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는 제과시장에서 예술을 바탕으로 돌파구를 삼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크라운해태홀딩스 윤영달(73) 회장의 ‘아트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트경영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고객들의 즐거움을 바탕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정작 직원들은 무리한 가외업무에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윤 회장 아트경영의 결정체는 경기 양주 장흥면 송추유원지 인근 300만㎡에 조성된 테마파크 송추아트밸리다.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는 6:4의 비율로 출자해 지난 2008년 5월 문화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아트밸리를 설립했다. 아트밸리는 법인설립 한 달여 후부터 송추 일원에 송추아트밸리 조성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 시기는 바로 이때부터였다. 조성단계부터 현재까지 각종 사업에 그룹 직원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사내 연수·워크샵을 아트밸리에서 진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전·현직 종사자들은 단순한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2012년 이곳 체험시설 공사를 감독하던 직원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꾸준히 직원들의 강제 동원이 자행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고조되고 있다.
“주말까지 헌납, 눈조각이 뭐길래”…윤영달의 아트밸리 사망사고 후에도 직원 동원 계속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한여름밤 눈조각전’이 개최됐다.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 600명이 평화와 광복을 주제로 300개의 눈조각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기록원에 의해 한국 최고·최초 기록으로 인증됐다. 하지만 기네스 등재도 추진됐을 정도로 성황리에 마친 이날 행사의 이면에는 직원들의 고충이 십분 반영됐다는 뒷말이 나온다.
당시 행사에 참여했다는 직원 A씨는 “수시로 송추아트밸리를 오가야 했을 정도로 대회준비에 열을 올렸다”면서 “행사가 가까워질수록 본업까지 내팽개친 채 눈조각에 매달려야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일반 직장인으로서 그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윤영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행사였기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대회가 열린 날이 토요일 저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눈조각에 특별한 취미를 가진 이들만이 채용되지 않는 이상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눈조각에 취미를 갖고 흔쾌히 주말반납까지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시키니까 했을 뿐이고 자발적으로 나서길 바라는 윤 회장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싫은 티를 내지 못했을 뿐이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와 만난 복수의 크라운·해태제과 종사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직원들도 A씨의 주장에 동조하며 사내에 윤 회장의 의중을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연일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에도 송추아트밸리를 찾아 눈조각 관련 작업을 해야만 했다”고 귀띔했다.

이 직원은 “회사 구성원 전체가 움직이기보다 적게는 십 수 명에서 많게는 30~40명 단위로 움직인다”며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도 아트밸리로 가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들이 무슨 특별한 조각 재주가 있지 않는 이상 대부분 조각가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전했다.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의 눈조각 작업 강제 동원은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익히 알려져 있었다. 한 동종업계 종사자는 “친구 한 명이 해태제과 공장에서 재직 중인데 겨울이면 직원들이 눈조각에 동원된다고 들었다”며 “직원들이 만든 눈조각은 공장 곳곳에 전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5년까지 해태제과서 근무하다 현재는 동종업계 타 기업으로 이직했다는 한 인사는 “과거 사망사고까지 빚어졌던 곳에 아직도 후배들이 동원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가운 심경이다”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망사고는 2012년 2월 발생했다. 당시 고객관리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모 팀장은 송추아트밸리 체험시설 공사를 감독하던 중 3미터 높이의 철제 임시구조물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당시 고인은 안전모·안전화 등 안전장구를 전혀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를 사고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매주 토요일이면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송추아트밸리 조성현장에 동원됐다”면서 “이 모 팀장이 사망한 날 역시 토요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독 군대식 조직문화가 짙은 식품업계에서는 상사·선배의 지시를 어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면서 “언론 등에 보도되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윤영달 회장의 송추아트밸리 호출이 이어졌고 근래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장됐다”는 크라운·해태 해명 불구 송추아트밸리 관리인 “주말에도 직원들 수시로 온다”
송추아트밸리 강제 동원에 대한 사내 안팎의 불만 여론에 대해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사내 연수·워크샵 등을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로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송추아트밸리 역시 강제 동원이 아닌 정상적인 평일 업무·일과시간에 진행한 사내 행사였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이 직접 나서 조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송추아트밸리 내 조각가들이 조각을 하고 이를 돕는 수준이다”며 “수년 전부터 사내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지난해 8월 광화문 ‘한여름밤 눈조각전’ 역시 그 성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강제 동원이 아닌 정상적인 평일 업무·일과시간에 진행한 사내 행사였다’는 크라운·해태 관계자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장흥자연휴양림 내 위치한 송추아트밸리는 현재 양주눈꽃축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전시됐을법한 작품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눈 특성상 현재는 다소 훼손된 모습이었다.

길 곳곳에 전시된 눈 조각만 수십 점에 이르렀다. 이곳 관리인들은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한 관리인은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이 별다른 재능이 있어 조각을 하는 것은 아니고 조각가들의 보조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것 같다”면서 “처음엔 엉성하게 흉내 내던 직원들이 몇 년 하다 보니 이제는 곧잘 따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로 평일에 방문하지만 주말에도 곧잘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크라운·해태제과 내부 사정에 밝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비단 눈조각뿐 아니라 국악에도 조예가 깊은 윤영달 회장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판소리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다”며 “윤 회장이 특정일에 공연을 하게 될 경우 이들 역시 주중·주말 주(晝)·야(夜)를 막론하고 연습을 거듭해야 해 사실 상 취미가 강요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문제제기가 내·외부적으로 상당히 이뤄져 온 것으로 아는데 윤영달 회장의 아트경영에 손상이 가는 것을 신경 쓰는 것인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직이 잦은 식품업계에서도 크라운·해태제과 출신들이 곧잘 눈에 띄는 까닭도 이 같은 사내 분위기가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을 맺었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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