노점상, 양성화 통해 상인·주민·지자체 모두 만족
 
노점상 운영문제를 두고 상인들과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에 모두 유익한 제3의 대안이 거론돼 이목이 쏠린다. 노점상 양성화를 통해 지역 명물로 발전시켜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량진의 사례가 주장을 뒷받침했다. ‘노량진 컵밥거리’는 노점상 양성화 이후 지역 명물로 떠오른 곳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앞에 자리하던 32곳의 컵밥 노점상은 지난 2015년 10월 기존 위치에서 약 500m 멀어진 사육신공원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점 매대를 규격화하고 노점상 사이에 벤치 등을 설치하는 등 깔끔한 형태로 정비에 나섰다. 상인들은 노점 설치비용을 지불했으며 구청 측은 수도·전기 시설 등을 지원했다.
 
▲ 과거 노량진 노점상은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 노점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 2015년 컵밥 노점상을 양성화해 매대를 규격화하는 등 특화거리로 조성한 결과 상인과 주민들을 모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사진은 ‘컵밥거리’ 간판이 내걸린 특화거리(위)와 노점상 앞에 줄을 선 방문객 모습 ⓒ스카이데일리
 
현재 이곳은 ‘컵밥거리’라는 간판을 내건 특색 있는 거리로 자리매김 했다. 10년째 노량진에서 영업을 이어 온 박봉순(60·여) 씨는 “매대나 거리가 깔끔해지고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컵밥거리가 이곳으로 옮겨온 뒤 주변 상권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했다.
 
이곳을 찾은 안재진(21·남) 씨는 “서울 노원구에 사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컵밥 거리에 오기 위해 일부러 노량진을 찾았다”며 “딱히 불편하게 느낀 점도 없고 오히려 깔끔해 보여 좋았다”고 강조했다.
 
3년 째 고시원 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한 차례씩 컵밥 거리에서 식사를 해 온 안승일(29·남) 씨는 “예전에 있던 곳에서도 컵밥을 먹어 봤는데, 그때는 거리가 좁아 통행하기도 불편하고 사람이 조금만 많아도 컵밥을 살 수 없어 되돌아가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 이곳에 옮겨진 뒤 노점도 깔끔해지고 거리도 훨씬 넓어져 이용하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 역시 컵밥거리 덕분에 수혜를 입다는 반응이다. 음식점 상인 김경민(27·남) 씨는 “5, 6개월 전 가게를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는데 컵밥거리로 인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특색 있는 거리 덕분에 유동인구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도시계획학회지 ‘국토계획’ 12월호에 수록된 안현, 이명훈 한양대학교 연구원의 ‘거리가게(노점)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따른 상업가로 변화 및 이용자 만족도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컵밥거리의 경우 특화거리로 옮겨진 뒤 인근 외식업과 서비스업의 점포수가 늘었다. 특히 서비스업 추정매출액은 전년도 매출액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인근 점포수 증가의 경우, 컵밥 노점들이 특화거리로 옮겨지기 전 거리 인근에는 커피음료점·학원이 각 3곳 있었으며 편의점 2곳, PC방 1곳이 있었다. 하지만 특화거리 조성 이후 2016년 6월 한식음식점과 커피 매장이 각 1곳씩 들어섰다.
 
▲ 서울 송파구 석촌시장은 과거부터 노점상이 시장의 일부로 들어서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후 시장 앞 아파트 재건축 진행으로 노점상이 철거되면서 상생안 마련이 절실해 졌다. 이후 송파구청 측은 노점상대표단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 사진은 석촌시장 내 노점상 매대까지 표기돼 있는 석촌시장 안내도 ⓒ스카이데일리
 
이를 통해 기존 컵밥거리의 상권과 노점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었으며 새로운 특화거리로 장소를 옮긴 뒤 노점들은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석촌시장 역시 노점상 양성화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 낸 곳이다. 옛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송파구청은 노점상 측에 점진적 자진철거를 고지해왔는데, 지난 2016년 12월 노점상대표단과 합의해 상생안 마련에 나섰다.
 
기존 석촌시장에는 한쪽에 101곳의 시장 점포가 있고 맞은편에 133개의 노점상이 약 550m 길이의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현재 석촌시장 노점상들은 일시 철거한 뒤 상생방안을 모색해 노점상이 길게 들어선 시장만의 특색을 살리기로 했다.
 
석촌시장 노점상 89곳은 철거에 적극 협조하고 철거 이후 생계가 어려운 노점상 50곳 내외는 인근 근린공원변에 노점을 설치하기로 했다. 재산조회를 통해 생계형 운영 여부에 따라 노점상 입주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석촌시장 노점상들은 아무런 갈등이나 충돌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box1#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2
슬퍼요
0
댓글 : 13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57,939 ▶
어제 157,010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