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정상회담은 허황된 꿈이다. 70년이나 속았으면 이제 그만 좀 속을 때도 됐다. 북한정권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를 남한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아간 한 탈북민 단체에서 만난 김해동(51·남·가명) 씨가 던진 첫 마디다. 김 씨는 지난 2003년 4월 필사의 탈북을 감행해 중국에서 6개월 가량 체류하다 한국에 온 탈북민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대해 북한체제를 경험했던 탈북민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등 전 세계로부터 받고 있는 제재 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이용하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탈북자들 “전 세계가 제재하는 북한에 손 내미는 정부…말이 되나”
김해동 씨는 “문 대통령이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말하는 자체가 기가 차는 노릇이다”며 “전 세계가 북한을 제재하는 마당에 오히려 우리나라만 평화·화합 등을 앞세워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마지막 하나 입고 있는 팬티까지 벗으면서 발가벗는 것인데 북한이 미쳤다고 핵을 포기하냐”고 강조했다.
2004년 1월 탈북해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한국으로 온 탈북민 이성식(48·남·가명) 씨는 “북한은 ‘핵은 최고의 목표이며 핵을 가져야만 그 어느 나라도 자신들을 얕보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일반 대중들에게도 조선중앙TV나 라디오를 통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말살하려 해서 우리가 힘들게 사는 것이고 이 때문이라도 핵은 꼭 있어야 한다’고 선전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김정은 위원장은 핵이 있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핵 언급조차 하지 말라는 북한에게 왜 우리가 이것주고 저것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했다.
또 다른 탈북민 단체 소속 정민철(40·남·가명) 씨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탈북민들은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도발로 피해를 입은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사과라든가 핵 개발에 대한 폐기 등 이런 것들이 선행된 이후에 토의가 진행되는 정상회담이 돼야지 남북의 평화·화해·개선 등은 이미 이전에도 다 하지 않았냐”고 피력했다.
탈북민들은 핵 문제와 함께 ‘북한 정권은 믿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6년 7월 탈북 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숨어 지내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김평식(59·남·가명) 씨는 “북한이 중국에 철광석을 수출할 때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처음에 일정량을 계약하고 대금을 주고받다가 나중에는 돈을 받고 철광석을 안 준 사례가 있다”며 “중국에서 북한에 항의하면 북한은 ‘그런 회사 없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돈을 가지고도 장난치는데 말 바꾸는 것은 더 쉽게 한다”며 “북한은 말 바꾸기 선수라서 언제 말을 바꿀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평식 씨는 “과거 1차 정상회담과 2차 정상회담 이후에 무력도발을 자행한 선례가 있는데도 또 속으려 하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정상회담 후 무력도발 전례 감안해 북한의 이중성 대비 철저히 해야”
국제정세에 정통한 전문가들 역시 탈북민들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강명도 경기대학교정치전문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북한이 먼저 제안한 정상회담은 유래가 없다”며 “만약 지금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강경대응 등 이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과연 북한이 먼저 제안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유엔 제재가 수십 차례 걸쳐서 이어지는 와중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하고 우리나라 단독으로 북한과 접촉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문 대통령이 요건을 조성하자고 했는데 이 요건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동결을 선포하는 것이 먼저 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는 핵과 미사일 동결을 선포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 할 것이다”면서 “1차·2차 정상회담 이후 무력도발을 했던 만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을 선포한다면 그것은 말 뿐일 가능성이 크므로 북한의 이중성을 감안하고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비핵화가 먼저 합의돼야 한다”며 “과거에도 2번의 정상회담이 있었으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지 못 했고 직후엔 북한이 무력도발을 했었던 사례가 있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은 좀 더 신중을 기해서 추진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제갈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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